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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한일 정상회담, 한국 외교의 미래 여는 변곡점

2025.08.21 봉영식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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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계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를) '매우 전략적이고 탁월하다'고 평가하면서 한미일 3자 협력에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재명 정부가 이데올로기에 사로 잡인 반일·친중 정권이 아니라는 이미지가 굳어졌고, 한국 정부의 실용외교가 지역협력과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을 신뢰할 수 있다는 기조가 확산됐다.
봉영식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봉영식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대한민국 이재명 대통령에게 외교의 시간이 다가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3~24일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25일 미국 워싱턴으로 이동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다. 이번 한일, 한미 정상회담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6월 대선 승리 후 인수위원회도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정부가 향후 5년간 대외정책의 기조를 구성하고, 더 나아가 한국 외교의 미래환경과 전략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남이 불발되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시간의 덫'에 빠지고 한미 정상회담이 최악의 경우 9월 유엔총회나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늦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가중됐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 7월 말 극적으로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고 양국 정상 간의 만남이 이뤄진 것은 한국 외교·안보에 있어 무엇보다 다행이라고 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미일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미일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번 2차례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최대 과제는 한국 정부의 실용외교에 대한 일본과 미국의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다룬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 대통령을 친중 좌파 지도자로 묘사했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한국 대선에 대한 공식적인 논평을 내지 않았고, 백악관의 이메일 메시지는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지만, 미국은 중국이 전 세계 민주주의에 간섭하고 영향을 미치려는 것을 우려하고 반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이후에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선거에 승리해 새로 취임한 대통령에게 축하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에게 이런 식의 일방적인 좌파 성향의 친중 정권 묘사는 당연히 부당하고 억울할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현상은 미국 트럼프 정부와 미국인이 미중 전략적 패권경쟁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며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미국의 이러한 위기의식은 한국 외교에서는 전략적 부담이자 소중한 자산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대중 견제에 한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많이 기여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동시에 한국의 참여와 협조 없이는 트럼프 정부가 노력을 집중하고 있는 미국의 제조업 부활과 인도태평양 전략이 성공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현대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통상 협력, 인도·태평양 전략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만들고자 하는 트럼프 정부의 노력에 한국이 어떻게 또 얼마나 크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잘 설명해야 한다. 

일본 이시바 정부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민간을 포함한 한일 교류와 협력을 더욱 활발히 해 나가고 싶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일본의 입장에 긍정적으로 반응을 해왔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에 대한 이시바 정부의 노력에 사의를 표했고, 이례적으로 미국 방문에 앞서 일본을 먼저 찾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통해 이재명 정부는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의 발판을 공고히 하고, 한일 그리고 한미일 공조 강화 방안은 물론 역내 평화와 안정,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일본과 협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 정계에서는 이를 두고 '매우 전략적이고 탁월하다'고 평가하면서 한미일 3자 협력에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재명 정부가 이데올로기에 사로 잡인 반일·친중 정권이 아니라는 이미지가 굳어졌고, 한국 정부의 실용외교가 지역협력과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을 신뢰할 수 있다는 기조가 확산됐다. 

2003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후 5개월 만에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미국은 노무현 정권이 반미·친중 정권 아니냐는 우려와 동시에,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테러 캠페인과 이라크 전쟁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우려가 있었으나, 한미 정상은 한국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결정을 포함해 양국의 현안 문제에 대해 생산적인 합의를 이끌어 냈고, 향후 한미 자유무역협정까지 추진했다. 

우려 속에 이뤄진 이번 한미 정상회담도 양국 지도자의 결단과 지혜를 통해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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