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지금 경주를 방문한다면 이미 종료된 '역사 속의 연경당', '서라벌 풍류'를 제외한 4개의 문화 행사를 체험할 수 있다.
그중 나는 <2025 한국공예전 '미래유산'>을 관람하기로 했다.
업사이클링은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다. 쓰임을 다한 재료들이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항상 많은 흥미를 느끼게 한다.
<2025 한국공예전 '미래유산'>은 보문관광단지 내 천군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리고 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 전시에 관해 물어보니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2층으로 올라가 먼저 자유롭게 관람한 후 1층의 남은 전시관을 둘러보면 된다고 안내받았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다양한 갓이 전시된 공간. 며칠 전 인터넷을 통해 전통 갓을 만드는 데는 한 달이 더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안타깝게도 전통 갓 제작 기술을 전수받는 사람이 없어 우리 유산이 소멸할 수도 있다는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미래유산-우리가 남기고자 하는 것들에 관하여" 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공예전은 총 36명의 작가가 참여해 66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마다 개성이 뚜렷했지만, 특히 다양한 전통 갓을 전시된 공간과, 업사이클링으로 새롭게 생명을 얻은 공예품들이 인상적이었다.
실내 전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아름다운 보문호를 배경으로 펼쳐진 야외 전시에 관심을 가져보자.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체험을 곁들여 독특한 추억을 남기게 해준다.
해당 전시는 오는 11월 30일까지 천국복합문화공간에서 개최되는데, 바로 앞의 유명 관광지인 경주대공원과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됐다.
만약 실내 전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보문호를 따라 펼쳐지고 있는 APEC 2025 기념 야외 전시를 즐겨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보문호를 배경으로 가볍게 산책을 즐기며 감상할 수 있는 야외 전시는 총 7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첫 번째 전시인 <스물하나의 달>로 향했다.
디지털 미디어로 꾸며진 야외 전시 <스물하나의 달>은 관람객이 정보무늬(QR)를 인식해 디지털 팸플릿을 열고, 자신이 원하는 신라시대의 계급을 선택한 뒤, 이름을 입력하면 그 결과가 전면 디스플레이에 실시간으로 나타나는 참여형 전시였다.
첫 번째 전시인 스물하나의 달.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랐었다. 나만의 이름을 지어 신라시대 승려가 되어보고자 했으나, 괜스레 부끄러워져 방문객들이 참여하는 것만 바라보다 자리를 옮겼다.
현장에서 안내하고 있던 스태프에게 전시에 관해 물어보니 생각보다 외국인 방문객들이 흥미를 보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만약 본인이 작성한 내용이 노출되길 원하지 않는다면, QR 인식 후 개인 소장도 가능하다" 라고 설명했다.
참여를 권유받았지만, 보기보다 부끄러움이 많은 나는 그저 웃어 보이며 다음 전시로 향했다.
두 번째 전시는 '달빛 무늬'다. 통일신라 시대의 전통 문양과 유물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산책로를 따라 전시한 작품들이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작품들은 실제 유물을 마주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현장에선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는 등 추억을 쌓아가고 있었다.
두 번째 전시인 달빛 무늬. 교과서에서만 만나던 문양이 산책로를 따라 꾸며지니 또 다른 매력이 가득했다. 추후 경주를 다시 찾는다면 기꺼이 시간을 내어 다시 걸어보고 싶은 야외 전시였다.
첫 번째 전시인 스물하나의 달부터 마지막 일곱 번째 전시 천년의 신비, '내일을 날다'까지 모두 관람하려면 1시간가량이 소요될 것 같다.
다만, APEC 정상회의가 진행되는 중에는 보문호 일대의 보안이 강화되어 일시적으로 출입이 통제되거나, 검문이 진행될 수 있다고 한다.
작품들을 보다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정상회의가 종료된 직후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불확실성의 시대,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각국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APEC은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질서와 협력 구조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의 눈이 집중된 경주에서, 대한민국이 이번 회의를 통해 세계의 중심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