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오픈 냉장고에 진열된 각종 제로 음료들.
생수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각종 음료가 진열된 냉장고 안에 '제로(ZERO)'라는 단어를 앞세운 수많은 제품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흔히 아는 탄산음료와 이온 음료는 물론 주류, 유제품, 의약외품(숙취 음료, 자양강장제, 구강청결제)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많았다.
순간 음료 외에 또 다른 제로 제품은 없는지 궁금했다.
여러 매대를 둘러본 지 약 5분쯤 지났을까?
10여 평 남짓의 작은 편의점 안에서 발견한 제로 제품은 아이스크림, 과자, 젤리, 초콜릿, 라면, 즉석조리식품 등 매우 다양했다.
며칠 후 방문한 대형마트에서는 최근 새롭게 출시한 씨리얼, 쿠키, 단백질 음료 등의 제로 제품도 발견했다.
이들 제품은 각각 시식 코너를 운영하며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한 유명 제과 업체가 판촉 중인 시식대에서 소분된 쿠키 한 조각을 맛봤다.
설탕 및 당류 제로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달콤한 맛이 났다.
만약 제로 쿠키임을 모르고 먹었다면, 일반 쿠키와의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엄마, 어떻게 밥알이 있는 식혜가 영(0) 칼로리야?"
과자 진열대 옆 음료 코너에서는 한 아이가 엄마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페트병 속 밥알을 확인하며 매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제로 칼로리 식혜에 들어간 밥알의 핵심은 당분을 제거하는 효소에 있다고 한다.
효소 분해를 통해 밥알 속 당화액을 뽑아내기 때문에 칼로리가 거의 없는 밥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트에서 구매한 다양한 제로 제품들.
지금 대한민국은 제로 식품 열풍이 거세다.
아침은 제로 씨리얼, 점심은 제로 베이글과 제로 잼, 저녁은 제로 덮밥.
마음만 먹으면 하루 세 끼 식단을 제로 식품으로 채울 수 있을 정도다.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 트랜드가 식문화 전반을 바꾸고 있다.
이에 식품 업계는 앞다퉈 제로 슈거 또는 저당, 논(non) 카페인과 같은 제로 제품들을 출시 중이다.
정부도 우리 국민의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나트륨 및 당류 저감을 위한 정책을 10년 넘게 추진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당류 섭취량 및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 (출처 = 식약처)
나이별 1일 총열량 대비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 비율. (출처 = 식약처)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국민의 나트륨·당류 섭취 실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료는 '건강 위해 가능 영양 성분(나트륨·당류) 저감 정책'의 근거를 강화하고 건강한 식생활 실천 환경 조성에 기여하고자 마련된 것으로 최근 5년(2019~2023)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와 식품공전 분류체계를 활용하여 섭취량과 주요 급원 등을 분석했다.
나트륨과 당류는 우리 인체에 필요한 영양 성분이지만, 과잉 섭취할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에 맞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당류의 하루 섭취 권고기준은 1일 총열량의 10% 미만으로, 예를 들어 하루 2000kcal 섭취할 때, 당류로 환산하면 50g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하루 평균 섭취하는 당류는 35~36g 정도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 이내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자 어린이 및 청소년, 청년층의 경우에는 42~46g으로 1일 총열량의 10%를 초과하여 섭취하고 있었는데, 당 함량이 높은 빵류, 과일 및 채소음료(가당), 아이스크림 등을 많이 섭취한다고 분석했다.
단, 최근 제로 음료의 유행으로 음료류에서 섭취하는 당류는 5년 전에 비해 9.5%가 감소한 결과가 눈에 띈다.
☞ (보도자료) 식약처, 국민의 나트륨·당류 섭취 실태분석 결과 발표
감미료가 들어간 식품은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식품첨가물의 종류와 용도를 표시하고 있다.
당류가 없는 제로 식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제로슈거 제품의 영양 정보 및 원재료명을 보면, 다양한 감미료가 첨가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수크랄로스, 사카린나트륨, 말티톨(당알코올) 등 총 22종의 감미료가 허용되어 있다.
이들 감미료는 종류에 따라 설탕 대비 수백 배 이상의 감미도를 지니고 있어 극소량을 사용해도 단맛이 나게 할 수 있다.
'식품첨가물의 기준·규격 재평가'에 따르면, 1일 섭취 허용량(ADI) 대비 섭취 수준은 아스파탐 0.12%, 아세설팜칼륨 0.31%, 수크랄로스 0.18%, 사카린나트륨 1.41% 등이디.
우리나라 국민의 감미료 섭취량은 안전한 편이다.
2026년 1월부터 개선·적용하는 감미료와 열량 정보 매뉴얼. (출처=식약처 공식 유튜브)
그런데도 제로 식품 섭취와 관련하여 몇 가지 주의 사항이 있다.
우선 제로 슈거가 제로 칼로리는 아니라는 사실.
이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내년 1월부터 표시 사항을 개선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당류 대신 사용하는 감미료와 열량 정보 등을 제로 슈거 표시와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제로 음료만 마시면, 복통에 설사한다는 사람이 있다.
이는 에리스트롤, 말티톨 같은 당알코올 때문인데, 특히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증상이 심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설사 유발 가능성이 낮은 감미료인 '스테비아' 함유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또한 제로 관련 신제품을 먹을 때, 먼저 소량 섭취하여 몸의 반응을 관찰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 (영상) '제로 슈거'라고 해서 '제로 칼로리'일까
한 뼘 더,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정책스토리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