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체감온도 35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길을 걷던 중 순간적으로 어지러움을 느꼈다.
해가 머리 위로 쨍쨍 내리쬐고 그늘 하나 없는 인도 위에서 땀은 멈출 줄 몰랐고, 주머니 속에서 보조배터리로 충전하고 있던 휴대폰은 어느새 '고온 경고' 알림까지 울리고 있었다.
너무 더워 어찌할 줄 모르겠는 상황 속에서 주민센터에 무더위 쉼터가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실 그동안은 무더위 쉼터가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실제로 찾아가 본 적은 없었다.
그저 노인이나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공간 정도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그 공간이 얼마나 간절한 '피난처'가 될 수 있는지 몸소 느끼게 되었다.
폭염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인 무더위 쉼터. (사진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브리핑)
무더위 쉼터는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가 함께 지정·운영하는 여름철 폭염 대응 시설로, 여름철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대부분은 주민센터·복지관 등 공공시설 내에 마련되어 있고, 일부 은행 지점이나 민간 공간도 쉼터로 운영되고 있다.
보통은 기관에 따라 정해진 시간이 있으며, 폭염 특보가 발령될 때 연장 운영을 하기도 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근처에 있는 자금동주민센터를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무더위 쉼터 표시를 확인할 수 있는 자금동 주민센터의 모습.
입구에 무더위 쉼터 안내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었고, 누구나 들어올 수 있도록 경사로와 계단이 모두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업무처리 공간 옆으로 의자가 놓인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특별히 넓거나 화려하진 않았지만, 실내는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고, 적당한 밝기와 조용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었다.
'쉼터'라는 이름 그대로 잠시나마 땀을 식히고 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었다.
무더위 쉼터는 별다른 절차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 폭염 특보가 내려질 때 노약자 보호를 위해 관할 구청에서 별도로 안내되며, 연장 운영이 결정될 때도 있다는 정보 역시 접했다.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자금동 주민센터 내부의 모습.
무더위 쉼터는 단순히 에어컨이 켜져 있는 공간을 넘어서, 시민 누구에게나 '잠시 멈춰 쉴 권리'를 보장하는 공공 서비스라는 걸 직접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이 건물 2층에 작은도서관이 함께 있다는 점이었다.
주민센터를 통해 연결된 이 도서관은 폭염 속에서 단순히 '버티기'보다는 조용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또 하나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처럼 도심 속 주민센터는 단순한 행정 서비스의 공간을 넘어,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안전하게' 쉴 수 있는 중요한 공공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점심시간이나 이른 오후처럼 외출이 많은 시간대에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대안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는 여름철에는 실질적인 전력 수요 조절 수단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에어컨을 틀 수 없는 가정이나 외부에 오래 머물러야 하는 시민들에게 '쉼터'라는 명확한 대안이 있다는 건 단순한 제도적 접근을 넘어선 '생활 밀착형 정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은행 내부의 고객 대기 공간.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건, 은행도 무더위 쉼터로 지정돼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집 근처에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은행이 있어 직접 방문해 보니, 고객 대기 공간이 쉼터 공간으로 공개되어 있었다.
넓고 시원한 공간에는 의자가 충분히 비치되어 있었고, 안내 팻말에는 쉼터 운영 안내와 폭염 행동 요령까지 함께 제공되고 있었다.
짧은 시간 머무는 고객뿐 아니라, 더위에 지친 인근 시민들에게도 열린 공간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기존에 '은행=금융 업무 보는 곳'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공공의 쉼터로 기능을 확장한 모습이었다.
한편, 이런 폭염 대응 정책이 농촌 지역에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농지법 하위법령 개정을 통해 농업진흥지역 내에도 폭염·한파 쉼터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제 농업인 주택이나 작업장 인근에도 무더위 쉼터를 만들 수 있어, 영농 활동 중인 농업인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쉼터 외에도 근로자 숙소, 농수산물 가공시설 등 다양한 공간에 대한 설치 규제가 완화되며, 지역 맞춤형 개발을 위한 자치단체 권한도 확대되었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은행에서도 피할 수 있는 무더위.
폭염이 일상이 되어가는 요즘, '어디에서 어떻게 쉴 수 있는가'는 건강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다.
무더위 쉼터는 시민이든 농업인이든 모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본격적으로 더워지는 7월과 8월, 우리 동네 쉼터 한 곳 알아두는 것도 작지만 확실한 대비가 될 수 있다.
'폭염을 견디는 방법'은 때로 아주 가까운 공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번 체험을 통해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동하다가, 혹은 야외 활동을 하다가 견딜 수 없는 더위에 힘들 때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주변의 무더위 쉼터를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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