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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긴 후기가 갑자기 사라졌다면? 개정된 전자상거래법
[하반기 달라지는 정책]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21일부터 시행
쇼핑몰 리뷰 페이지 첫 화면에 '후기 작성·삭제 기준' 공개 의무화
개인 판매자 신원정보 확인 범위 합리화, 국내 대리인 지정 기준 마련
반복적 법 위반 시 과징금 가중 강화
가볍게 입을 티셔츠 하나가 필요했다. 폭염이라 외출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사기로 했다. 늘 온라인 구매를 할 때는 직접 입어보거나 옷감을 만져볼 수 없어 다른 사람의 후기를 찾아보게 된다. 사진이나 설명이 아무리 자세해도 실제로 어떤지 알기 어려워 결국 먼저 사본 사람의 후기를 믿고 주문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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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기를 읽다 보면 늘 찜찜했다. 맨 위에 나오는 베스트 리뷰가 왜 베스트인지 기준을 알 수 없고, 별점이 낮은 후기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도 이유를 몰랐다. 실제로 옷을 산 사람이 쓴 글인지, 안 산 사람도 쓸 수 있는지도 헷갈렸다. 후기를 믿고 사는데 정작 그 후기가 어떤 기준으로 올려지고 삭제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셈이다.
그러다 보니 잘못 사서 마음에 들지 않은 적도 있다. 반품비가 아까워 그냥 놔둔 옷들이 집 안에 보일 때면 후회가 밀려왔다.
"이거 뭘 참고해서 사야 하니? 네가 그때 후기 보라고 해서 봤는데 다 좋다는 말만 있구나."
온라인 쇼핑이 낯선 어르신들은 더 불편하시지 않을까. 얼마 전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께 쇼핑 앱을 알려드렸더니 온라인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기 시작하셨다. 처음엔 편리하다고 좋아하셨는데 요즘엔 이용하기 까다로워진 모양이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나조차도 어떤 후기를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운데 어머니는 더 답답하셨을 것이다.

'이런 답답함이 줄어들 수 있을까?' 하반기 달라지는 정책 중 하나인 전자상거래법 시행령 개정은 이러한 답답함을 줄여줄 신호탄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정된 '전자상거래법 시행령·시행규칙 및 과징금 고시'가 지난 7월 21일부터 시행됐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쇼핑몰 사업자는 소비자가 후기를 확인하는 첫 화면에서 네 가지 핵심 정보를 반드시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사업자가 첫 화면에 명시해야 하는 기준은 실제 구매 확정 고객 등 누가 후기를 쓸 수 있는지 나타내는 작성 자격과 후기가 언제까지 보이는지 나타내는 게시 기간이 포함된다. 여기에 추천 순위가 어떤 기준과 점수로 정해지는지 보여주는 정렬 기준, 그리고 어떤 경우에 후기가 지워지고 억울하게 지워졌을 때 어떻게 항의하는지 안내하는 삭제 기준 및 이의제기 절차가 함께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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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들으니 어렵게 느껴져 티셔츠를 구매하려던 쇼핑 플랫폼 리뷰 화면에 들어가 봤다. 리뷰 화면 한쪽에 '리뷰 운영' 버튼이 보였다. 버튼을 눌러보니 그동안 그 사이트 내에서 궁금했던 기준들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내가 이용한 플랫폼은 작성 자격이 '상품 구매 후 구매 확정을 한 사람'에게만 주어졌다. 또 그 후기 작성 권한은 배송이 끝난 날부터 90일 동안만 유지된다고 적혀 있었다. 구체적인 작성 기간이나 조건은 플랫폼마다 다르게 정할 수 있지만, 이렇게 첫 화면에 분명히 적어두어 소비자가 미리 확인하고 신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걸 확인하고 나니 이 화면에 있는 후기들은 진짜 옷을 사서 입어본 사람들이 쓴 글이 맞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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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 기간에 관해서도 나와 있었다. 구매자가 쓴 후기는 쇼핑몰 규칙에 따라 지워지거나 그 상품의 판매가 끝날 때까지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예전에 봤던 낮은 별점 후기가 사라진 이유가 상품 판매가 끝나서였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이었는지 이제는 구분해 볼 기준이 생긴 것이다.
정렬 기준도 자세히 나와 있었고 삭제 기준과 이의제기 절차도 눈에 띄었다. 같은 글에 여러 사람이 계속 신고를 남기면 비공개 처리될 수 있고, 규칙을 어기면 지워질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또한 후기가 지워졌을 때 작성자가 직접 고객센터 전화나 이메일로 이의를 신청할 수 있으며 이때 주문 번호와 상품명을 알아야 한다는 안내도 있었다. 이의 신청을 하면 48시간 안에 결과를 알려주고, 시간이 더 걸리면 48시간 안에 진행 상황을 먼저 알려준다는 구체적인 시한도 명시돼 있었다.

이렇게 후기 기준을 확인하고 나니 한결 마음 편하게 옷을 고를 수 있었다. 후기 내용이 내 취향에 맞는지와 별개로, 적어도 그 후기가 어떤 규칙과 시스템으로 관리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규칙에 따라 작성된 후기를 찾아 읽은 뒤 주문했다.

쇼핑 플랫폼의 리뷰 운영 정책을 자세히 확인해 보고 나니 다른 곳은 어떻게 돼 있는지 궁금해졌다. 자주 가던 여러 쇼핑 플랫폼에 들어가 보니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어떤 곳은 기준이 잘 안내돼 있었지만, 일부 상품 페이지에는 아직 예전 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기도 했다.
특히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는 후기 공개 규칙 말고도 중요한 내용들이 함께 포함돼 있다.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 피해 구제안과 거래 환경 개선안을 제시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속하게 사건을 끝내는 동의의결제가 도입됐다. 지루하고 복잡한 재판을 거치지 않고도 소비자가 빠른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중고 거래 같은 개인 간 거래에서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본인 확인 절차를 전화번호와 이메일 중심으로 간소화했다. 여기에 한국 이용자가 많은 해외 직구 플랫폼에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해 한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았을 때 소통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다.
물론 법이 시행됐다고 해서 지금 당장 모든 쇼핑몰이 완벽하게 바뀌어 있는 것은 아니다. 쇼핑몰들이 시스템을 바꿀 수 있도록 3개월의 계도기간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도기간이 끝난 뒤에도 이 공개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시정명령이나 최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영업정지 같은 행정 제재를 받게 된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쇼핑몰이 첫 화면에 이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법을 계속 어기는 사업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다. 법을 반복해서 어기면 과징금을 1회 반복 시 최대 50%, 4회 반복 시 최대 100%까지 더 가중해서 물게 했다. 반대로 잘못을 스스로 고쳤을 때 과징금을 깎아주던 비율은 기존 최대 30%에서 10% 이내로 줄여 법을 어겼을 때의 책임을 한층 엄격하게 만들었다.

결국 이번 개정안 중 후기와 관련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이렇다. 내가 보는 후기가 어떤 규칙으로 정해지고 관리되는지 알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물론 후기 규칙이 투명해진다고 해서 산 옷이 무조건 마음에 들 거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예전처럼 기준을 몰라서 후기만 보고 잘못된 선택을 하던 일은 이제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나처럼 직접 입어보지 못하고 후기를 보고 구매하는 사람에게 이 문구 하나가 안심하고 장바구니를 채울 수 있는 든든한 안전장치가 되고 있다. 나 역시 누군가를 위해 옷이 도착하면 플랫폼 규칙에 따라 후기를 올려야겠다.
☞ (보도자료) 전자상거래법 시행령·시행규칙 및 과징금 고시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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