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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 헌법을 다시 기억하는 날
제헌절의 공휴일 재지정은 단순히 휴일이 하루 늘어난 것이 아니라, 경제 논리에 밀려 희미해졌던 헌법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다. 제헌절은 민주주의·법치·기본권이라는 헌법 정신을 공동체가 기억하는 날로서, 갈등의 시대에 서로의 차이를 헌법의 틀 안에서 풀어가겠다는 공동의 약속을 실천하는 날로 자리 잡아야 한다. 김수연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헌절이 2008년 공휴일에서 제외된 이후 18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되어 제자리를 찾았다. 많은 이들에게는 달력에 빨간날이 하나 늘어난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그러나 제헌절의 공휴일 재지정은 휴식일이 하루 늘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적 효율성의 논리에 밀려 상대적으로 희미해졌던 대한민국 헌법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고, 민주공화국의 근본 가치를 국민의 일상에서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1948년 7월 17일의 제헌은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같은 해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출범에 앞서 헌법이 먼저 제정・공포되었다는 사실은 통치 권력이 먼저 성립하고 헌법이 이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주권적 결단으로 헌법을 제정하고 그 규범적 틀 안에서 통치 기구를 구성하였음을 보여준다. 법률의 제정이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입법 활동이라면, 헌법의 제정은 국가의 기본 질서를 창설하는 국민의 주권적 행위다. 제헌이 일반적인 입법과 본질적으로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제헌절은 이러한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시작을 기념하는 날이다. 공휴일은 다양한 목적에서 지정할 수 있겠지만,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공휴일은 공동체가 역사적 경험과 핵심 가치를 기억하고 다음 세대로 이어가기 위한 사회적 장치로 기능한다. 3·1절이 독립 정신을, 광복절이 국권 회복을 기념한다면, 제헌절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기본권의 보장이라는 대한민국 헌법의 정신을 기억하는 날이다. 제헌절의 공휴일 재지정은 단순히 하루의 휴식을 더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공동체의 기억 속에 다시 자리매김하게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공동체의 기억은 과거를 기념하는데 머물지 않고 국가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힘이 되며,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정신적 토대가 된다. 14일 서울 광화문스퀘어 대형 전광판에서 대한민국 헌법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가 나오고 있다. 2026.7.14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오늘날 우리 사회는 심화하는 갈등과 대립을 포용과 화합으로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자유와 평등, 법치주의, 권력분립, 국민주권과 같은 헌법의 기본 원리를 함께 확인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헌법은 모든 갈등의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 공통의 기준을 제시한다. 사회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헌법을 자유롭고 책임 있는 시민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공동체의 약속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헌법을 존중한다는 것은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헌법의 틀 안에서 해결하겠다는 공동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제헌절은 대한민국이 어떠한 헌법적 토대 위에서 출발했는지, 그리고 그 토대가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날이 되어야 한다. 제헌절이 과거를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살아 있는 헌법을 확인하며 그 가치를 함께 실천하는 날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2026.07.16
김수연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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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승자는 산업 생태계를 먼저 완성하는 나라다
AI 시대의 승자는 가장 먼저 공장을 짓는 나라가 아니라 가장 먼저 산업 생태계를 완성하는 나라다. 서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이자, 다음 30년 국가 경쟁력을 이끌 전략적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 인공지능(AI)이 촉발한 기술혁명은 세계 산업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AI는 더 이상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제조, 자동차, 바이오, 국방, 에너지 등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었다. 그리고 AI 경쟁력의 출발점은 결국 반도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추론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연산 능력을 요구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고성능 반도체다. 이제 국가 경쟁력은 생산 규모가 아니라 반도체와 AI, 데이터 인프라를 얼마나 확보하고 활용하느냐에 의해 좌우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는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6.6.30 (ⓒ뉴스1,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특히 서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는 단순한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을 구축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등 차세대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산업 기반만으로는 미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시점에 이르렀다. 대규모 부지와 안정적인 전력·용수, 연구개발 인프라를 갖춘 새로운 성장 거점 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서남권 투자는 기존 클러스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공간을 확장하는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 반도체 경쟁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웨이퍼를 생산하느냐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설계부터 제조(Fab), 첨단 패키징, 소프트웨어까지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특히 AI 시대에는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HBM 역시 메모리 자체보다 패키징 기술이 성능을 좌우한다. 결국 미래 반도체 경쟁은 공장 하나의 경쟁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생태계 경쟁이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공장만 건설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첨단 팹 한 개는 중소도시 수준의 전력을 소비하고 막대한 초순수와 공업용수를 필요로 한다. 여기에 소재·부품·장비 기업, 팹리스, 후공정 기업, 연구기관이 함께 집적되어야 비로소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공장 착공부터 양산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전력망과 광역 용수 체계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반도체 산업은 공장을 먼저 짓고 인재를 나중에 양성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은 팹이 완공되기 이전부터 AI와 반도체를 동시에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지역에서 교육받은 인재가 지역 산업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때 반도체 클러스터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세계는 이미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 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국가 차원의 지원으로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고, 대만은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중국 역시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AI 시대의 승자는 가장 먼저 공장을 짓는 나라가 아니라 가장 먼저 산업 생태계를 완성하는 나라다. 서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이자, 다음 30년 국가 경쟁력을 이끌 전략적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6.07.09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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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 'G7형 외교' 가시화 기회
7월 7∼8일 튀르키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정상회의에 한국 대통령이 참가하는 것은 'G7형 외교'를 가시화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한국은 5대 기대효과를 염두에 두고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G7형 외교'를 가시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국제안보통일연구부 교수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며, 국제정치적으로도 강국이라는 점에서 '선진강국'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런데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위상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그 위상에 대해서 지나치게 겸손하다. 그런데 예측불가한 국제질서에서 겸손으로 일관하면 국익 달성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외부의 인식과 내부의 겸손의 간극을 메워줄 정책이 필요하다. '확장판 주요 7개국(G7)' 설계 시 한국이 포함되는 것은 이런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실체적 목표가 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이미 G7으로서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가 대세이기 때문이다. 다만, G7 재설계에는 기술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여건 조성 등 기회 도래 이전의 사전 노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부의 'G7 플러스 외교'라고 볼 수 있다. 튀르키예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앙카라 에센보아 국제공항에서 튀르키예 의장대로부터 경례를 받고 있다. 2025.11.25.(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편, 오는 7∼8일 튀르키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정상회의에 한국 대통령이 참가하는 것은 'G7형 외교'를 가시화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첫째, 나토 정상회의는 나토 회원국뿐 아니라 초청국도 참가해 국제적 도전의 돌파 방안에 대해서 논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비회원국인 한국도 이 자리에서 주요 의제를 논의함으로써 'G7형 외교'를 각인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둘째, 현 국제질서의 특징 중 하나인 '지정학적 융합'을 정책화하는 주도국으로 한국의 역할을 신장할 수 있다. 패권 안정 기제와 규칙 기반 질서 모두가 약화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하고 있고, 이러한 위험이 다른 지정학적 공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상황은 지정학적 융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란전쟁발 전 세계 에너지 안보 도전이 단적인 사례다. 그런데 나토-IP4 협력은 유럽과 아시아의 협력을 추동하는 지정학적 융합을 정책화한 플랫폼이므로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이 플랫폼에서 역할의 주도권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셋째,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고강도로 다루는 핵심 플랫폼인 만큼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한국의 외교적 원칙과 일관성을 현시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G7'은 규칙기반질서 준수와 민주주의·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플랫폼인 바 한국이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서 이러한 방향과 조화로운 목소리를 냄으로써 'G7형 외교'를 가시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넷째,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장악 시도가 진행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개방해 유지를 위한 해양안보 협력도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타르, UAE 등 걸프국 4개국을 초청한 것도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해양을 개방해와 공공재로 유지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기회다. 다섯째, 다자회의를 계기로 다양한 양자 외교도 'G7형 외교' 가시화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나토 정상회의는 사실상 외교 올림픽으로 불릴 정도로 주요국의 정상이 모두 모이는 자리다. 나토 정상회의는 수많은 양자 외교를 한자리에서 펼치는 기회의 장이다. 이를 적극 활용하여 외교적 확장을 이어간다면 'G7형 외교' 실체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이 같은 5대 기대효과를 염두에 두고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G7형 외교'를 가시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26.07.03
반길주 국립외교원 국제안보통일연구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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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공간 대전환을 위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미래 방향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다극체제로 전환할 국토공간 대전환의 핵심으로, 혁신성장 거점 육성, 지역 맞춤형 기능 배분, 기초단체 통합 촉진, 실질적 분권형 권역정부 구현이라는 네 방향을 통해 강력한 권역 거버넌스를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 홍준현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대한민국은 지금 건국 이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구조적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지식기반산업으로의 구조 변화, 그리고 2060년경 잠재성장률 0%로 수렴 예상은 국가의 발전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 특히 인구감소는 단순한 인구 문제를 넘어 지역경제와 지방재정, 교육, 의료, 복지 등 국가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지역 간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은 인구와 기업, 대학, 자본이 지속적으로 집중되면서 성장의 선순환을 이어가고 있지만, 비수도권은 청년층 유출과 산업기반 약화, 지방재정 악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는 부산·대구·광주·대전과 같은 비수도권 거점도시가 일정 부분 수도권 집중을 완충하는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제는 이들마저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성장동력 약화라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비수도권 내부의 성장거점 기능이 약화되면서 지역 전체의 활력이 저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경제·생활권은 이미 광역자치단체의 경계를 넘어 확장되고 있으나, 기존의 분절된 17개 시·도 행정체제는 광역교통, 환경, 물류 등 분출하는 초광역 행정수요를 담아내지 못하고 주민 불편과 행정적 비효율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국토의 불균형과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최상위 프레임이 바로 '국토공간 대전환 프로젝트'이며, 그 핵심 수단이 '5극 3특(5개 초광역권, 3개 특별자치도)' 균형성장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공간 정책을 넘어 중앙집권적 국정운영을 과감히 지방분권화하는 패러다임 시프트다. 그러나 기존 5극 3특 설계도상 핵심 수단이었던 '특별지방자치단체(광역연합)'는 포괄적 입법권 부재, 자체 세입 기반 제한, 파견 인력 중심의 조직 불안정성으로 인해 초광역 거버넌스로서의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2026년 7월 등장하는 '통합특별시' 행정체제는 규모의 경제 확보와 신속한 집행력을 담보할 강력한 구원투수다. 통합특별시의 첫 번째 케이스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국가 균형발전의 성공 모델이자 국토 다극체제의 당당한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미래 방향성과 제도 설계의 기준틀을 확립해야 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지향해야 할 첫 번째 방향은 혁신성장 거점의 과감한 육성이다. 앞으로의 지역 경쟁력은 권역 인구의 역외 유출을 막아낼 수 있는 인구의 댐이 될 수 있는 거점을 육성하고 이러한 거점이 권역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광주를 중심 거점으로 삼아 권역의 중추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나주의 에너지 신산업 거점, 순천·여수·광양의 첨단화학·철강산업 거점, 목포의 해양·물류산업 거점을 하나의 전략산업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권역 내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협력하는 초광역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고, 청년들이 지역에서도 충분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산업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 방향은 획일적 행정체제를 탈피한 지역 맞춤형 기능 배분 구조로의 전환이다. 현재의 지방행정체계는 모든 기초자치단체에 유사한 기능과 조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도시와 인구 5만명 미만 수준의 농촌지역을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통합특별시는 지역 특성에 따라 광역과 기초 간 기능을 유연하게 배분하여, 인구밀집 지역에 대해서는 행정의 자기완결성을 높이도록 기능을 확대·강화하는 반면, 인구감소 지역에 대해서는 통합특별시 정부가 일부 기능을 직접 수행하는 새로운 행정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행정 효율성과 주민 서비스의 질을 동시에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하루 앞둔 30일 광주 서구 광주광역시청 외벽에서 작업자들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간판을 설치하고 있다. 2026.6.30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세 번째 방향은 기초자치단체 간 공간적 연계와 자발적 통합의 촉진이다. 열악한 재정 전망과 인구 고령화에 기초지자체가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 비효율성이 높아진 과소 시·군·구의 통합을 촉진할 수 있는 강력한 재정적·제도적 인센티브를 중앙정부와 협의하여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행정구역 통합 전 단계로서 '기초 연계형 특별지방자치단체'를 활성화하여 공동의 문제를 유기적으로 해결하는 협력 메커니즘을 가동해야 한다. 네 번째 방향은 실질적인 분권형 권역정부의 구현이다. 통합특별시가 단순히 행정구역만 넓어진 광역자치단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권역 차원의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계획권과 재정권, 산업정책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책임질 수 있는 자율적 성장체제가 가능하다. 결국 통합특별시의 성공 여부는 행정구역 통합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강력한 권역 거버넌스와 실질적 분권을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단순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아니다. 그것은 수도권 일극체제를 넘어 다극형 국가발전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국토공간 대전환의 실험이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축을 형성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통합 그 자체가 아니라 통합을 통해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비전의 설정과 이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정교한 제도의 설계이다.
2026.07.01
홍준현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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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과 보훈의 중요성
약소국이 침략을 받게 되는 경우가 없도록 하자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첫 위기는 바로 6.25전쟁이었다. 약소국이 침략을 받을 경우 유엔군이 조직되어 집단 방어를 해야 한다는 당시 세계 최초의 인류사적 실험이 6.25전쟁을 통하여 구현되었다. 한국을 들어보지도 못한 수많은 외국의 젊은이들이 전쟁 중에 목숨을 잃었고, 이를 통하여 대한민국은 존속되고 발전될 수 있었다. 김영준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6.25전쟁,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전쟁(The Korean War)으로 불리는 이 전쟁은 한국인들에게 매년 중요한 의미로 와닿게 되는 현대사의 비극이다. 2차 세계대전 동안 이미 냉전은 시작되고 있었고, 6.25전쟁은 이후 국제사회에 냉전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6.25전쟁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연구들은 다양한 해석들을 제공하면서,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했던 비극일 뿐만 아니라 이후 미국과 중국, 소련(러시아)의 관계들을 결정짓는 국제적인 사건임을 보여주었다. 한반도에서는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수많은 전쟁들과 함께, 해방 전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다양한 비극들의 기원이 되는 결정적인 사건으로 기억되었다. 24일 경북 포항시 학산종합사회복지관 이 형 관장과 직원들이 6·25전쟁 76주기를 앞두고 포항여고 앞에 있는 포항여중전투 학도의용군명비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2026.6.24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국제사적 관점에서 6.25전쟁이 가장 주목받는 점은, 유엔군이란 이름으로 한국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던 국가들의 젊은이들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대의명분을 위하여 목숨을 던지고 참전하였다는 점이다. 조국 혹은 동맹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전쟁 동안 목숨을 바쳐 싸우는 경우는 있지만, 6.25전쟁에 참여한 유엔군들의 참여 동기는 이전과 매우 달랐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은 1차 세계대전을 마칠 즈음, 기존 강대국들의 힘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국제질서를 극복하기 위하여 새로운 국제질서의 상징인 국제연맹을 세우려고 했으나 실패하였다. 결국 침략을 당한 약소국을 보호하려는 국제 체제의 부재로 인하여 2차 세계대전은 발발하게 되었다. 윌슨 대통령의 이루지 못한 꿈은 정치적 후계자인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을 통하여 2차 세계대전 동안 구상되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종전을 보지 못하였지만, 종전 이후에 루즈벨트가 구상한 국제연합(The United Nations)이 창립되어 기존 제국주의 국제질서가 아닌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수립되게 되었다. 약소국이 침략을 받게 되는 경우가 없도록 하자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첫 위기는 바로 6.25전쟁이었다. 약소국이 침략을 받을 경우 유엔군이 조직되어 집단 방어를 해야 한다는 당시 세계 최초의 인류사적 실험이 6.25전쟁을 통하여 구현되었다. 한국을 들어보지도 못한 수많은 외국의 젊은이들이 전쟁 중에 목숨을 잃었고, 이를 통하여 대한민국은 존속되고 발전될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이러한 유엔군의 도움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이는 당시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성공적인 인류사적 실험이었다. 즉,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은 일반적으로 인식되던 냉전의 비극만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윌슨주의라는 인류의 세계사적 숭고한 동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6.25전쟁 동안 대한민국을 위하여 목숨을 잃은 수많은 호국영령들에 대한 보훈 의식과 감사의 마음은 최근 강대국 중심의 정치로 전쟁과 혼란을 겪고 있는 국제정치 상황에서 더욱 뜻깊다고 할 수 있다. 숭고한 이들의 희생이 인류의 새로운 이상향을 구현하려고 했던 숭고한 헌신으로 반드시 기억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2026.06.25
김영준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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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GDP 성장률과 한국 경제 기대감
어려운 대외환경 속에서 이뤄낸 기특한 경제성장. 성장과 분배의 균형있는 정책을 통해 생산적분배가 다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반짝 성장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 모두의 지혜와 실천이 필요한 때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1분기 실질 국민총생산(GDP)이 전기대비 1.8% 성장했다. OECD 주요국 중 압도적 1위다. 1%가 넘는 유일한 국가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대비 9.2% 증가했다. 사상 최고치다. 1분기 명목 GDP와 명목 GNI도 전기대비 각각 10.5%, 11%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5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한 마디로 역대급 성장이다. 예상대로 반도체가 성장을 견인했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 위주로 수출이 5.9% 증가했다. 설비투자도 6.6% 성장률을 기록했다. 두 부문 모두 지난 5년간 최고 성적이다. GDP 성장률에 순수출(수출-수입)은 1.1%p, 설비투자는 0.6%p 기여했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당초 1% 후반에서 2% 중반대로 상향 조정했다. OECD는 성장률을 1.7%에서 2.6%로 0.9%p 올렸다. 반도체산업의 슈퍼사이클 진입에 의한 수출 호황으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2026.6.16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경제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도 장밋빛이다. 지난 1년간 코스피지수는 3배나 상승했다. 미국의 대표지수인 S&P500이 현재 수준까지 2배 상승하는데 10여년 걸린 점을 감안하면 주식시장도 압축성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100%로 30%의 미국, 40%의 일본, 50%의 대만을 압도하고 있다. 이러한 지수 상승은 기업의 매출 증가가 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다시 투자 확대로 연결되어 기업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반도체 산업으로의 쏠림 현상이 지나치고 소득불평등도 심화되고 있다. 성장과 분배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최적의 재정 및 통화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일단 성장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 이외에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산업을 전략산업군화, 이들에 대한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생산적금융을 통해 그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전략산업군은 국민성장펀드가 투자하는 AI, 반도체, 바이오·백신, 로봇, 미래 모빌리티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분배정책은 현금지급을 통한 일시적 지원보다 교육 훈련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직업훈련, 취업, 보육, 청년주거를 위해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생산적 분배'는 기회 평등을 달성하고,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며, 생산성을 높여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할 것이다. 경기회복 국면으로 판단되는 만큼 재정정책은 확장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선택과 집중이 전제되어야 한다. 전략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한편, 저소득층과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 반도체 기업 호황으로 확대된 세수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도출되어야 한다. 통화정책은 유가 인상으로 인한 물가 압력 확대로 긴축기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리 인상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그 시기와 속도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어려운 대외환경 속에서 이뤄낸 기특한 경제성장. 성장과 분배의 균형있는 정책을 통해 생산적분배가 다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반짝 성장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 모두의 지혜와 실천이 필요한 때다.
2026.06.18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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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중요한 역사적 길목에 서 있다
한국인은 경제적 도약과 민주주의를 성취했을지 모르나 문화적 자부심의 확인과 정체성의 재건은 시작지점에 서있는데 불과하다. (중략) 문화정책이 지나치게 단기적이고 산업적 이해에 치우치면 놓칠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길목에 대한민국이 서 있다.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문화정책은 빨리 효과가 나지도 않고, 반드시 정책이 지향한 방향으로 원하는 성과가 나지도 않을 수 있는 분야다. 올해의 어떤 좋은 결과는 그해의 정책 때문일 수 없으나, 우리는 그 좋은 성과의 원인을 이해하고 그것이 지속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정책을 수립하고 난점이 해소되도록 노력할 수는 있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국민주권정부의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며, 2025년의 중요한 몇가지 결과를 평가하고 조망해 보자. 첫째, 2025년은 무엇보다 가시적으로 관광한국의 깃발이 높이 휘날린 해이다. 방한 외국인이 1894만 명으로 역대 최고를 달성함으로써, 드디어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1750만 명을 넘어섰다. 역대 최고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회복일 뿐이다. 이러한 관광객 증가의 구조적 원인을 고려할 때 향후 방한 외국인의 증가는 꾸준할 것이기에, 관광 한국은 지금이 정점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2025년 프랑스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1억이 넘었고, 일본의 경우 4268만 명, 중국은 1억 5000만 명 이상이었다. 중국과 일본에 오는 관광객 여정에 한국이 편입될 가능성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이것이 여의찮다면 한국이 세계인의 동아시아 여행 여정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장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복궁을 둘러보고 있다. 2026.6.14.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러한 양적 증가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한국 관광이 점차 체험 위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복, 한식, 대도시를 벗어난 한국 지방도시나 시골의 일상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지난 정부들의 정책수행을 생각해 볼 때, 정책방향의 재조정이 필요한 동시에 국토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서 좋은 뉴스이다. 체험형 관광의 핵심 동력이 한류 콘텐츠임을 고려할 때, 정책이 할 수 있는 일은, 체험이 최대한 문제없고 즐겁게 이루어질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정부정책이 불닭볶음면 등 라면과 쌈장, 고추장 등 각종 소스 및 수퍼푸드 김의 수출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한국체험을 위해 한국에 온 외국 관광객들이 관광지 이외의 한국체험 과정에서 새로운 음식을 체험하도록 정보전달력을 높이고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비건이나 할랄 음식 문화권 사람들이 걱정없이 한국 음식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음식에 대한 영어정보 제공 기준을 만들고, 할랄이나 비건 메뉴와 음식점의 기준을 정립하는 일들이 당장의 과제이다. 건강에 좋은 발효음식과 채식, 김치의 나라 한국이지만, 점증하는 비건들에게는 젓갈 없는 김치, 달걀 없는 비빔밥이 제공돼야 한다. 한류콘텐츠의 우선적 소비자인 세계 청년세대의 문화트렌드를 잘 이해하고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한국체험의 하부구조를 조성해야 할 때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6.5.4.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두 번째, 2025년은 중앙박물관 방문자가 루브르, 바티칸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이 수치에서 3.7퍼센트만 외국인 방문자이고 내국인이 이만큼이나 자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많은 정보를 품고 있다. 한류 자체가 문화현상으로서 세계의 유수 박물관에서 전시의 대상이 되고 있고, 정부도 대중문화를 유산으로 인정하고 이에 걸맞은 아카이브와 전시를 위한 첫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한국인은 경제적 도약과 민주주의를 성취했을지 모르나 문화적 자부심의 확인과 정체성의 재건은 시작지점에 서있는데 불과하다. 박물관의 영어설명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뿐 아니라 한국인 스스로 그동안 발전한 역사지식과 문화적 역량을 스스로 체험하고 문화적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영상 역사·문화콘텐츠의 개발·제작지원도 시급하다. 문화정책이 지나치게 단기적이고 산업적 이해에 치우치면 놓칠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길목에 대한민국이 서 있다.
2026.06.15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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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화에 성공한 실용외교, 이제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지난 1년간 이재명 정부 실용 외교의 성과는 바로 이러한(외교가 불안해 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대외관계를 안정시켰다는 점이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작년 6월 대선 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 외교가 불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진보 정부들처럼, 일본과 적대하고 미국과는 껄끄러워질 것이며, '균형 외교'를 내걸고 중국에 접근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1년간 이재명 정부 실용 외교의 성과는 바로 이러한 예상을 뒤엎고 대외관계를 안정시켰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과감하게 한일 협력 강화 정책을 펼쳤다. 혼돈의 국제질서 상황에서 한일 협력은 양국 모두에게 전략적 이득이 된다. 그 결과, 지난 1년 동안 6번의 정상회담으로 셔틀 외교가 자리 잡았다. 양국 국민들의 상호 인식도 크게 개선됐고 여러 분야에서 실질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이재명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해 8월 25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월 13일 일본 나라현 회담에서 푸른색 유니폼을 함께 착용하고 즉석 드럼 협주를 하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미국과 관련해서도 안정적인 동맹관계를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과 북러 군사동맹 체결로 어려워진 안보 상황에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 등 안보 공약 준수 확보가 핵심 외교 과제다. 특히 개인적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거래적이며 예측이 힘든, 독특한 리더십의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잘 유지해 오고 있다. 관세·투자 협상에서 민수용 농축과 재처리 권한 확보,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미국 측 동의를 끌어낸 것도 성과였다. 미·중 간의 경쟁은 우리 외교에 큰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한국에 여전히 중요하다. 경제 관계뿐 아니라,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잠재적 파트너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소원했던 한중 관계를 2번의 정상회담으로 대화를 복원했고, 안정적 양국 관계에 진입했다. 한한령, 서해 현안, 북핵, 공급망, 비호감 국민 정서 등의 숙제들이 있지만 긍정적 출발이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최근 한미 간에 서해 공군훈련, 북핵 시설 정보 노출, 미사일의 중동 반출, 전작권 전환 시기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도 있다. 이러한 이견들이 누적되면, 한미 관계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단기 현안에 몰두해 미국을 걸림돌로 보고 정면으로 부딪치지 말고,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큰 그림 속에서 협력 파트너로 신뢰를 쌓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 평화의 핵심은 남북 관계인데, 북을 움직일 레버리지가 우리보다 미국에 더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둘째, 대외정책 사령탑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은 경제·산업 업무가 외교·안보 업무와 얽혀 돌아간다. 그래서 미국, 일본, EU도 대외업무의 총괄조정 기능을 크게 강화했다. 그런데 우리는 각 부처가 실제로는 따로 놀고 정보교환도 원활치 않다. 이를 개선한 뒤 제대로 통일된 전술과 전략을 갖고 미국 행정부 및 의회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은 대남 적대 전략을 체제 안보 수단으로 삼고,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다. 획기적인 남북 관계 개선도 어려울 전망이다. 그래서 최우선 과제는 남북 간의 우발적 충돌이 오해와 과잉 대응으로 인해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어야 한다. 소통 채널 구축 노력은 계속하되 유엔사를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험난한 국제정치 상황에서 일본, 호주, 유럽, G7 등 뜻맞는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연대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인도, 브라질 같은 글로벌사우스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경제 안보 등의 협력을 모색하는 것도 긴요하다. 남은 임기 동안 주변국과 안정적인 외교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적극적으로 선진국형 글로벌 외교를 펼쳐나가길 희망한다.
2026.06.12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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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소멸위기 극복을 위한 5극3특 국가균형성장전략
지역균형발전정책은 의지만 강하다고 성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자치분권 강화, 개발이익 환수와 공유, 완결형 생활권 구축이 함께 작동할 때 국민 누구나 어디에서든 인간다운 삶과 미래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국토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광복 이후 우리나라는 산업화, 민주화, 도시화 과정을 압축적으로 거치면서 기적과 같은 성과를 이루어냈다.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의 위상, 국민의 참여를 통해 이루어낸 민주주의, 탁월한 ICT 기술 역량과 K-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 파워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신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치열한 경쟁과 생존논리가 사회운영의 원리로 자리 잡으면서 승자독식 구조와 서열화가 고착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과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Peak Korea와 국가소멸 위기 주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복합위기는 지역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좋은 일자리와 높은 부가가치, 핵심산업 기능, 명문대학이 모두 수도권에 집중하면서 모든 기회가 집중된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으로 양극화되어 왔다. 더 나아가 지역이 고유한 역사와 문화, 특성이 아니라 일자리·주택가격·대학의 순위에 따라 지역이 서열화되고 있다. 이제 지역문제는 수도권의 기능 일부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은 무엇보다도 지역균형발전의 최우선적인 공간 단위를 초광역권으로 설정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초광역권은 역사적 연계성과 문화적 공감대, 충분한 인구 규모 측면 등에서 균형발전정책을 추진하는 데 가장 적합한 공간단위로 판단된다. 그동안 지역균형발전정책은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공간단위가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각 시·도와 시·군·구가 개별적으로 성장전략을 추진하면서 투자와 자원이 분산되었고, 결과적으로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못했다. 5극 3특 전략은 지역초광역권이 고유한 성장역량을 갖추고 수도권과 동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지역정책과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지방시대위원회 보고회에서 '5극 3특'을 의미하는 손가락을 펴보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균형 '발전' 정책이 아니라 균형 '성장' 정책이라는 표현을 전면에 내세운 점도 중요한 변화다. 그 덕분에 그동안 지역균형발전정책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게 되었다. 수도권 일극중심 구조로는 수도권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 전략에서는 잠재성장률을 3% 이상, 비수도권 GRDP의 비중을 50% 이상을 목표로 설정함으로써 지역을 통한 국가성장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비수도권 취업자가 20만 명이 늘어 수도권 취업자 증가 6천 명보다 훨씬 많았을 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고용률도 수도권 63.0%보다 높은 63.2%로 나타나 향후 지역상생을 위한 정책의 효과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수도권의 일극집중 구조 속에서 지역 초광역권이 자립적 성장엔진이자 새로운 자립적 삶의 공간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정책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선, 5극 3특의 특별자치단체가 지역의 산업과 재정, 공간과 삶을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재정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기초로 지역초광역권 내에서 입지와 재원의 재배치를 둘러싼 결정과 갈등은 해당 광역권 내 분권 거버넌스를 통해 해결될 수 있어야 한다. 조속한 자치분권 개헌을 통해 초광역권 특별자치단체에게는 준연방제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해야 한다. 아울러 초광역권 특별자치단체가 대도시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중소도시와 읍면동에까지 자치권을 확대해서 지방정부와 주민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둘째, 수도권의 집중과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개발이익을 다른 지역이나 비자산 소유계층이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수도권의 공공택지나 주택의 분양·소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자산이익은 수도권의 재집중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성장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수도권의 개발이익을 결합개발, 교차보조, 이익공유제, 부담금 등을 통해 지역초광역권 발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혁신적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고향기부제는 국세의 세액공제방식으로 운영되어 지방재정 확충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수도권과 대도시의 세원이 지역으로 이전되도록 개편해야 한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는 지난해 약12조 원 규모의 기부를 이끌어내서 부유한 지자체와 소멸위기 지자체 간 수평적 재정조정 장치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셋째, 국가균형'성장'전략은 지역초광역권을 산업경제와 성장의 엔진으로 육성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교육·일자리·문화·의료·생활서비스가 선순환되는 완결형 생활권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 생활권에서 수도권과 다른 가치와 삶의 양식을 지향하는 주택과 동네가 돌봄, 건강, 이동, 레저, 지원서비스를 해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면 서열화된 공간인식을 바꿔낼 수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지역순환경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소득체계가 마련된다면, 지역은 단순한 생산공간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삶의 공간으로 전환될 수 있다. 돌봄기능이 갖춰진 동네 플랫폼이 기본소득과 햇빛·바람에너지 기반의 마을소득과 결합된다면, 농산어촌도 누구나 머물고 싶은 지역으로 다시 평가받게 될 것이다. 헌법에서는 균형발전과 관련하여 제119조, 제120조, 제122조, 제123조 등에 걸쳐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전문에도 모든 영역에서 기회 균등과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1989년 개헌 때부터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는 충분히 명시되어 있었지만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지역균형발전정책은 의지만 강하다고 성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자치분권 강화, 개발이익 환수와 공유, 완결형 생활권 구축이 함께 작동할 때 국민 누구나 어디에서든 인간다운 삶과 미래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국토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2026.06.11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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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1년, 민생경제 회복의 첫걸음과 남은 과제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출범한 새 정부는 증권시장 정상화, 소비 진작 정책,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통해 출범 1년이라는 짧은 기간임에도 적지 않은 성과를 보여주었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지난 정부 때 한국 경제는 내수 침체의 장기화, 부동산 PF 부실 우려와 금융시장 변동성의 확대로 인해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만연해 있었다.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출범한 새 정부는 증권시장 정상화, 소비 진작 정책,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통해 출범 1년이라는 짧은 기간임에도 적지 않은 성과를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증권시장의 정상화 노력이다. 한국 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저평가되어 왔다. 새 정부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며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사회의 충실의무 강화, 주주권 보호 확대, 주주환원 확대 유도 등은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에 기여했고, 증시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 증권시장은 단순히 투자자만의 공간이 아니다. 국민연금 가입자와 직장인의 퇴직연금, 서민들의 자산 형성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의 정상화는 중요한 민생정책이기도 하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종합시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9.12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소비 진작 정책도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부채 부담과 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은 크게 위축되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소비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가 추진한 소비쿠폰과 지역화폐 확대 정책은 이러한 상황에서 즉각적인 내수 진작 효과를 노린 정책이었다. 물론 일회성 소비지원이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제가 얼어붙어 있을 때 소비 심리를 되살리는 마중물 역할은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소비쿠폰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보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지역 소상공인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있다. 부동산 정책 역시 이전 정부와는 다른 접근을 보여주었다. 새 정부는 공급 확대와 실수요자 보호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했다.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공공임대주택 비율 제고를 강조한 점,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지원을 강화한 점, 지방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추진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가계 자산이 과도하게 부동산에 집중되는 구조를 완화하고,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투자 수요가 생산적 금융시장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부동산 시장을 투기 중심이 아닌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기에 더해 새 정부는 자영업자 채무 조정, 소상공인 금융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등 다양한 민생경제 정책을 추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기 연체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채무 조정 정책이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자영업자들은 대출에 의존해 사업을 유지해 왔지만, 고금리와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경영 실패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과 경기 침체의 피해자라는 점이다. 새 정부는 장기 연체 채권을 매입해 채무를 조정하고 일부를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함으로써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고 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최근 증시 상승과 자산시장 회복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그 혜택이 모든 국민에게 고르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새 정부는 경제 회복의 흐름을 이어가는 동시에 그것이 새로운 양극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성장의 성과를 보다 넓게 공유할 때 비로소 국민이 체감하는 진정한 민생경제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2026.06.10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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