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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국가보안법 폐지' 왜 권고했나

수차례 개정과정 국민적 합의없어 정당성 결여

사상과 양심의 자유·표현의 자유 침해소지 많아

200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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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지난 8월23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에 권고할 것을 결의했다.
인권위는 "국가보안법 TF팀의 연구, 실태조사 결과, 공청회 결과, 역사적·법적· 현실적 측면에서 검토를 거친 결과 "라며 폐지 권고에 대한 근거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첫째 국가보안법이 법률적 규범력이 부족한 법이라는 점을 들었다. 제정 과정에서부터 태생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수차례 개정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 없이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채 개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국가보안법이 △ 행위형법의 원칙에 저촉되며 △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헌법에 규정한 인간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많다는 점을 우려했다.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논의를 종합, 지난 8월23일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에 권고할 것을 결의했다.


인권위가 폐지안을 권고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더라도 형법 등 다른 형벌 법규로 대체가 가능해 처벌 공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필요한 경우 형법의 관련 조문을 개정,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아울러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나라는 (폐지를 권고하는) 국제사회의 여론과 결정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시대적 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자세로 북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점, 몇개 조문 개정으로 치유 안돼


결론적으로 인권위는 "국가보안법의 몇 개 조문 개정으로는 이상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이 치유될 수 없다"며 "법률의 자의적 적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 역사, 법 규정 자체의 인권 침해 소지로 인해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켜온 현행 국가보안법은 '전면 폐지'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고 판단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다음은 인권위 폐지 권고문 요약 정리.

◆ 국가보안법 조사 착수 배경 = 2001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인권위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청하는 약 40여건의 진정이 접수됐다. 사회적으로도 법 운용과정에서의 반민주성 및 인권침해 논란 때문에 위헌 시비가 잇따랐고 개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인권문제를 논의할 때마다 국가보안법을 도마에 올려 국제인권규약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수차에 걸쳐 우리 정부에 그 개폐를 권고해왔다. 또한 제16대 국회에서도 국가보안법 폐지안과 법 개정안이 각각 2000년과 2001년 의원입법으로 발의되기도 했다.

이에 인권위는 2003년 1월 7일 전원위원회 결의를 거쳐 국가보안법 조사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외부전문가와 함께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검토에 돌입했다.

◆ 무엇을 판단 준거로 삼았나 = 김창국 위원장은 지난 8월 24일 기자회견에서 "흔히 국보법이라고 하면 이념 논쟁을 머리에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과 달리 전적으로 '인권'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의 개념을 "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 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로 말하고 있다. 인권위는 발표 자료에서 △헌법상 기본적 자유와 권리 △국제인권법 △유엔의 권고 등을 주요 판단의 준거로 삼았다고 명시했다.


만들어진 순간부터 폐지론 따라다녀


◆ 국가보안법 무엇이 문제인가

① 태생적 한계 = 국가보안법은 만들어진 순간부터 '폐지론'이라는 그림자가 따라 다녔다. 결과적으로는 37대 69의 표차로 부결됐지만 법 제정 당시에도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폐기하자는 동의안이 제기된 것이다.

또한 국가보안법은 형법 제정과 함께 폐기될 법이었다. 국가보안법은 정부가 수립된 지 4개월이 채 되지 않은 48년 12월에 일제시대의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총 6개조로 만들어진 법이다. 53년 아직 전쟁중이던 4월 16일 형법 제정을 논의하는 제55차 본회의에서, 우리나라 형법 초안을 마련한 김병로 대법원장은 "(형법이 만들어지기 전) 국회에서 특수한 법률로 국가보안법 등을 제정했으나 지금 와서는 형법만 가지고 능히 목적을 달할 수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입안자들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목적으로 관련규정을 내란죄, 외환죄, 공안을 해하는 죄 등 형법 각칙의 여러조문에 포괄 정비했다. 비록 '전시의 치안 상태 및 국민에게 주는 심리적 영향'을 중시해 국가보안법은 존속하게 되어 지금까지도 개폐 논란의 불씨를 남기는 결과를 낳았지만 다른 13개 형사 특별법은 폐지됐다. 이는 국가보안법 역시 형법으로 충분히 포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는 것이 인권위 측의 주장이다.

② 개정 절차의 정당성 문제 = 지난 56년간 국가보안법은 총 7차례 개정됐으며 처음 6개였던 조항이 25개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정당성이 부족했다고 인권위는 지적한다.

58년 3차 개정 때는 '언론탄압용' 인심혹란죄 규정을 개정하면서 무술경관을 동원, 야당의원들을 국회의사당 밖으로 끌어낸 후 여당의원만으로 3분만에 통과시킨 소위 '2.4파동'이 발생했다. 또한 80년 6차 개정 때는 반공법 처벌조항 흡수 등을 개정했는데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국가보위입법회의'를 통해 가결됐으며 상정,제안,설명, 가결에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한편 91년 7차 개정시에는 폐지를 주장하는 야당의원들에게 심의,표결에 참여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으며 법안 설명 등 모든 절차를 서면으로 대체하면서 표결을 생략,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③ 법 적용 남용문제 = 이 7차 개정에서 여당은 제7조(찬양·고무등)에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목적요건을 추가함으로써 확대 해석의 위험성을 제거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7차 개정 이후 10년간 (93~2003년) 국가보안법 관련 전체 구속자 가운데 90.6%가 제7조와 관련된 이들이었다. 예를 들어 2003년 건국대 학생투쟁위원회의 김종곤 씨 등은 인터넷 상에 개설한 동아리 까페에 올려놓은 수련회 자료집이 '국가변란을 선전 선동'하는 이적표현물이라는 이유로 구속됐는데 이 문서들은 민주노총 등의 홈페이지에서 퍼 온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인권위는 확대 해석을 경계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제7조의 남용과 인권침해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개정'이 아닌 '폐지'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④ 반인권적 법 조항 = 법률적인 측면에서도 국가보안법 조항들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것이 인권위의 주장이다.
제2조,제3조,제4조(반국가단체)의 경우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또 범죄행위 실행 전단계의 '예비, 음모'까지 광범위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행위형법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또 형벌법일수록 보다 명확하고 구체성을 띠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반국가단체의 규정 자체를 명확히 하지 않아 죄형 법정주의 위배에 따른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제7조(찬양,고무 등)는 헌법상의 언론, 출판, 학문, 예술과 관련된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를 위축시킬 염려와 형벌과잉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는 점, 국가안전보장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와 관계없는 경우까지 확대 적용될 만큼 불투명하고 구체성이 결여되어 헌법 제37조 제2항의 한계를 넘는 제한인 점, 법집행자의 자의적 집행을 허용할 소지가 있는 점,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점 등으로 인해 심각한 반인권적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제10조(불고지죄) 역시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대표적 악법 조항으로 지적됐다. "양심의 자유에는 널리 사물의 시시비비나 선악과 같은 윤리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되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 이와 같은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해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않는 자유 즉 윤리적 판단사항에 관한 침묵의 자유까지 포괄한다고 할 것이다."(1991 . 4. 1 89헌마160)라고 한 91년 헌법재판소의 선언을 인권위는 인용하고 있다.

⑤ 국제법과의 양립 불가 =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하는 또다른 이유에는 국제법과의 충돌이라는 측면도 있다. 헌법 제6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당사국인 국제인권조약, 특히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자동적으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진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는 이 국제규약의 제9조, 제18조, 제19조와 국가보안법은 내용상 양립할 수 없어 폐지되어야 될 법률이라는 것이 국제인권기구, 특히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권고하는 내용인 것이다.


형법 처벌규정과 중복 대체 충분


◆ 폐지할 경우 문제는 없나 =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혼란, 또는 국민 정서상 불안 문제와 관련 인권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선 법을 폐지할 경우 처벌 공백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인권위는 이미 형법의 처벌규정과 내용상 중복되느니만큼 관련법 규정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제3조부터 제13조까지의 처벌규정은 대부분 형법 등 다른 법률의 처벌조항과 중복되거나 가중 처벌하는 것일 뿐이며 특히 형법 각칙편 제1장 '내란의 죄'와 제2장 '외환의 죄'의 적용·해석을 통해 충분히 규율 가능하므로 처벌공백이 생기는 부분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인권위 측의 설명이다.
다만 국가보안법 제10조(불고지)의 경우에는 공백이 생길 수 있으나 이 규정은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폐지되어야 하므로 결론적으로 존치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조항은 없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경우 그 동안 북한 관련 안보 범죄를 처벌할 때 이용해온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 관련 개념을 형법 내용으로는 담아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이미 대법원이 "북한은 간첩죄의 적용에 있어서 이를 국가에 준해 취급해야 한다"고 판결하는 등 (대법원 선고 4292형상180, 71도1498호, 82도3036호 등) 국가 안보 사범에 대해 형법상의 간첩죄(98조)를 적용하면서 북한을 '준적국'으로 취급해오고 있으므로 형법상 '외환의 죄'에 의한 규율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을 추종하거나 간첩행위를 하면 형법상 간첩죄로, 그리고 국헌 문란, 변란을 일으키면 형법상 내란·외환죄로 처벌되고 있는 만큼 국가보안법이 따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폐지하게 되면 관련 사범에 대한 형 집행을 면제하고 석방하게 되어 이것이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경과규정을 두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 "광화문 네 거리에서 '김정일 만세'를 외치거나 인공기를 흔드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마땅한 법률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 행위들이 국가의 기본질서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고 집단화되어 폭력성을 가질 경우 형법 제115조(소요), 116조(다·중불해산) 등의 '공안을 해하는 죄'로 처벌될 수 있으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도로교통법, 경범죄처벌법 등으로도 처리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북한의 대남 전략 및 법체계가 변화하지 않았는데 우리만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과 관련해 인권위는 "북한에는 우리의 국가보안법과 같은 안보특별법이 없으며, 북한 헌법 제9조는 사회주의 건설의 범위를 북한지역으로 한정시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북한 형법에 '공화국'을 전복하려는 무장 폭동, 테러, 간첩행위 등 '국가주권을 반대하는 범죄'와 '민족해방에 반대하는 범죄'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들은 우리 형법의 내란·외환·간첩죄와 기본적으로 동일한 내용이므로 국가보안법 폐지가 북한 법체계와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변화하는 남북·국제관계 따르는게 순리


◆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법도 변해야 = 인권위는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변화하고 있는 남북관계와 국제관계를 주목했다. 국제법상 북한은 엄연한 주권국가라는 것이다. 1991년 9월 18일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과 함께 북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이름으로 국제법적으로 공식 인정된 독립국가 지위를 가지게 됐다. 즉 북한을 '한반도의 북측 지역을 무단으로 점령하고 있는 반국가단체'가 아니라 국제법적으로는 '사실상의 국가'로 보는 것이 변화된 시대적 환경과 국제법 질서에 맞는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내적으로 보더라도 1972년 남한의 박정희 대통령과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7·4 남북공동성명을 통해 "사상, 제도, 이념의 차이를 초월하여 평화적 방법에 의한 민족 통일"을 하기로 합의한 이래 2004년 6월까지 정치·경제·군사·사회 분야에서 각종 남북총리급회담, 남북고위회담이 총 468회 진행됐고 특히 2000년 6월 15일에는 남북 정상회담까지 이루어졌다. 이런 현실에서 북한을 여전히 반국가단체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에 빠질 수도 있다고 인권위는 지적한다.

특히 현재 남한 내부에는 냉전과 반북을 전제하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면서 동시에 탈냉전과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기본합의서나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이 존재하고 있어 완전히 모순되는 두 개의 법 가치·체계가 병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권위는 "북한이 '반국가단체', '적'이면서 동시에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 대등한 주체라는 이중적·모순적 법적 지위가 부여되어 있는 상태“라며 ”분단 당시 및 냉전 체제 당시와는 그 시대적 환경이 변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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