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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방 2일 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브리핑
어제 정상회담은 16시 55분부터 18시 50분까지 소인수 회담, 확대 회담까지 당초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서 2시간가량 진행되었습니다.
소인수 회담은 원래는 20분 예정돼 있었는데 한일관계, 한미일 협력에 대한 정상 간의 허심탄회한 논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1시간가량 진행됐습니다.
이어진 확대 회담에서도 한일관계 전반과 실질 협력 방안, 지역 및 글로벌 정세의 여러 주제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습니다.
양 정상이 두 달 만에 다시 만났음에도 이렇게 오랜 시간 회담을 가진 것은 그만큼 지역과 국제 정세가 격변하고, 공동 대응할 과제가 많다는 것을 양 정상이 인정하고, 또 양 정상이 교분을 더 높인 가운데서 대화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겠습니다.
이어진 친교 만찬에서는 정상 내외분과 공식수행원까지 참석한 가운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만찬에는 회담에 참석한 이와야 다케시 외무대신 외에도 나카타니 겐 방위대신, 그다음에 다치바나 케이치로 관방부장관, 그다음에 나가시마 아키히사 총리의 안보보좌관 등 이시바 총리의 측근 정치인들과 각료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한편 만찬 메뉴에는 이시바 총리가 대학 4년간 카레를 주로 먹었다고 알려질 정도로 카레를 좋아하는 이시바 총리가 이시바식 카레를 내놓았습니다. 이시바식 카레는 인터넷상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메뉴라고 합니다.
제가 만찬 시의 특징에 대해서 몇 가지만 따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만찬에 참석해 보니 일본 측이 이 만찬을 통하여 한국을 배려하려는 여러 모습들이 관찰되었습니다. 우선 한국과 관련된 소재들이 많이 나왔는데, 주류로 안동소주를 내놓았고, 안동소주와 이시바 총리의 고향인 돗토리현의 맥주 두 병을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한일 간의 어떤 협력과 화합을 말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외에도 요리 중에 안동 찜닭도 나왔고요. 처음에 보면 다양한 찬 전체가 조금씩 나왔는데, 그중에 한국식 장어구이도 있었습니다. 한국식 장어구이는 장어구이 위에 김치를 고명식으로 놓아 특이한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한국식 씨위드 해조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대통령께서 복숭아를 좋아하신다는 말을 들었는지 일본의 오카야마산 백도도 서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화 중에 안동의 관광 명소들의 사진을 내놓고 그걸 주제로 하회마을이나 도산서원이나 월령교 등에 대한 대화들이 이어졌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안동소주와 돗토리현 맥주 외에도 일본산 적포도주, 백포도주, 일본산 사케 등이 나왔고, 대화 주제는 아주 다양했는데, 정치인 가족들로서의 애환이랄까, 또 정치인으로서 대중과 소통하는 여러 가지 방식 중에 SNS에 관한 이야기들도 많이 나왔고, 지도자와 각료들 간의 업무하는 스타일에 대한 얘기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다음 일정으로는 만찬이 끝난 후 정상 내외분만이 2+2식으로 장소를 옮겨서 친교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장소는, 만찬은 1층에서 하고 층이 다른 곳이고, 일본식 다다미방이 있는, 일본 말로는 화실이라고 합니다. 거기서 두 분께서 식후주를 하시고 친분을 더욱 돈독히 하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방일에 대한 총평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취임 후 2개월 만에 일본을 방문함으로써 셔틀 외교를 조기 복원하였습니다. 회담 직후 일본 언론에서도 한국의 보수 정권에서도 전례가 없기 때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일본 언론 중에서는 '기쁜 서프라이즈'다, 'pleasant surprise'다 이런 표현도 있었다고 봤습니다.
둘째, 일본과 미국을 연계 방문함으로써 한일, 한미일 협력 강화를 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한일 양국 관계가 좋지 않으면 미국의 주도 하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을 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주도해서 일본을 방문하고, 미국을 이어 방문하는 모양이 나왔습니다.
일본 측은 이에 대해서 한일관계를 중시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관을 알 수 있다는 반응들을 보였습니다.
셋째, 양국 정상 간에 전략적 소통 강화를 통해서 범정부적인 정상급 이하 각급 레벨에서도 많은 소통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회담과 만찬까지 약 3시간 30분 동안 양 정상이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했고, 10월 말 APEC 계기에 일본 총리의 방한, 올해 한일중 3국 정상회의의 일본 개최 등 정상 간에 다양한 교우가 더 예정돼 있습니다.
그리고 정상 간에는 수소라든가 AI, 첨단 기술 분야 등 경제 분야 협력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집중 문제, 지방 발전 문제, 인구 감소, 농업 방제 등 공통의 사회 과제에 대한 당국 간의 협의체 출범도 합의가 되었습니다.
넷째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정상 간의 개인적인 교분과 신뢰가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회담과 만찬 그리고 이후의 친교 시간을 통해서 두 분 간의 교분이 깊어졌다고 봅니다.
대화 도중에 이시바 총리께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자전적 대담집을 읽었다고 하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 책은 <그 꿈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는 일본어 번역본인데, 서명을 해 달라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회담 시에 주요 논의 사항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소인수 회담 때인데요. 한일관계가 나아가야 될 방향과 인식에 대해서 깊은 대화를 하였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이시바 총리를 두 번째 대면하게 된 것인데도 이번 회담을 통해서 양국이 보다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데 대해서 뜻을 같이 했다고 생각하십니다.
조금 더 딥 백으로 말씀드리자면 국민 정서와 역사의 측면, 또 국민 간의 신뢰를 심화해야 될 필요성에 대해서도 솔직하고도 심도 있게 대화를 했습니다. 한일관계에 대한 인식과 고민을 함께 나눈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방미를 앞두고 한미관계, 미일관계 그리고 한미일 간의 협력 방향 등에 대해서도 전략적 소통을 했습니다.
두 분간 소인수 대화에서 상당한 시간이 대미 관계, 관세 협상 등에 할애되었습니다.
그리고 과거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는데, 이 문제는 과거 문제의 구체 현안에 대한 논의였다기보다는 과거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까, 또 과거 문제를 어떻게 다룸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협력을 추동할 수 있을까 하는 다소 철학적 인식, 기본적 접근에 대한 논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시바 총리께서 한국의 문화나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과 존경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소인수 회담에서 나온 얘기 중에는 두 정상이 정치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약간의 유사점에 대한 언급들도 있었습니다. 주로 우리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인데, 지방 발전에 큰 관심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고, 또 항상 어려운 상황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스타일의 정치인이라는 점도 공통점이 있다고 말씀하셨고, 주류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과감히 할 말을 하는 스타일이다라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이런 말씀들을 나누셨습니다.
다음으로는 확대 회담입니다.
양국이 발표한 공동언론발표문에 나와 있지만 전반적으로 광범위한 영역을 취하면서 협력의 방향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대통령께서는 이시바 총리의 방한을 초청하면서 가능하면 지방에서 만나 뵈면 좋겠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지방 발전에 대한 두 정상의 관심을 반영한 말씀이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시바 총리께서는 과거 여러 차례 방한했지만 서울만 방한했었다는 말씀으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두 정상은 한일이 다방면에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 공감대를 이루었습니다. 정상 간 셔틀 외교와 함께 경제, 사회, 문화, 안보나 첨단 기술, 기후 변화, 청정 기술 등 각 분야별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였습니다.
또 워킹홀리데이 등 인적 교류 확대 합의와 인적 교류 확대를 위한 전용 입국 심사대 운영 확대 방안 등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성을 제안하였습니다.
한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서 필수적이라는 점에 공감했고, 한미일 간 공조를 심화시켜 나가는 방안에 대해서도 상호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공동선언과 공동언론발표문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공동선언이라는 것은 한일 간에 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2003년 노무현-고이즈미 선언 등 우리 정상의 국빈 방일 계기에 주로 발표가 되었습니다. 공동선언은 공동언론발표문에 비해 보면 분량도 많고,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보면 공동선언 외에도 공동행동계획도 채택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양국 간의 공동선언은 2003년 이래 채택된 적은 없습니다.
공동언론발표문은 그동안 발표되기도 했었는데, 공동기자회견으로 갈음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찾아보니까 공동언론발표문을 배포한 것은 이번이 17년 만입니다. 사실은 이번 정상 방문은 좀 급히 추진되었기 때문에 실무진 간에 이번에는 공동문서를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했었습니다. 근데 이재명 대통령께서 그 말씀을 보고받고, 모처럼 셔틀 외교를 재개하는 계기이기 때문에 이번에 공동문서를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하는 지시를 하셨기 때문에 저희 실무진이 다시 일측과 협의했고, 그 결과를 거쳐서 오늘 발표를 하게 된 경위가 있습니다.
2025년 8월 24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위성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