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3일
지금도 그 날을 생각하면 온몸에 전율이 흐릅니다.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나무 사이로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2010년 11월 23일 불법적인 북한의 기습 포격도발에
寸步(촌보)의 물러섬 없이 용맹스럽게 싸워 적을 격멸시켰던
故 서정우 하사, 故 문광욱 일병이
낮에는 따스한 햇빛으로, 밤에는 빛나는 별빛이 되어
지금도 사랑하는 가족과 전우들 곁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목숨 바쳐 조국을 수호한
故 서정우 하사와 故 문광욱 일병의 영전에
국군 전 장병을 대신하여 머리 숙여 명복을 빕니다.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마음을
창자가 끊어질 듯한 아픈 고통을 느낀다 해서
예로부터 어른들은 斷腸之哀(단장지애)라고 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신 유가족분들께
저의 어떠한 말도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사랑하는 가족,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전우들이 모여
두 영웅을 추모하는 자리입니다.
우리 군은 유가족분들의
아픔과 슬픔을 잊지 않고, 늘 함께하겠습니다.
15년 전 오늘,
우리는 비극적인 현실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북한의 기습 포격으로 평화로웠던 연평도는
포성과 화염에 휩싸인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그 참혹한 현장에서도 우리 해병 전우들은
단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혼신을 다해 싸웠습니다.
2010년 11월 23일 그날,
勇猛無雙(용맹무쌍)한 대한민국의 해병은
국가와 국민을 지킨 전승의 주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 뒤에는 조국을 위해 산화한
두 해병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습니다.
군 생활의 마지막 휴가임에도 위험에 처한 전우를 위해
망설임 없이 부대로 달려갔던 故 서정우 하사,
자대에 배치된 지 불과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故 문광욱 일병.
이들은 爲國獻身(위국헌신)의 자세로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했던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이었습니다.
존경하는 내외귀빈 여러분!
급변하는 안보환경과 위협 속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가 말해주듯이,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한 힘'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군은 적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완벽한 군사대비태세를 확립하여
흔들림 없이 조국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켜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번,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임무를 완수하고
호국의 별이 되신 두 영웅의 영전에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기원합니다.
저 하늘을 향해 두 영웅의 이름을 소리내어 불러봅니다.
故 서정우 하사!
故 문광욱 일병!
저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여러분의 이름 석 자를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