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더운 올 여름은 에어컨 없이 사는 평범한 소시민들에게는 참으로 견디기가 힘든 여름이었다. 다행히 말복도 지나고 비도 조금 뿌리고 열대야도 지나 견딜만하다. 그래도 필자는 공직생활 40여 년을 마치고 여생을 연금으로 편안하게 사는 평범한 소시민이지만, 요즘같이 경제가 어렵고 살기 힘든 세상에 가정이 붕괴되고 사업이 파산되어 실의와 좌절 속에 무작정 가출한 노숙자들은 얼마나 힘들까? 날마다 일용할 양식이 있고, 머리 둘 거처가 있는 필자는 국가에 감사할 따름이다.
필자가 다니는 교회의 정문 바로 앞에는 시민공원이 있는데, 이 공원 한구석에 부랑인과 노숙인들이 여름 내내 자리를 잡고 있다. 새벽기도 갈 때도 이들을 보고, 올 때도 이들을 본다. 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못하다.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라 하지만 골판지 몇 장을 땅바닥에 깔고 하늘을 지붕 삼아 잠들은 저들을 볼 때, 허름한 아파트지만 그래도 필자는 편히 잠잘 수 있는 거처가 있다는 것이 저들에게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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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역 지하도의 노숙자들. |
IMF이후 결식노인과 부랑인, 노숙인들을 위해 전교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점심대접을 한다. 의료인들은 의료봉사, 미용인 들은 미용봉사, 전업가정주부들은 독거노인에 대한 자원봉사 등 다양한 모습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한다. 금년부터는 저들에게 소망을 갖고 사는 삶의 기쁨을 주기 위해 노인복지 평생교육원을 개원하여 다양한 취미활동과 건강관리, 교양강좌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사회복지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 도대체 이들 부랑인과 노숙인 들은 어떻게 해서 생겼을까? 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국가 차원의 해결방안은 없을까?
예로부터 어느 나라든지 부랑인들이 없는 나라는 없다. 잘사는 선진국인 미국도, 사회복지 제도가 잘된 서구 프랑스도 부랑인 들이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20세기 말 우리나라에 신조어로 생긴 노숙자(노숙인)는 옛날에는 듣지도 못한 낱말이다. 노숙자(노숙인)란 용어는 적어도 2003년 6월 30일 이전에는 사회복지사업법에도 명시되지 않은 용어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와 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서 민간 및 공공부문의 광범위한 구조조정으로 대량실업사태가 발생되어 그에 따른 실직자의 증가로 실직당사자와 그들의 가족은 엄청난 경제적·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이는 심각한 사회 및 국가문제로 대두되었다. 대량실업으로 실직가정은 극심한 생계곤란을 겪고 있으며, 가족의 기능과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함으로써 가족원간의 갈등이 야기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실업가구에서는 가족원의 가출, 이혼, 별거 등 가족해체로 이어져 개인, 가족 및 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결손가정, 소년소녀가장세대, 결식아동, 시설아동 등의 증가 현상과 아동·노인 등의 유기, 생계형 범죄 등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IMF의 희생양이라고 볼 수 있는 노숙자(노숙인)문제는 엄청난 국가적 위기감마저 들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노숙자(노숙인)는 4193여명이라고 하는데, 이중 여성도 120여 명이라 한다. 여성 노숙자(노숙인)는 남편 폭력이 싫어 집을 뛰쳐나오거나 30-40대 정신질환자라고 한다.
IMF 이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노숙자(노숙인) 집단은 노숙의 원인 별로 2개의 집단으로 나누어 생각 할 수 있다. 첫째, 종래부터 존속하던 '부랑형 노숙자(노숙인)'로 50대 이상이 대부분이며 실직, 질병, 폭음, 가족해체, 주거비 상승 등으로 인해 사실상 노동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복지시설 입소와 노숙을 반복하는 집단이다.
둘째, 소위 'IMF형 노숙자(노숙인)'로 연령이 젊고 노동능력과 의지가 있으며, IMF체제 이후 경제난과 함께 노숙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종전의 부랑형 노숙자(노숙인)와 구별되는 사람들이다. 노숙자(노숙인) 대부분은 IMF이전부터 사회적(가정문제 포함)으로 한계상황에 놓여 있었던 사람들이며 실직과 함께 노숙자(노숙인)의 생활을 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노숙자(노숙인)의 발생원인을 분류해보면 경제적인 원인, 노동력의 상실, 가정의 해체, IMF 환란 등으로 분류 할 수 있다. 노숙의 원인과 지원체계의 편의성을 고려하면서 노숙 행태를 중심으로 노숙자(노숙인)를 다음과 같이 단순화시켜 노숙자(노숙인)의 유형을 분류 할 수 있다.
① 일시적 노숙자(노숙인) : 이들은 실업이나 가정해체 등으로 일시적인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서 상황이 호전되면 가정으로 복귀하거나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② 주변적 노숙자(노숙인) : 이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비교적 건강하지만 기술이나 자본의 부족으로 인해 노숙생활을 하는 사람들로서, 노숙생활 이전에도 쪽방 등에서 지내는 등 안정된 생활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개별적 사례관리와 함께 직업훈련 등의 장기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③ 보호대상자 : 신체적, 정신적으로 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알코올 중독 등의 이유로 자활 가능성이 약한 집단들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보호와 함께 지역사회 재활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유랑생활을 하거나 자발적으로 치료 및 보호시설에 수용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부랑인 및 노숙자(노숙인)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종교단체, 봉사단체, 학계, 전문가, 언론인, 정부기관 등으로 구성된 '부랑인 및 노숙자(노숙인) 대책협의회'를 구성, '노숙자(노숙인) 다시 서기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개별면담을 통해 숙식제공과 취업알선, 공공근로사업 참여, 의료지원 등을 실시하여 희망을 잃지 않고 자활의지를 되찾아 사회에 다시 복귀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서 시행해야한다.
정치인들도 복지서비스 예산을 늘려 부랑인 및 노숙자(노숙인) 지원예산을 늘려 우리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인간이하의 생활을 하는 저들에게 희망을 주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미국이나 서구와 같이 후생복지 서비스 제도가 발달한 나라에 오는 역기능도 문제이지만 국민소득 1만불 시대에 걸 맞는 사회복지 제도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어제도 시민공원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잠자던 노숙자(노숙인)가 죽어 가는 것을 보며 신앙인의 한사람으로 가슴이 아프다. 다행히 지난 2003년 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령'에 노숙인 보호조항이 삽입되어 부랑인 및 노숙인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지원이 있으리라 '참여정부'에 기대해본다. 광복 59주년을 맞이하는 우리 대한민국이 좀더 성숙한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국정넷포터 송석안 songsea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