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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없이, 당당하게! '모두의 생리대'

[하반기 달라지는 정책] 공공생리대 지원 시범사업 '모두의 생리대'
일상 속 필수 위생용품, 소득 취약계층 등 필요한 누군가에게 귀중한 손길 되길

2026.08.20 정책기자단 박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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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약속 장소로 향하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모두의 생리대'라고 적힌 자판기였다.

이름만 보면 누구나 쉽게 의미를 짐작할 수 있지만, 공공시설에서 생리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조금은 낯설게 느껴져 따로 찾아보니,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침, 필자가 생활하는 서울 은평구가 시범사업 지역에 포함돼 있어 다시 한번 집 주변 자판기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생리대는 선택적으로 구매하는 물건이 아니라, 월경을 하는 사람이라면 오랜 기간 매달 반복해서 구매해야 하는 필수 위생용품이다. 한 번의 구매 비용만 보면 큰돈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매달 그리고 수십 년간 이어지는 지출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되는 비용이기도 하다.

특히 저소득 가구 청소년이나 경제적 여유가 크지 않은 1인 가구 등에는 이러한 고정적인 지출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국내 생리대 가격을 둘러싼 논란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2016년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생리대를 구매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대체용품을 사용한다는 이른바 '깔창 생리대' 문제가 알려지면서 큰 사회적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후 생리용품 지원과 가격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확대됐다고 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필요한 생리용품을 충분히 구매하거나,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은 '생리 빈곤'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외에서 논의되고 있다. 

생리대를 살 돈이 부족하다는 의미에 더해서 생리용품과 위생 시설 등에 충분히 접근하지 못해 일상생활과 교육, 사회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모두의 생리대 안내문
모두의 생리대 안내문 (본인 촬영)

이런 상황에 우리 정부에서도 올해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바로 공공생리대 지원 시범사업인 모두의 생리대다.

성평등가족부는 2026년 서울 은평구를 포함한 전국 12개 기초 지방정부에서 공공생리대 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시설에 생리대 지급기를 설치해 필요한 사람이 별도의 자격 확인이나 신청 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기존에도 취약계층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용품 구매비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었지만, 모두의 생리대는 한발 더 나아가 특정 소득이나 연령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만 생리용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누구나 필요한 순간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넓혔다는 점이 특징이다.

행정복지센터와 도서관, 청소년시설, 보건소 등 시범 지역 내 다양한 공공시설에 지급기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에서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생리대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우리는 공공화장실에 화장지가 있다고 해서 이용자의 소득이나 나이를 묻지 않는다. 손을 씻기 위한 비누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본적인 위생용품이기 때문이다.

모두의 생리대 역시 생리대를 특정한 누군가에게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지원 물품에서 벗어나,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순간 이용할 수 있는 기본 위생용품으로 바라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은평구 모두의 생리대
은평구 모두의 생리대 (본인 촬영)

필자가 직접 찾아간 곳은 '서울청년센터 은평'이다.

처음에는 지급기가 건물 로비나 복도처럼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돼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찾아가 보니, 모두의 생리대 지급기는 서울청년센터 은평 2층과 3층 여자 화장실 내부에 설치돼 있었다.

직접 이용해 보니 오히려 이 위치가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리대가 필요한 바로 그 공간에서 곧바로 이용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생리대를 요청하거나 직원에게 별도로 문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편리했다. 사용 방법도 어렵지 않았다. 

실제로 다른 이용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지급기가 화장실 내부에 설치돼 있어 이용 장면을 촬영하거나 화장실 안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는 어려웠다. 

대신 평소 청년센터를 이용하며 종종 마주쳐 인사를 나누던 이용자 두 명에게 화장실 밖에서 모두의 생리대를 알고 있는지 물어봤다.

한 이용자는 이미 지급기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는 "생리대가 없어서 급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잘 사용했다."라며 실제로 도움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생리대가 필요한 순간 바로 이용하면서 공공생리대의 필요성을 직접 체감했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이용자는 지급기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모두의 생리대를 알고 있는지, 평소 이용하는지를 묻자 "이런 게 있는지 몰랐다. 이제 알았으니 필요할 때 자주 이용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아무리 유용한 정책이라도 필요한 사람이 존재 자체를 모른다면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번 취재 역시 그런 의미에서 시작됐다.

약속 장소로 가던 길에 우연히 모두의 생리대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가까운 곳에 이런 지급기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쳤을지 모른다.

이 기사를 통해 모두의 생리대를 처음 알게 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많아졌으면 한다. 특히 시범사업 지역에 생활권을 두고 있다면 가까운 공공생리대 지급기가 어디에 있는지 한 번쯤 확인해 보길 권한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알아두는 것만으로 갑작스럽게 생리대가 필요한 순간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생리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만 이용해야 하는 서비스는 아니다.

갑작스럽게 생리대가 필요한 사람, 가지고 나온 생리대가 부족한 사람, 외출하면서 깜빡 잊은 사람 등 누구에게나 지금 당장 생리대가 필요한 순간 열려있다.

그런 점에서 모두의 생리대라는 이름은 사업의 취지를 잘 보여주는 듯하다.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순간,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필요한 사람들이 그런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모두의 생리대'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활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 성평등가족부 누리집 '모두의 생리대' 안내 바로 가기

☞ (보도자료) 전국 12개 지역 공공시설에서 '공공생리대(모두의 생리대)' 시범서비스 시작

박세아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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