나는 직접 요리해 먹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재료를 직접 골라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기도 했고, 한때 요식업에 종사하며 기초적인 실력을 쌓아왔기에 나름 나쁘지 않은 요리 실력을 인정받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였다.
적어도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3여 년간 지속된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을 많이 바꿔놓았다.
비대면 활동이 많아지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밖에 나갈 때마다 착용해야 했던 마스크가 불편해 가급적 외출을 줄이기도 했다.
그렇게 어느 날부터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다소 자극적이지만 나쁘지 않은 맛, 그리고 편리함까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배달 음식의 가격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이제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배달. 편리함 뒤에 따라오는 많은 쓰레기에 항상 조금의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편리한 배달 음식의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식사를 마친 후 산더미처럼 쌓여버리는 쓰레기들이다.
배달을 위해 사용하는 비닐봉지부터 음식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 일회용 수저, 그리고 포장 시 사용되는 고무줄과 스테이플러까지.
식사가 끝나고 쓰레기를 치울 때면 왠지 모를 불편함이 함께 느껴지곤 했다.
어디를 가든 일회용품 사용이 자연스러운 요즘이지만, 잠깐의 편안함이 환경에 끼치는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재활용이 어려운 배달 용기가 대다수고, 또 재활용을 위해 잘 씻어서 배출하는 경우도 적거니와 애초에 재활용을 포기하고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환경의 날을 기념해 환경을 위한 하루를 살아보며 자차 이용을 줄이고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축구 경기장에서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을 사용했는데, 생각보다 편리했고 우리 주변에서도 환경을 위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정부는 물론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처럼 친환경 움직임을 주요 정책으로 선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미 일부의 배달 플랫폼과 음식점에서는 다회용기 배달 및 수거를 적극 장려하고 있고, 스포츠 경기장 등 일부 시설에서도 다회용기 사용에 대해 많은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경기장 방문 이후 다회용기 사용에 관심을 갖고 알아보던 중 국내 대표 워터파크 중 한 곳에서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을 전면 사용한다고 발표하며 환경부와 협약식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침, 오랜만에 온전한 휴가가 주어졌고, 여름을 맞아 물놀이를 즐기고 싶었기에 워터파크에 방문해 휴식도 즐기고, 친환경 정책이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워터파크에서 식사할 때 함께 포함된 음료의 컵을 다회용 컵으로 제공받았다. 반투명 민트색의 다회용 컵은 청결과 디자인 부분 모두 우수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날. 더위를 피해 워터파크로 먼저 향했다.
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되기 전임에도 사람이 꽤 많았다.
튜브와 함께 물 위를 떠다니고, 파도 풀에 몸을 맡기며 놀다 보니 어느새 출출해졌다.
이상하게 물놀이만 하면 더 배고파지는 것 같다며 조금 이른 점심을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음료가 포함된 음식을 주문하고 계산을 마치니 어딘가 낯선 민트색 컵을 함께 제공 받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하얀색 종이컵이었던 음료 컵이 7월부터 다회용 컵으로 바뀐 것이다.
직원은 다회용 컵 사용 후 가까운 반납함에 편리하게 반납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제공 받은 다회용 컵은 반투명으로 되어있어 수월하게 청결을 확인할 수 있었고, 예쁜 텀블러처럼 색도 마음에 들어 들고 다니며 마시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식사를 마친 후 가까운 다회용 컵 회수함에 다회용 컵을 반납했다. 워터파크 곳곳에서 다회용 컵 회수함을 마주할 수 있어 반납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자리를 잡고 주변을 둘러보니 모든 테이블 위에 다회용 컵이 놓여 있었다.
하루에 식당에 방문하는 인원이 수천 명 수준이라고 하는 데 여기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컵만 줄이더라도 배출되는 쓰레기가 대폭 줄어들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조금 더 물놀이를 즐긴 후 목이 말라 다른 가판을 찾았다.
슬러시를 판매하는 매대에서도 다회용 컵을 만날 수 있었다.
보통 다회용 컵이라고 하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음료 위주로 제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슬러시 등 기존에 종이나 플라스틱 컵에 제공되던 상품 대부분이 다회용 컵에 제공된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음료 가판에서도 다회용 컵을 제공했다. 보증금이 없어 기존 다회용 컵보다 편의성이 높게 느껴졌다.
한쪽에 놓여있는 플라스틱 컵이 보여 직원에게 물어보니 직원은 다회용 컵 사용 정책이 얼마 되지 않아 이전에 사용하던 일회용 컵 재고가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고객이 일회용 컵을 요청하면 재고에 한해 제공하고 있지만, 모두 소진된 후에는 다회용 컵만 사용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가판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다회용 컵 사용에 거부감을 표하지는 않는지 물어보니 "워터파크 내 다회용 컵 사용이 시작된 7월 1일 이후 아직 단 한 분도 일회용 컵을 요청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다회용 컵 수거함도 많이 배치되어 있어 어디에 반납해야 하냐는 질문도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본격 시행된 다회용 컵 사용, 현장에서 느낀 괴리감은 전혀 없었다.
이용객들은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을 거부감 없이 이용했고, 마치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용 후 반납함에 컵을 넣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경기 광주에서 방학을 맞아 친구와 워터파크를 찾은 김지영(20대, 대학생) 씨는 다회용 컵을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던 것처럼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면서 "다회용 컵 수거함 근처에 빈 음료 수거함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더해주었다.
앞선 캐리비안베이보다 조금 일찍 다회용 컵 사용을 시작한 에버랜드. 파크 입장부터 곳곳에 다회용 컵 사용에 대한 안내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놀이를 즐긴 후 바로 옆에 위치한 테마파크로 이동했다.
지난 5월, 환경부와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는 자발적인 다회용 컵 사용에 대한 협약식을 진행했고, 워터파크보다 조금 더 일찍 다회용 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테마파크 내 소수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점에서 다회용 컵을 사용 중이고, 파크 내 곳곳에서 관련 홍보가 진행되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에버랜드를 찾은 한지훈(42, 회사원) 씨는 다회용 컵 사용에 대한 소감을 묻는 말에 "날이 더워 많은 사람이 음료를 구매할 것 같은데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하루에 나오는 쓰레기가 상당할 것 같다"라며
"개인적으로 다회용 컵을 처음 사용해 보는 데 큰 불편함도 없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환경에도 분명 도움 될 것 같다"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워터파크와 마찬가지로 테마파크 곳곳에서 다회용 컵 수거함을 마주할 수 있었다. 보증금 없는 다회용 컵에 이용자들 모두 만족감을 표했다.
한편, 관련 정책을 주관하는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에서는 에버랜드와 캐리비안베이의 다회용 컵 전면 시행에 대해 보증금이 포함되지 않은 다회용 컵 사용은 한정된 공간이라는 특성을 반영한 일회용 컵 감량 방안이라고 말하며
"다회용 컵 사용은 입점한 프랜차이즈는 물론 리조트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며 환경 정책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민관협동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뒤이어 담당자는 다회용 컵 사용 시 세척 등을 포함한 유지관리 비용을 '렌탈비용' 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다회용 컵의 경우 렌탈비용 자체는 일회용 컵에 비해 조금 비싸지만, 매장에서는 일회용 컵 사용 수준의 금액으로 다회용 컵을 이용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지역과 시설에서 다회용 컵 사용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각 파크의 출구에도 다회용 컵 회수함이 놓여 있었다. 담당자는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친환경 정책을 위해 정부는 물론 기업과 민간의 자발적 참여와 많은 관심이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담당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환경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시행해야 하고,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민의 관심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고, 국민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더해질 때 비로소 미래를 위한 환경정책이 자리 잡을 수 있다.
테마파크 내 다회용 컵 사용의 시발점이 된 삼성물산 리조트.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자발적인 친환경 움직임을 보이고, 국민 역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 대한민국에 친환경 정책이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국민의 시선에서 정책 현장의 생동감을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