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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키 대신 운동화 끈을 묶었습니다, 차량 2부제가 바꾼 나의 일상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차 키를 내려놓고 대중교통을 선택
수도권보다 어려운 지방의 대중교통 환경, 불편함 속에서도 이어진 실천
차 대신 걸었던 두 달, 민들레와 함께 발견한 느림의 미학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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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바쁜 일상 속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것들을 돌아보게 합니다. 자동차에 올라타 목적지만 바라보며 이동하는 삶에서는 길가에 핀 작은 꽃 한 송이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4월 8일부터 적용된 정부의 에너지 절약 정책은 저의 일상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정부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에너지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기관 차량 2부제와 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공공부문이 먼저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고 이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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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학에 근무하는 필자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차량 2부제가 의무 적용되면서 기존의 자가용 출퇴근 대신 대중교통과 도보를 활용하는 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어느덧 제도가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났고, 그동안의 변화는 생각보다 적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불편했습니다. 충북 충주에서 생활하는 저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였습니다. 출근은 물론 업무와 약속, 주말 외출까지 대부분 차량에 의존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차량 2부제가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동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차 시동을 걸었을 시간에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고, 자동차 대신 시내버스와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문득 공익광고의 한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걸지 말고, 걸으세요."
차 키로 차량을 몰지 말고, 걸으라는 공익광고의 내용처럼 모습은 비슷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차 키의 시동을 거는 대신, 저는 두 발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변화는 출퇴근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충주와 서울을 오가는 상황에서 직접 운전하기보다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자동차 대신 고속버스를 이용하면서 오가는 버스를 이용하며 이동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났습니다.
예전에는 운전에 집중해야 했던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업무 자료를 정리하거나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이동 자체가 또 다른 휴식이자 여유가 됐습니다.

정부의 에너지 절약 정책은 직장에서도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차량 2부제가 시행되면서 일부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카풀을 시작했고, 대중교통 이용 횟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났습니다.
한 직원은 "처음에는 번거로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만족스럽다"라며 "기름값 부담도 줄고 출퇴근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할 시간도 생겼다"라고 전했습니다. 정책 때문에 시작한 카풀이지만, 지금은 생활의 일부가 된 것 같다고 합니다.

사실 지방에서 차량 이용을 줄인다는 것은 수도권보다 훨씬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서울처럼 몇 분 간격으로 버스가 오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 노선은 하루 운행 횟수가 10회 남짓에 불과하고, 시간표를 놓치면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에 맞춰 공공기관 직원들은 차량 운행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공공기관과 대학 캠퍼스 곳곳에는 차량 2부제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고, 공영주차장에는 차량 5부제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정책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불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 중소 도시에서 이를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묵묵히 정책에 동참하고 있었고, 에너지 절약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생활 방식을 바꾸고 있었습니다.

두 달 동안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이동 수단보다 시선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던 풍경들이 이제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출근길 도로변에 피어난 민들레를 발견했고, 봄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늘 지나던 길이었지만 천천히 걷다 보니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나무와 골목, 계절의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빠르게 지나갈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속도를 늦추자 비로소 보였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자세히 봐야 보이는 풍경들이 일상에 숨어 있었습니다.

몸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걷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운동량이 많아졌고, 출퇴근 자체가 가벼운 운동이 됐습니다. 차를 이용할 때보다 몸이 가벼워졌고, 하루를 시작하는 활력도 커졌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뒀던 건강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10년 만에 헌혈도 할 수 있었죠.
돌아보면 차량 2부제는 단순히 자동차 운행을 줄이는 정책이 아니었습니다. 에너지 절약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동참하는 과정이었고, 동시에 자신의 생활 방식을 돌아보게 만든 계기였습니다.
민들레가 피고 지는 모습을 봤고, 봄이 여름으로 넘어가는 과정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목적지까지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그 과정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느냐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어쩌면 정책의 진짜 의미는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숫자로 기록되는 절감 효과를 넘어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조금씩 바꾸고, 우리가 잊고 지냈던 일상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차량 2부제가 시행된 지난 두 달, 저는 차 시동을 걸지 않고, 걸음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걸으면서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천천히 가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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