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읽은 책 제목을 쭉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살인이 벌어졌고, 탐정이 나왔고, 용의자가 넘쳐났다.
매일 책을 읽지만, 내가 머무는 곳은 언제나 범죄 현장이었다.
나는 애독자이지만 심각한 편독자다.
그런 내가 새로운 독서의 문을 열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북클럽' 이었다.
10명의 북멘토단과 함께하는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북클럽. (출처 =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북클럽)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북클럽' 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잠재 독자를 대상으로 기획한 사업이다.
1년 이상 책을 읽지 않은 국민들이 '한 장' 을 시작으로 '한 권' 을 읽게 되는 과정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월별·상시 독서 챌린지, 그에 따른 리워드와 상품, 분야별 북멘토단과의 소통, 온라인·오프라인 강연, 뉴스레터와 북큐레이션까지 다양한 독서 활동이 준비돼 있다.
북클럽을 하면 특별한 혜택이 주어진다!
나는 편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북클럽을 체험하기 위해 참여를 결심했다.
평소였다면 '문화·예술' 외 다른 분야에는 관심이 없었을 텐데 북클럽 체험 목적에 맞게 '공감·소통' 분야를 골라보았다.
그리고 5월 말부터 6월 말까지, 매일 3줄 이상의 독서 감상평을 남기는 '독서로그 챌린지' 와 '출석 체크' , '독서 한 컷' 챌린지 등을 수행했다.
독서로그는 난이도에 따라 인증(쉬움)·문장 남기기(보통)·일기 작성(어려움)으로 나뉘는데, 나는 보상으로 지급되는 북코인을 조금 더 얻기 위해 매일 '어려움' 단계에 도전했다.
한 달 뒤, 내 독서 기록은 여전히 추리소설 천지였다.
역시 익숙한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6월 한 달간 열심히 달린 독서 인증 챌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북클럽이 가진 힘은 분명하다.
그 효과를 체감한 계기가 바로 '새로운 분야를 통한 위로와 통찰'이었다.
나는 북멘토 정용실 아나운서가 추천한 <공감의 언어>를 읽었다.
낯선 분야였지만 덕분에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문장을 만날 수 있었다.
"껄끄러운 말도 해야 할 때가 있다."
관계에서 늘 듣는 편이었던 나는, 일방적인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듯한 관계에 지쳐 있었다.
이 챕터를 읽고 솔직하게 내 마음을 표현할 용기를 얻었다.
북멘토와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라이브 줌 강연.
또 다른 선물은 북멘토 강연이었다.
7월에는 김민식 전 MBC PD의 온라인 강연을 들었다.
'100세 시대, 끝없이 도전하며 나를 찾는 시간' 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 강의에서, 북멘토는 인생 2막을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어떻게 열어왔는지를 생생하게 들려줬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입니다", "루틴은 나를 지키는 비법입니다", "도전이 없는 삶이야말로 어중간한 인생입니다" 같은 말들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무엇보다도, 이런 만남이 '나라에서 만든 자리' 라는 점이 감사했다.
이 또한 북클럽의 큰 의미다.
매달 북멘토가 직접 쓴 '북멘토의 편지'가 날아온다. (출처 =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북클럽)
북클럽 참여자에게는 매달 챌린지 결과에 따라 북코인 리워드가 주어진다.
나는 탐색·도전 단계로 커피 기프티콘과 독서대를 받게 되었다.
소소하지만 꾸준히 활동한 보상이 이렇게 돌아오니 독서 습관을 유지하는 데 큰 동기가 된다.
또 매달 북멘토가 직접 쓴 '북멘토의 편지' 형식의 뉴스레터도 받을 수 있어, 분야별 독서의 흐름을 따라가며 멘토와 연결된 듯한 느낌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점은 '함께 읽는 즐거움'이었다.
늘 혼자 읽고 마는 나였지만, 이번에는 누군가의 독서 일기를 읽고, 내 감상에 댓글이 달리고, 또 다른 사람의 책 선택에 관심이 생겼다.
독서를 통해 관계가 열리고, 글이 오가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나의 독서 성향은 무엇? 좋은 취지로 시작한 만큼, 앞으로 더 발전하는 북클럽이 되기를 바란다. (출처 =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북클럽)
아쉬운 점도 있다.
초반에는 챌린지가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자주 바뀌는 운영 방식도 혼란스러웠다.
또한 단순 인증사진 중심의 구성은 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사업은 1년 이상 책을 읽지 않는 시민, 즉 잠재 독자를 대상으로 한 만큼, 인증사진 중심의 챌린지는 독서 초보자의 습관 형성을 돕기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매일 독서 미션을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책을 좋아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초보자뿐 아니라 애독자들에게도 반복적 인증 방식은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나 역시 중간에 독서 권태기가 찾아와 챌린지는 물론 책 자체를 손에 들고 싶지 않았다.
단순한 인증보다는 참여자 각자의 독서 경험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구조로 보완된다면, 더 많은 이들이 지속적으로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상시 모집 중이니 같이 책 한 장 읽어요~ (출처 =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북클럽)
독서란 결국 나 자신을 더 잘 알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북클럽'은 그 여정의 방향을 살짝 바꿔주는 좋은 자극이었다.
책을 좋아하지만, 익숙한 장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나에게, 북클럽은 또 다른 독서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그 문 너머에서 나는 낯선 책, 낯선 사람, 낯선 나 자신을 만났다.
내년에도 이 사업이 더욱 단단해져서 더 많은 국민이 '읽는 삶'에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
새로운 독서의 계기를 찾고 싶은 분들이라면, 10월까지 계속되는 모집 기간에 한 번 문을 두드려보시길 권한다.
☞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북클럽 참여 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