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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발효

시장 창출하는 ‘농업경영인 시대’ 개막

[한·미 FTA 발효] ③ FTA 시대와 농업의 활로

농식품 수출 100억 달러 목표…휴대폰 능가하는 고부가가치 산업

2012.03.16 FTA 국내대책본부

FTA 시대 농업은 도전과 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농민들로부터 희망의 빛이 보인다. 품질을 높여 ‘무장’한 뒤 해외로 눈을 돌리고, 또 다른 부가 가치로 내수를 키우는 이들이 FTA 시대 한국 농업의 새로운 표준을 창출하고 있다. 농식품 수출 100억 달러 시대, 한국 농업의 새로운 도전과 활로 개척을 집중 점검했다. <편집자>

한국 농업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FTA 시대의 도래가 한국 농업의 위기라는 고정 관념을 이제는 타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문한필 박사팀의 ‘농산물 수출 증대의 요인과 경제적 파급 효과’ 보고서가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을 웅변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신선 농산물과 이를 가공한 품목을 수출할 경우 나타나는 고용 창출과 부가 가치 유발 효과가 휴대전화 수출에 비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채소나 과일 등 신선 농산물 수출의 고용 유발 계수는 7.2, 이를 이용한 가공품의 고용 유발 계수는 13.9로 휴대전화 등 통신, 방송 기기(5.5)보다 각각 1.3배, 2.5배 높았다. 부가 가치 유발 계수는 신선 농산물은 0.8206, 가공품은 0.7852로 휴대전화(0.4397) 등에 비해 1.9배, 1.8배 높았다. 취업 유발 계수는 48.7로 휴대전화(6.2)에 비해 7.8배나 큰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이 ‘미래의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다.

친환경 토마토 재배로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농민. 친환경 농법은 FTA시대 우리 농업 활로의 핵심관건이다.(사진=FTA 국내대책본부)
친환경 토마토 재배로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농민. 친환경 농법은 FTA시대 우리 농업 활로의 핵심관건이다.(사진=FTA 국내대책본부)

정부도 FTA 시대 농업의 활로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그 핵심 포인트는 농식품 수출이다. 농식품 수출은 글로벌 경쟁을 통해 국내 농식품 산업의 선진화를 앞당길 수 있는 전략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FTA 확대는 외국 농산품의 수입 확대 의미도 있지만 역으로 우리 농산물의 해외 수출 계기로도 작용한다. 거대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우리 농수산물의 안정성과 높은 품질의 명성이 이미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그간의 수출 정책 성과와 미흡한 점을 분석해 ‘수출지원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개편된 제도에 따르면 최근 선정한 김치, 막걸리, 인삼 등 25대 수출 전략 품목의 중점 육성과 해외공동물류센터 등 인프라 확충이 추진된다. 또 수출 선도 조직 활성화를 통한 창구 일원화 및 기존 원예 단지 통합에 의한 생산 단지 규모화 등 안정적인 공급 체계 구축이 집중 지원된다.

올해 수출 목표를 지난해 76억 달러 수준에서 100억 달러로 늘리고 농협 개혁을 통해 농산품의 판로 확대와 물가 안정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성장 가능성과 농어가 소득 효과가 큰 25개 전략 품목을 선정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농업의 반도체로 평가받는 종자산업 육성이다. 2021년까지 예산 3,985억원을 들여 수출용 종자 20개를 개발하는 골든 시드(Golden Seed) 프로젝트다. 세계 종자 시장 규모는 2008년 700억 달러에서 2020년이면 1,65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약 10억3,000만 달러로 전 세계 시장의 1.5% 규모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민간의 종자 육종 연구 기반 조성, R&D 투자 확대 및 종자 기업 육성 지원 3대 추진 전략을 통해 종자산업을 농업의 반도체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FTA 시대 우리 농업은 진화하고 있다. 부가 가치가 높은 품종의 개발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농업의 새 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 기술의 혁신, 영농의 기업화 등 삼박자가 이뤄낸 결실이다. 농업을 관광산업과 연계하고, 2차·3차 가공식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충북 영동군은 지역 특산물인 포도의 품질을 개량하고, 단순 농산물 판매가 아니라 와인 개발과 관광산업을 활성화해 오히려 수익을 늘렸다. 2005년 영동군은 정부 지원을 받아 지역 4,538개 농가, 영동대학교·㈜와인코리아 등과 함께 영동포도클러스터사업단을 구축했다.

단순히 포도 판매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포도를 이용한 와인, 포도즙 등 가공식품 개발과 포도 농장의 관광화를 통해 상품 가치를 높여 부가 수익을 거두겠다는 전략이었다. 직접적인 영농 지원에 익숙해 있던 농민들은 사업 초기 이 같은 사업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으며 반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과가 나타나자 적극적으로 사업을 끌고 나갔다. 품종  개발에 따라 좋은 포도만을 생산한다는 정책으로 영동군 포도 생산량은 2005년 4만1,125t에서 지난해 3만3,193t으로 줄어들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10.8%에서 12.3%로 올랐다. 한·칠레 FTA 체결 당시 포도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일반의 예상을 뒤집은 결과다.  

국내 딸기 품종 연구 1인자인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센터 이종남(46) 연구사는 최근 관상용 딸기를 개발해 큰 화제가 됐다. 한여름에도 먹고 그 꽃을 감상할 수 있는 관상용 딸기 ‘관하’는 이종남 연구사의 10년 노력의 산물이다.

강원도 강릉시 견소동 고령지농업연구센터 온실에서 생산된 딸기를 들어 보이고 있는 이종남 연구사.(사진=FTA 국내대책본부)
강원도 강릉시 견소동 고령지농업연구센터 온실에서 생산된 딸기를 들어 보이고 있는 이종남 연구사.(사진=FTA 국내대책본부)

이 연구사는 2000년대 초부터 외국의 관상용 딸기 수십 종을 어렵게 입수해 교배를 거듭했다. 6년이 지나도록 그럴싸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2007년 단맛이 높고 사시사철 분홍색 꽃이 피는 새 품종 개발에 성공했다.

이 연구사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던 외국 품종 ‘프러구 딥로즈’의 가격은 현재 1립(딸기 한 개에 있는 씨 전체)에 500원, 종묘 1주에는 300원 수준이다. 이보다 더 뛰어난 ‘관하’는 보급이 확산되면 200원 정도에 팔 수 있게 된다. 도심 가로수와 중앙 분리대 화단에도 심을 수 있어 국내 수요도 충분하고, 수출 경쟁력도 인정받고 있다. 

FTA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농업이 친환경, 생물 다양성 기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태곤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FTA 시대 농업은 친환경을 토대로 지역 특성을 살린 고유의 사업 개발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남 하동군의 친환경 농업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동군은 농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미 FTA 체결을 앞둔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천부농·만부촌’ 사업을 추진하면서 매년 13억원씩 지금까지 모두 52억원을 투자해왔다.

생명 산업인 농업 분야의 수입 개방에 맞서 친환경 농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해 현재 벼 600ha, 녹차 419ha, 매실 193ha, 배 37ha, 딸기 9ha 등 51개 작목 2,070ha의 유기농·무농약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군내 전체 농가의 20% 이상인 2,697가구가 친환경 인증을 취득한 것으로, 도내 최다 면적이자 전국적으로 친환경 농업 메카로 부상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작물 재배 효율성을 높여 생산비를 절감하는 등 농업인 스스로 기업인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철선 과수농협연합회 회장은 “전문성을 제고하고 농업 경영의 마인드를 갖춰야 할 때”라면서 “선진국의 농업 경영인들은 가격이 잠깐 오른다고 재배 작물을 바꾸는 식으로 시장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품질을 제고해 높은 가격을 창출하고 시장을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자료제공 = FTA 국내대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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