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3일, 14일 이틀에 걸쳐 중국 상해에서 범정부 크루즈 유치단이 연말까지의 크루즈 유치에 막판 힘을 쏟았다. 해양수산부와 부산, 인천, 제주, 전남, 강원 등 5개 지자체 관계자 50여 명으로 구성된 범정부 유치단이 중국 상해에서 개최된 ‘제10회 중국 크루즈 산업 발전 컨퍼런스’에 참석했던 것.
한국의 대표단이 크루즈 관광객 유치를 위해 홍보 차 중국에 다녀온 것이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다. 정부에서 발 벗고 나서서 이렇게 크루즈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단연 크루즈 입항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의 2014년 자료를 보면 크루즈 관광객 1인당 기항지에서의 평균 지출액이 1,068달러이다. 보통 크루즈 선박에 탑승하는 인원이 3,000명 전후이니 크루즈 한 대가 입항하게 되면 약 38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원달러 환율 1,200원 적용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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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크루즈 관광객 유치활동이 전개되고 있다.(사진=pixabay.com) |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방문한 크루즈 관광객은 2014년 약 95만 5,0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37% 정도 증가했다. 2010년 크루즈 관광객이 약 15만 4,000여 명이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6배 정도 증가한 수치이다. 여기에는 최근 중국 크루즈 관광객이 많아진 점이 한몫했다.
이렇게 매년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크루즈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내수·수출 균형 경제’의 핵심과제로서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올 초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크루즈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자체, 한국관광공사 등을 망라한 범정부 차원에서 크루즈 육성 협의체가 구성됐고, 이를 중심으로 국적 크루즈 선사 육성과 외국 크루즈 기항 확대 등에 관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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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아직 크루즈 기항을 위한 전용부두 등의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고 쇼핑 위주의 관광코스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사실 크루즈 관광이라고 하면 계속 바다 위에만 머무는 것으로 아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오전에 기항지에 도착해 여행이나 휴식, 기타 활동 등을 즐긴 후 저녁에 기항지를 출발, 밤에 잠을 자는 동안 다음 기항지에 도착하면 또 해당 기항지의 프로그램을 즐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물론 기항지에 내릴지 말지는 크루즈 관광객의 결정이다. 기항지에 도착하기 전 그 도시에서 어떤 종류의 여행을 할 수 있는지 간략한 소개책자가 각 방에 전달되는데. 내용을 보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있다면 신청 후 기항지에 내리고 그렇지 않다면 정박한 크루즈 선에서 휴식을 취하며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개별적인 자유여행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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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항지에 도착하기 전날 밤 관광객들은 투어 코스와 기항지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
이런 크루즈 관광의 특징으로 볼 때 크루즈를 유치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 아마도 기항하는 도시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여행 코스를 개발하는 것이겠다. 반나절 내지는 하루를 즐길 수 있는 도시 관광 프로그램으로 크루즈 관광객들의 구미를 당겨야 한다. 또 대규모 관광객들이 입국 시 시간 절약을 위해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도 있다.
실제로 필자는 지난 2013년 싱가폴과 랑카위(말레이시아), 그리고 푸켓(태국)을 경유하는 크루즈에 탑승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매우 잘 운영되고 있었다. 싱가폴을 출발해 랑카위와 푸켓에 하루씩 기항하는 스케줄이었는데, 모두 다른 국가였지만 마치 옆 도시를 여행하듯 출입국 절차가 편리했다.
기항지 프로그램도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었다. 휴식, 쇼핑, 레저, 역사 및 생태 탐방, 도시 관광 등 기항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많은 활동들이 여행코스로 잘 짜여 있어 관광객들 개개인의 기호에 따라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참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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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켓에 기항했을 때 자연탐방 코스를 선택해 기항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
어떤 여행 코스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현지 관광 업체에서 부두까지 나와 관광객들을 싣고 장소를 이동해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다시 부두 앞까지 데려다주는 방식이었다. 굳이 기항지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자유롭게 도시를 둘러보길 원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도심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해 주기도 한다. 또 단체로 이동하다보니 관광객들의 안전 문제에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크루즈 관광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크루즈 부두 확충 사업이 진행되는가 하면, 정부 차원에서 크루즈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활발한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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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항지에 대한 즐거운 기억과 더불어 크루즈 여행은 아직까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향후 우리나라에서 크루즈 산업이 적극 육성돼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크루즈 허브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길 응원해본다. |
지난 ‘제10회 중국 크루즈 산업 발전 컨퍼런스’ 기간에 범정부 유치단은 지자체, 관광공사 등 대형 홍보단이 참여하는 홍보부스를 마련, 우리나라 각 기항지에 대한 설명과 홍보자료를 제공했고, 별도로 로양 캐리비언, 코스타, 씨트립 등 주요 선사 및 여행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일대일 밀착 마케팅을 펼쳤다고 한다.
한편, 지난 여름 관광업계에 큰 타격을 입혔던 메르스 사태로 상당수의 크루즈선이 국내 기항을 취소한 바 있다. 유치단은 연말까지 이들 크루즈선을 재유치하기 위한 설득 작업에도 긴 시간을 투자했는데,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방문이 취소된 크루즈 관광객이 국내로 발길을 돌릴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를 조심스럽게 해본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관광업계가 조금씩 활력을 되찾고 있는 듯하다. 정부의 노력과 함께 민간의 관심과 참여로 우리나라에서도 크루즈 산업이 점차 커질 전망이다. 이제 대규모의 손님을 맞이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할 때다. 크루즈 관광객의 만족도와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어야 크루즈 산업의 꾸준한 성장이 이어질 것이다.
공공예술 프로젝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예술교육, 문화정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