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돌 한글날 경축식 축하말씀 (세종문화회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재외동포 여러분,
그리고 한글을 사랑하는 세계시민 여러분
오늘은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반포하신 지
오백여든 돌이 되는 뜻깊은 날입니다.
올해는 더욱 특별합니다.
일제강점기였던 1926년,
선조들이 우리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처음으로 '가갸날'을 제정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뜻깊은 한글날을
여러분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경축합니다.
아울러, 한글을 널리 알리고 빛내신 공로로
수상의 영예를 안으신 분들께도
축하와 함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1926년, '가갸날'은
우리 글과 민족의 얼을 지키겠다는
간절한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일제가 우리의 말과 글을 빼앗으려 할 때
우리말을 연구하고 사전을 엮은 것은
그 자체로 독립운동이었습니다.
조선어학회 학자분들께서는
모진 옥고를 치르셨고,
이윤재 선생과 한징 선생께서는
끝내 옥중에서 순국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지키려 했던
우리의 말과 글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일제에 빼앗겼던 사전 편찬 원고는
1945년 9월 서울역 창고에서 극적으로 발견됐고,
마침내 우리말 '큰사전'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광복 이후 배우기 쉬운 한글은
국민의 문해력을 빠르게 높였고,
더 많은 국민에게 배움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 배움을 바탕으로 우리 국민은
전 세계가 감탄한
산업화,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고,
높은 시민의식을 형성해
민주화를 진전시켰습니다.
이제 한글은 세계로 뻗어나가
국경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연대의 언어'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음악과 드라마, 영화와 웹툰 등
우리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인들은 한국 문화를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어를 배우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은
2007년 13개소에서 시작해
올해는 273개소까지 늘어났고,
현지의 정규 교육기관에서
한국어 과정을 운영하는 나라들도
51개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2025년에만 세종학당에서 약 24만 명이,
현지 학교에서 약 23만 명이
한국어를 배웠습니다.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날마다 편히 쓰도록' 했던
세종대왕의 뜻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
세계인들이 한글을 직접 읽고 쓰며,
한글을 통해 지식을 배우고,
한국 문화를 더욱 깊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 성과와 가능성을 세계 곳곳으로 더 넓히기 위하여
2030년까지 세종학당을
350개소 이상으로 확대하고,
정규 교육기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나라도
70개 나라 이상으로 확장해 가도록 하겠습니다.
2년 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순간이 기억납니다.
우리 국민들에게 한글과 우리 문학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주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정부는 한글과 우리 문화의 세계 확산을 위해
한국문학 번역에도 힘을 쏟겠습니다.
한국 문학 번역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번역과 출판 지원을 확대해서
세계인이 우리 문화를
더욱 쉽게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그 바탕이 되는 우리 일상의
말과 글도 가꿔 나가겠습니다.
우리 국민이
일상에서 더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도록
외래어를 순화하고,
우리말을 다듬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가야 합니다.
한글의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지금,
사람과 인공지능을 잇는
언어의 가치와 경쟁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한글은 세계의 문자 가운데서
만든 이와 시기뿐 아니라
창제의 원리까지 기록으로 남아 있는
세계 유일의 문자입니다.
세계적인 석학들도 한글의
과학성과 독창성에 주목해 왔습니다.
하버드대의 에드윈 라이샤워 교수는
한글을 '오늘날 사용되는 문자 가운데
가장 과학적인 체계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한글의 가치가
첨단 기술의 시대에도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습니다.
인공지능이 한글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재 174종으로 구축하여 배포하고 있는
'한국어 말뭉치'는
2030년까지 340종으로 늘리겠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지식과 문화를 세계에 연결하고
한국어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경축식의 주제는
'내 곁에 한글'입니다.
지난 100년은
우리가 한글을 지키고
한글과 함께 성장해 온 시간이었습니다.
다가올 100년은,
한글이 우리 국민은 물론이고,
더 많은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나아가 인공지능 시대에도
그 가치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훈민정음 반포 오백여든 돌과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여러분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