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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를 향한 '그래도 된다'는 저열한 인식 한국의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슈퍼맨'과 '원더우먼' 이주노동자는 일터의 동료이자, 지역의 이웃이다. 그(녀)의 국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지금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주노동자는 단순히 일손 부족을 해결해주는 보조인력이 아니라, 동료이자 이웃이라는 관점을 확립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한국을 위한 바람직한 일이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2024년 4월 말 기준, 한국의 체류 외국인은 260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섰다. 취업 자격을 가지고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56만 명에 달한다. 취업비자가 아닌 거주나 영주 비자를 가지고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을 포함하면, 대략 100만 명의 외국인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공장이 안 돌아간다",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농사 못 짓는다"라는 말은 이제 흔한 말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주노동자는 사회의 지속을 위해 한국에 온 '슈퍼맨'이고 '원더우먼'일 것이다. 외국에서 온 '슈퍼맨'과 '원더우먼'은 한국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있을까? 인천공항에서 E9비자로 입국한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이동을 하기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5.5.27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최근 나주의 벽돌공장에서 이주노동자를 벽돌과 함께 묶어 지게차로 들어 올리고 학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20년 12월에는 영하 20도의 날씨에 비닐하우스에서 기거하던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가 동사하는 사건도 있었다. 또한, 2024년 말 기준으로 보면, 전체 임금 체불 피해자 28만 3212명 중에 8.2%인 2만 3254명이 이주노동자였다.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률 역시 한국인 노동자보다 2.3배에서 2.6배 정도 더 높게 나타난다. 한국 사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신체적-물리적 학대, 열악한 주거환경, 임금 체불, 산업재해가 왜 이렇게 자주 발생할까? 한국의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한 축인 '슈퍼맨'과 '원더우먼' 이주노동자들은 왜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지, 이와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첫째, 제도적 차원으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이 제한되는 구조다. 한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한국의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근로기준법 제 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국적을 이유로 한 다양한 차별이 일터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직의 자유'라고 볼 수 있다. 만약, 한국인 노동자가 우리가 언론에서 접하는 이주노동자의 현실 속에서 일하고 있다면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아마도 그는 '이직'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는 이직의 자유가 거의 없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입국 당시에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업장에서 근로를 지속하는 것이 원칙이나, 법에서 정한 사유로 해당 사업장에서 근로관계를 지속하기 곤란한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나 이직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 사업장에서 퇴직 후 3개월 내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바로 출국해야한다.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하기도 쉽지 않고, 허용되더라도 3개월 내 새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이주노동자는 열악한 근로조건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 사업장 변경 제한이 지속되는 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는 계속해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문화적 차원으로 한국인/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시각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대우와 관련하여, 일부에서는 여전히 "한국어와 한국 문화, 한국의 법·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라서 그래도 된다"는 '저열한' 인식들이 지배적이다. 또한 "가난한 나라에서 돈 벌러 온 사람들", "한국에 돈 벌러 온 이주노동자는 본국에서 받는 월급의 몇 배를 한국에서 받으니 이 정도 쯤이야 그들도 감수하겠지"라는 생각들이 만연하다. 이런 문화적 배경 속에서 한국인 고용주 및 동료로부터 이주노동자에 대한 신체적-정서적 폭력과 학대가 반복되고 이주노동자의 코리안 드림은 점점 희미해져간다. '가난한 나라에서 한국에 돈 벌러 온' 이주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한국 경제에 제공하고 있다. 그(녀)가 일해서 한국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은 무시된 채, 여전히 한국 사회의 인식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슈퍼맨'과 '원더우먼' 이주노동자는 일터의 동료이자, 지역의 이웃이다. 그(녀)의 국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지금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라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걸 우리 사회가 인식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는 단순히 일손 부족을 해결해주는 보조인력이 아니라, 동료이자 이웃이라는 관점을 확립해야 한다. 전남 나주시의 한 벽돌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벽돌과 함께 비닐로 묶어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사진은 인권유린 당시 장면이 담긴 영상의 한 부분. 2025.7.25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국 사회가 이주노동자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였던 30여 년 전의 '일손 부족'이라는 상황은 현재 거의 모든 선진국들이 저출생-고령화를 경험하면서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이주노동자가 일터에서 학대받고, 임금체불을 당하고, 일하다 다치거나 죽는 일이 반복된다면, 외국인은 한국을 매력적인 취업국가로 선택할 유인이 점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주민이 점점 많아지는 시대에, 국적을 떠나 모두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일터가 되기 위한 제도 개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 첫 번째 시작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 조치를 완화 또는 폐지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주민과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 것이 점점 확산하는 시대에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적으로 다문화 교육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괜찮은 노동조건의 확보, 괜찮은 거주 환경의 마련, 괜찮은 사회 인프라 구축과 다양한 배경을 공유하는 문화 교류를 통해 한국 사회가 이주노동자와 선주민(先住民)이 조화롭게 일하는 일터, 함께 잘사는 나라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2025.08.08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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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세 가지 평가와 과제 한국은 일본, EU 등 핵심 동맹 제조국과 동등성(상호관세 15%, 자동차 품목관세 15%)을 얻었다. 특히 미국에 가장 절실한 조선협력을 협상 레버리지로 쓴 점이 주효했다. 개방했더라도 경쟁국에 비해 더 얻을 게 없는 국내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막은 점도 다행이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 7월 31일 관세 부과 시한을 하루 앞두고 한미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이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필자는 세 가지 평가 기준을 제시한다. 첫째는 시간축에서의 절대 평가다. 둘째는 공간축에서의 상대 평가다. 셋째는 전지적 트럼프 시점의 전혀 다른 평가다. 이번 합의는 이 세 가지 모두, 특히 마지막 기준에서 다뤄져야만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시각에서 이번 합의의 묵직한 함의를 알 수 있으며, 한국의 향후 대응방안 수립에도 유의미한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 한미 무역협상 타결을 둘러싼 세 가지 평가 기준 첫째, 한미 FTA 유지 상태와 비교하는 시간축에서의 절대 평가다. 한국은 상호관세 및 자동차 품목관세 15%라는, 한미 FTA 체제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얻었다. 이로써 과거 어렵게 구축한 한미경제협력 템플릿이 무너졌다. 더욱이 조만간 있을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또 어떤 것이 추가될지 모른다. 비관세장벽 완화, 방위비 분담, 국방비 상향 조정 등도 기다리고 있다. 아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번 합의는 국제법적 구속력도 없는 비망록만 남겨 불확실성을 키웠다. 우리에겐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기준은 동시대 공간축에서의 상대 평가다. 미국은 한국뿐 아니라 한국의 주요 경쟁국과도 협상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것이 절대평가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한국은 일본, EU 등 핵심 동맹 제조국과 동등성(상호관세 15%, 자동차 품목관세 15%)을 얻었다. 특히 미국에 가장 절실한 조선협력을 협상 레버리지로 쓴 점이 주효했다. 개방했더라도 경쟁국에 비해 더 얻을 게 없는 국내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막은 점도 다행이다. 세 번째 기준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된,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전지적 트럼프 시점에서의 평가다. 그의 시각에서 이번 합의는 사비를 털어 자유무역 비판 광고를 일간지에 실었던 1987년 이후 약 40년간의 숙원사업을 이룬 것이다. 그에게 이는 미국의 경제안보 동맹 재편의 일환이다. 미국은 핵심 동맹 일본, EU, 한국을 미국의 '중국 거대포위 구상(Grand Encirclement Plan for China)'(Bloomberg, 2025.4.12)실현을 위한 최정예부대 '15% 클럽'에 강제 가입시켰다. 미국은 여기에 베트남, 대만, 인도 등을 추가하고, 멕시코와 캐나다는 내년 7월부터 시작하는 USMCA '공동 검토'를 매개로 '북미요새론(Fortress North America)'(Reuters, 2025.2.28)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즉 우리 모두는 미국이 그리는 미중 패권경쟁 '체스판의 말'이 된 셈이다. 다만, 이는 장기적으로 동맹과 우방의 불만으로 미국의 고립과 쇠퇴를 초래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국에의 함의와 향후 과제 이번 합의는 한미관계 나아가 세계질서의 변곡점을 뜻한다. 미국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그 미국이 아니지만, 모든 나라를 무릎 꿇리는 여전히 강력한 패권국으로서의 존재감을 만방에 과시했다. 그러나 한국 역시 미국에 조선, 반도체 등 줄 것이 많은 나라가 되어 '15% 클럽' 회원이 되었다. 이처럼 트럼프 시각에서 한국이 쓸모있는 동맹으로 부각되어 '한미동맹 2.0'이 시작되었다는 점은 냉혹한 현실에서 나머지 절대 평가나 상대 평가보다 훨씬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단기적으로 시급한 것은 두 가지로, 첫째는 곧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추가 요구를 최소화하는 일, 둘째는 '악마는 노 디테일(no detail)'에 있는 이번 합의의 독특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이다. 중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미국 동향에 대한 대응이다. 관세 전쟁 향배의 키는 사실 우리가 아닌 미국 내에 있다. 트럼프발 상호관세는 일방적 조치였으나 그로 인한 효과는 상호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가중평균실행 관세율은 2022년 1.5%에서 15~18배로 열 배 이상 폭증할 전망이다. 따라서 향후 관세 조치의 최대 뇌관은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던 인플레이션의 악화가 트럼프에게 미칠 악영향 여부다. 프록터앤갬블과 같은 제조업체, 월마트와 타겟 등 대형 유통업체는 최근 관세 비용을 가격에 전가하기로 결정했다. 물가 상승이 가시화되는 것은 관세 부과 전 쌓아둔 수입품 재고가 소진되는 8월 말 이후가 될 전망이다. 이에 한미 FTA에 따른 경쟁우위를 상실한 산업계에 대한 다각적 지원이 불가피하다. 한편 내년 상반기까지는 판결 날 상호관세의 근거법인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의 운명도 지켜봐야 한다. 만일 위헌 판결이 내려질 경우 우리는 그간 지불한 상호관세 환급을 요구할 수 있는지, 재협상이 가능할지, 한다면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지 미리 대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장기 전략이다. 한국의 '15% 클럽' 가입은 향후 대중 제조 경쟁력 확보에 긴요한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기에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그러나 공짜점심은 없다. 관세 전쟁 합의로 끝이 아니라 앞으로 미중패권 경쟁 체스판에서 미국은 '부자 동맹' 한국에 안보 비용 분담, 주한미군 및 한국군의 역할 변경 등 '공정한 비용 분담'을 압박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속히 경제안보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기반해 예측불가능한 한미관계에 최대한 원칙 있는 능동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합의로 한국은 우리 경제와 안보의 든든한 동앗줄이 제조업임을 입증했다. 그러므로 핵심 제조업의 과도한 대미투자가 국내 산업 공동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AI 및 ICT, 그린 기술과 접목해 미국 투자여건보다 우수한 국내 제조혁신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것 또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수출시장 다각화는 물론이고, 대외의존적 경제체질 역시 대수술이 필요하다. 이는 건실한 내수 진작과 더불어 장기에 남북 경제협력 여건 조성을 통한 내수 시장의 외연 확대가 핵심이다. '15% 클럽' 안에서는 강대국에 대한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위한 경제안보 협력에 나서야 한다. '15% 클럽' 밖에서는 규범 기반 다자무역질서 복원에 나서야 한다. 아직 자유무역질서는 죽지 않았다. 다만 패자를 양산하는 자유무역이 아닌, 포용적 자유무역을 지향해야 한다. 한국 경제안보 전략의 추진 체계 강화도 시급하다. 대통령실, 정부, 국회, 산업계, 시민사회가 총력 대응해야 한다. 한국의 미래가 여기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5.08.06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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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 타결, 국익 중심의 통상외교 성과 한미 관세협상은 농산물 시장을 방어하면서도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조선·첨단 산업 협력 확대로 양국 간 산업 동맹을 심화시킨 성과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 단장 실용외교와 협상전략의 합작품 한미 간에 전격적으로 타결한 관세협상은 단순한 통상 협정의 의미를 넘어 양국 간 경제협력의 큰 틀을 재정립한 사건이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도 한국은 통상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오히려 전략적 투자를 통해 실리와 명분을 모두 확보했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이다. 이 투자는 반도체·이차전지·조선·에너지 등 주요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과 공급망 기반을 확장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이는 실질적 실행 계획이며, 미국도 자국 내 제조업 복원 전략 차원에서 환영하고 있다. 조선업 부흥의 전기, 1500억 달러 '전용 펀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조선업에 특화된 15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협력 전용 펀드다. 이 펀드는 공동 연구개발, 친환경 선박 건조, 미국 조선업 생태계 복원, 인력 양성과 교류 등을 포함하는 전략적 파트너십 기반의 투자에 활용된다. 한국 조선업은 LNG선, 암모니아, 수소 선박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에서 세계 선두권에 있으며, 이번 협력은 미국의 해운·국방 수요와 연결되며 새로운 시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이번 협력은 양국 간 '해양 동맹' 강화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도 직결된다. 미국은 자국 해운산업의 재건, 군수용 선박 확보, 탈중국 해상물류 확보 측면에서 한국과의 조선 협력 강화를 원하고 있다. 한국 조선사 입장에서도 고정 수요처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라는 상호 윈윈의 협력 기회가 된다. 한 시민이 경남 거제시 아주동 주거단지 너머로 조선소 대형 크레인을 바라보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미국 내 첨단산업 생산기지 확대로 전략적 입지 강화 2000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은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에 활용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셀트리온 등은 이미 미국 내 거점 확장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번 협상 타결로 규제 및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투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IRA, CHIPS Act, 바이오 전략 등을 통해 '자국 내 생산' 원칙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의 선제적 대응과 투자는 향후 미국 시장에서의 공급 안정성과 정책 우대 혜택을 동시에 확보하는 효과를 낳는다. 특히 이차전지의 경우 전기차 보급 확대와 맞물려 한국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농축산물 시장 미개방은 협상 전략의 승리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막아내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했다. EU와 일본 등이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주요 농산물 분야를 개방했던 것과 달리, 한국은 쌀, 쇠고기, 유제품 등의 민감 품목을 끝까지 지켜냈다. 이는 농업계의 안정을 확보하고, 국내 여론을 감안한 전략적 협상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단기적 방어에 그치지 않는다. 농산물 시장의 미개방은 국내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이며, 향후 기후변화 및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식량 전략의 일환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한미 경제동맹, '양방향 가치사슬'로 진화 이번 협상 타결은 단순히 관세 문제를 해결한 것을 넘어, 한미 간 경제협력이 '양방향 가치 사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미국 시장에서 생산·판매하는 동시에 기술·노동력·자본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역시 한국을 단순한 공급처가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게 되었으며, 향후 안보·기술·산업 정책에서 한미 간 공조의 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동맹의 경제적 내실을 강화하는 성과이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한미 관세협상 타결은 실리외교의 정교함과 전략적 판단이 결합된 모범사례다. 관세 갈등을 협력으로 전환시키고, 전략산업의 글로벌 확장을 동시에 도모한 점은 한국 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정표다. 2025.08.04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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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경제 활성화 위한 소상공인 지원 정책의 변화 소상공인은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생경제의 근간이자 고용의 중요한 축이다. 기존 소상공인 지원이 이들을 지원대상으로만 가정해 보편성이라는 패러다임을 중요시했다면, 새 정부는 선별 지원, 성장 지원을 통해 소상공인을 민생경제 주체로 성장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새롭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정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소상공인상생연구실장 소상공인은 소기업 중 상시근로자가 10명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소상공인기본법 제2조). 즉 사람(인)이 아니라, 가장 작은 단위의 사업체를 일컫는 용어라 할 수 있다. 소상공인 개념은 1998년 프랑스를 방문하고 온 김대중 대통령이 소기업보다도 작은 점포 수준의 사업체를 소상공인으로 명명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IMF로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고용이 사회문제화 되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점포 수준의 서비스업 사업체, 즉 소상공인 창업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2022년 기준 소상공인 수는 766만 개로, 전체 사업체의 95.1%, 종사자 비중으로는 45.9%, 매출액으로는 17.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경제주체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중소기업 기본통계). 코로나19가 경제환경(침체기), 시장환경(온라인시장 전환), 기술환경(디지털기술 상용화) 변화와 결합되었고, 이것이 다시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리면서 소상공인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소상공인 정책에 있어서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코로나 기간 소상공인이 은행권을 통한 차입에 한계가 발생하면서 비은행권을 통한 대출규모와 대출연체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부채를 견디다 못해 폐업하는 소상공인 수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폐업 소상공인의 증가는 사회문제와도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상공인에게 심각한 문제 중 또 하나로는 지역상권 침체 문제다. 인구감소는 소비 축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공실률 증가, 유동인구 감소로 연결되는 악순환에 놓여있다. 특히 소상공인은 지역상권에서 생활밀착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생활밀착업종은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을 말하며, 이들 산업의 발전이 민생경제와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소상공인은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생경제의 근간이자 고용의 중요한 축이다. 하지만 올해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생활밀착업종의 5년 생존율이 39.6%에 그치는 등 상권이 발달한 서울에서조차 생활밀착업종 소상공인이 서서히 무너지는 중이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여 민생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새 정부는 민생회복을 위한 소비쿠폰(13조 2000억 원)을 발행하고, 지역사랑 상품권(8조 원)을 확대했다. 특히 이번 대책은 소상공인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만큼, 소상공인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민생회복 지원금 사용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5.7.4.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소상공인의 부채 및 폐업 문제, 지역상권 침체 문제 이외에도 소상공인은 일자리 문제, 소상공인 성장사다리 문제, 대기업-소상공인 갈등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기존 소상공인 정책이 경제성장 시기이자 인구증가 시기에, 일시적 IMF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 아래 추진되었다면, 인구구조 변화, 내수 침체, 온라인플랫폼화 등의 변화를 겪고 있는 오늘날의 소상공인 정책은 기존과 다른 패러다임 하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즉, 기존 소상공인 지원이 이들을 지원대상으로만 가정해 보편성이라는 패러다임을 중요시했다면, 새 정부는 선별 지원, 성장 지원을 통해 소상공인을 민생경제 주체로 성장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새롭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디지털경제로 급격하게 변화되는 상황에서 민간(특히 대기업과 온라인플랫폼)이 주도하는 소상공인 지원도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담겨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침 새 정부는 특별채무조정패키지(1조 4000억 원)와 새출발기금 확대(1억 이하 저소득 소상공인의 빚 90% 탕감) 정책을 우선 내놓았다. 이는 채무상환 부담을 완화하고 부실채권에 대한 채무조정을 통해, 자영업자가 재기하여 지속가능한 경제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판단된다. 지난 6월 발표한 '3대 지원사업'(부담경감 크레딧·비즈플러스카드·배달·택배비 지원)은 영세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을 한층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렇듯 새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책들이 전국 소상공인들의 숨통을 차츰 트여주고 있다. 국정과제 발표 이후 이러한 정책의 실효성이 더 큰 시너지로 작용되길 기대한다. 2025.07.18 정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소상공인상생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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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연체자 채무조정은 공동체 회복을 위한 전략이다 한계 상황에 놓인 채무자에게 재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공공성을 담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동체의 회복 가능성에 기반을 둔 정의 실현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구조적 불평등과 경제적 고립의 장기화를 완화하고, 사람들을 다시 생산적인 활동 영역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113만 명의 국민이 7년 넘게 갚지 못한 빚에 짓눌린 채 살아가고 있다. 대다수가 5000만 원 이하의 채무자이며, 그들은 이미 상환능력을 상실했다. 이들은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채 정상적인 금융거래는 물론, 취업과 창업의 기회조차 차단된 삶을 살아간다. 이들이 경제 시스템 바깥으로 밀려나 사회의 비공식적 영역에서 상상하지도 못할 수준의 피폐화된 삶을 살아가는 현상은 '연체자 개인의 책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회 구조적 문제이다. 이에 대응하여 새정부는 장기 연체채권의 채무조정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을 신규로 추진하고, 국회는 배드뱅크 운영에 필요한 예산액 4000억 원을 비롯한 새출발기금 지원 확대예산 7000억 원을 전례 없는 속도로 신속하게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하였다. 향후 정부는 장기연체채무를 금융회사로부터 일괄 매입하여 채무를 소각하는 한편,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 확대와 취약 소상공인에 대한 채무조정 감면폭을 90%까지 강화하는 등 부채정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한다. 금번 정책을 통하여 약 125만 명이 빚의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되찾을 수 있게 하는 사회적 리셋 장치 이번 조치는 단지 빚을 없애주는 행위에 그치기보다는, 그들이 인간다운 삶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사회적 리셋 장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빚을 내고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라며 도덕적 해이를 우려한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소 밀집지역 상가에 임대문의가 붙어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의란 무엇인가'로 우리 사회에 울림을 주었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나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공동체의 가치와 미덕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 이를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적용해 볼 때, 한계 상황에 놓인 채무자에게 재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공공성을 담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동체의 회복 가능성에 기반을 둔 정의 실현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구조적 불평등과 경제적 고립의 장기화를 완화하고, 사람들을 다시 생산적인 활동 영역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세계 주요국들, 장기 연체채무 문제에 제도적으로 대응 세계 주요국들 또한 장기 연체채무 문제를 개인의 책임 혹은 일탈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제도적으로 대응해 왔다. 미국은 '챕터 7(Chapter. 7.)' 개인파산 제도를 통해 소득과 자산이 일정 기준 이하인 채무자의 잔여 채무를 소각한다. 특히 채무자가 성실하게 재산을 공개하고 법원 절차에 따를 경우, 파산 면책 이후 금융 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호한다. 독일은 '개인파산 및 채무조정제도(Verbraucherinsolvenz)'를 통해 일정 기간(통상 3~6년)의 변제 노력을 거친 경우, 잔여 채무를 탕감하고 금융 회복의 기회를 제공한다. 중요한 점은 이 제도가 채무자의 신속한 경제 복귀를 촉진하여 나라 전체의 생산성과 소비를 높이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부채 구제 명령(Debt Relief Order, DRO)'을 운영하여, 일정 기준 이하의 소득과 자산을 가진 채무자의 채무를 법적 절차에 따라 소각한다. 이 제도는 고의적인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 신청자의 자산, 소득, 부채 내역을 엄격히 심사한다. 이처럼 세계는 공통적으로, 장기연체자의 채무에 대해 정부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오히려 정당한 채무조정을 통해 경제에 복귀한 인력이 사회 전체 생산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제도 보완, 그리고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 그렇다면 우리도 이와 같은 맥락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단순한 채무의 감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선별과 책임 있는 기회의 제공이 수반되어야 한다. 지원 대상을 선별할 때 대상자의 금융정보, 소득, 부동산 보유 내역 등을 면밀하게 확인하고, 재산을 고의로 은닉하는 행위가 발견될 경우에는 처벌 조항을 명확히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채무조정과 병행하여 일정 기간 내 취업활동, 직업훈련, 금융교육 이수 등의 '맞춤형 회복 프로그램'을 연계함으로써 책임 있는 사회복귀 유도가 필요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케네스 애로우(Kenneth Joseph Arrow)는 "시장은 실패할 수 있으며, 그 실패를 교정하는 것은 정부의 정당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연체가 7년 이상 장기간 지속된다는 것은 결국 '시장 실패'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정당한 것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개인의 경제적 실패가 공동체 전체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장기 연체채무자의 경제활동 복귀는 단지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복원력 회복에 기여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채무자의 삶을 재설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와, 끝없이 낙인을 찍으며 그들을 배제하는 사회 중 어떤 사회가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가?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바로 그 미래의 방향이다. 2025.07.15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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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회복 소비쿠폰, 한국 경제 위기 극복할 실질적 신호탄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지역 소상공인 매장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소비 유도를 통해 지역경제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정책은 최대 0.32%포인트의 성장률 제고 효과를 낼 것으로 예측되어, 내수진작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정부는 지난 5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7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31조 8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바탕으로 마련된 것으로, 소비쿠폰 지급은 두 단계로 나누어 진행된다. 먼저 1차 지급은 오는 21일부터 9월 12일까지 국내 거주하는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최대 40만 원까지 차등 지급하며, 2차 지급은 9월 2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에게 추가로 10만 원을 지급하여, 결과적으로 1인당 최대 55만 원의 혜택을 제공하게 된다. [그래픽] 민생회복 소비쿠폰 추가 지급(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사용 방식에 따라 사용처가 달라진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받은 경우 지자체가 지정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 가능한 가맹점은 지역사랑상품권 앱이나 지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신용·체크·선불카드로 지급받은 경우에는 연 매출액 30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 매장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주로 전통시장, 동네마트, 약국, 음식점 등 지역밀착형 업소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은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집중적으로 혜택을 제공하여 정책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그룹을 대상으로 설계된 전략적 접근이다. 한계소비성향은 추가적으로 얻은 소득 중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비율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소득이 낮거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일수록 추가 소득의 대부분을 생활필수품 구매 등 즉각적인 소비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계층에 재정 지원을 집중하면 같은 규모의 재정 투입 대비 소비 확대 효과, 즉 재정승수가 극대화되어 보다 효과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는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사용처를 지역 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보호를 목적으로 엄격히 제한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코스트코, 트레이더스 같은 창고형 할인점은 물론, 백화점과 면세점 등 대기업 유통 채널에서는 사용이 제한된다. 쿠팡이나 네이버쇼핑 같은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배달앱에서도 쿠폰 사용이 원칙적으로 제한되었다. 서울시내의 한 전통시장에 온누리상품권 사용 안내가 게시돼 있다. 2025.7.6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러한 사용처 제한 조치는 소비를 지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으로 유도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와 경제적 취약계층 보호라는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법이다. 정책 설계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들도 눈에 띈다. 우선 소비쿠폰의 사용 기한을 12월 10일까지로 명확하게 설정하여, 가계가 지원금을 저축하지 않고 즉각 소비로 연결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는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가계가 추가 수입이나 지원금을 저축할 가능성을 낮추고, 신속한 소비 확대로 이어져 내수 경제의 즉각적 활성화를 촉진하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추경에서 민생회복 지원금으로 편성된 13조 원 규모의 소비쿠폰에 대한 경기부양 기대가 높다.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이 최대 36%에 달하는 소비 창출 효과를 기록한 바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번 추경이 집행될 경우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14~0.32%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KDI 등 국내외 유수의 경제 전문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8% 내외로 예측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소비쿠폰지급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정책 효과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들도 존재한다. 우선, 경기침체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영세상인이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업종별·규모별 할인율을 세부적으로 조정하여 소비 촉진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회성 소비 촉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소비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소득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자영업자의 고정비용을 경감하며, 지역경제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구조적 지원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즉, 단발성 지원 방식에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복합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비는 단지 경제활동의 결과물이 아니라 국민의 심리 상태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이 단기적인 소비 활성화를 넘어 국민에게 정책에 대한 신뢰와 미래의 안정감을 제공한다면, 이는 지속 가능한 민생회복을 위한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소비쿠폰 정책이 다른 부처와의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 더욱 큰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여름 휴가철을 맞아 비수도권 및 재난 피해 지역의 숙박시설 이용 시 큰 폭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숙박할인권 사업과 연계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정책이 서로 연계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보호, 취약 계층 지원 등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면,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은 한국 경제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실질적인 신호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2025.07.11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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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폭우 침수 피해, 사전 준비로 막을 수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국지성 폭우의 발생빈도가 일상화되고 있으며 극단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한발 앞선 대응 시스템을 만들고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하여 상황 발생 시 효과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미리 준비하면 안전할 수 있다. 정상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원장(공주대 스마트인프라공학과 명예교수)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자연재난이 대형화, 다양화, 복합화 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응 또는 예방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 20세기 동안 전세계 평균기온이 0.74C 상승할 때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1.5C 상승하였으며, 바다 표면온도 또한 전 세계가 평균 0.5C 상승할 때 한반도는 1.4C 상승하였고, 해수면의 경우도 전세계가 연평균 0.18cm 상승할 때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은 연평균 0.19cm 상승하는 등 한반도의 기후환경변화로 인해 우리 국민은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2023년 발생한 오송 지하도 침수 참사로 14명의 인명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이후에도 여름 우기 때마다 침수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바 재발 방지를 위한 사전대비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오송 지하도 참사는 제방 붕괴 및 침수위험 경고에 대해 실시간 대응만 제대로 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재난사고였다고 본다. "제방이 무너졌다"는 보고 후 30분 뒤 미호강 물이 궁평2지하차도까지 밀려왔을 때까지도 안전 책임을 맡은 관련 기관들의 대응은 미흡했다고 본다. 관할 기초자치단체는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침수위험 등을 전달받았음에도 광역지자체에 전달하지 않았고 자체대응도 하지 않은 듯하다. 도로통제 권한이 있는 광역지자체도 관련 기관들로부터 수차례 홍수위험 등을 전달받았지만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 경찰도 지하차도 침수위험과 관련한 112신고를 받았지만 실제로 현장에 출동하였는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미호강 둑이 터지기 1시간 40분 전 굴삭기 작업 없이 인부 6명이 삽질로만 보수공사를 하는 수준의 대응을 하고 있었다.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원인을 수사하는 검찰수사본부와 전문수사자문위원 등이 충북 청주시 미호천교에서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임시제방을 살펴보고 있다. 2023.8.3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돌이켜 보면,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는 재난안전 관련 기관들의 신속한 행정조치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 예를 들면, 임시제방 보강 공사가 치밀했고, 홍수경보가 발령되었을 때 재난관리책임기관등에서 지하차도를 미리 통제했었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본다. 홍수때 마다 빈번히 발생하는 지하차도 침수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폭우와 홍수경보가 발령되면 지하차도의 차량진입을 자동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자동차단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그것이 어려운 상황인 경우에는, 경찰 또는 지방정부의 차량 통제가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매뉴얼화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대는 기후변화로 인해 국지성 폭우의 발생빈도가 일상화되고 있으며 국지적인 집중폭우로 인해 그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점에 초점을 맞춰 재난 대응 및 대비책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한편, 도시화로 인해 인구가 도시에 집중되면서 지하시설 활용도가 극대화됨에 따라 지하시설에 대한 침수 취약성은 점점 높아가고 있다.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예측 범위를 넘어서는 국지성 폭우가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이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커지는 추세이다. 2050년 이후에는 세계와 한국 인구의 67% 이상이 도시지역에 거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도시의 재난·안전 취약성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도심 침수에 대한 대비가 미리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극단적·국지성 폭우로 인해 유출이 증가함으로써 발생하는 도시의 지하 시설물과 인명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다. 도시집중으로 인한 공간 부족으로 인해 교통, 주거, 전기설비 등의 시설물들이 침수에 취약한 지하와 저지대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고, 침수방지 시설설비인 펌프시설의 지상화, 배전시설의 지상화 등의 전반적인 침수대비 설비도 미흡한 상태이므로 이에 대한 개선 및 보강이 필요한 실정이다. 또한, 재난관리책임기관 등은 여름철 폭우에 대비하기 위해 풍수해 방재 시설에 대한 점검, 보수·보강을 강화해야 하고, 재난관리책임기관 등에서는 재난재해 발생 대비 비상대처 계획의 수립 여부를 진단해야 한다. 재난관리 대상이 되는 주요 시설로는 하천시설, 농업생산 기반시설, 공공 하수도시설, 하수 저류시설, 빗물 펌프장, 항만시설, 어항시설, 도로시설, 산사태 방지시설, 재난 예·경보 시설 등이 포함된다. 풍수해는 지역별로 각기 다르게 발생할 수 있으며 그 피해 규모도 다양할 수 있다. 더욱이 도시지역에서 국지성 풍수해가 발생하면 인명과 시설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의 풍수해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는 첫째, 중앙정부 차원의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사전대책 수립과 운영이 중요하며, 지자체 차원의 재난역량 강화도 매우 중요하다. 둘째, 재난관리기관에서는 침수위험 예상지역에 대한 예방, 대비, 대응 전략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이를 위해 지속적인 하드웨어적 물관리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을 활용한 정보전달 시스템 구축 및 운용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이 동시에 병행되어야 한다. 넷째, 이러한 자연재해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은 한발 앞선 대응 시스템을 만들고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하여 상황 발생 시 효과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미리 준비하면 안전할 수 있다. 2025.07.03 정상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원장(공주대 스마트인프라공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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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위에 새로 지을 '진짜 대한민국' 시장의 반응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에 대한 신뢰의 결과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듯이, 국민의 삶을 가장 우선시하는 정책들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경제철학을 상징하는 '민생지원금'을 중심으로 한 추경의 신속한 편성은 산소호흡기 역할을 넘어 선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 경제의 누적 성장률은 올해 1분기까지 네 개 분기에 걸쳐 1년 동안 -0.3%로 주요국 중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8%였다.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진 배경의 중심에는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의 가계 소비지출 침체가 있다. 올해 1분기 가계 당 실질소비지출은 361만 원으로, 2016년 1분기와 같다. 가계 소비지출 감소로 타격이 가장 큰 부문이 자영업 관련 소매판매다. 전년 동기 대비 '실질 소매판매 변화율'이 지난 2022년 2분기부터 1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4월과 5월 소매판매도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였다. 외환위기 때조차 네 개 분기가 지난 후에는 플러스(+)로 반등(기저효과 영향 포함)했음을 볼 때 전례 없는 자영업 침체가 진행 중인 것이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 수출액 3347억 달러는 2022년 상반기 수출액(3505억 달러)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며, 수출 역시 '잃어버린 4년'이 진행 중이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수출 비중이 2021년 2.92%에서 올해 2월 기준 2.66%까지 추락한 배경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에서 내수가 0.5%p(포인트), 수출이 0.3%p를 기록할 정도로 내수와 수출이 동반 추락하고 있고, 주요 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1%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 이유다. 이처럼 지난 3년, 민생과 한국 경제는 폐허로 변했다.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정부와 민주주의 실종이었다. 세계 179개국을 대상으로 민주주의 수준을 가장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스웨덴에 있는 국제 연구단체인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Dem)'에서 발표한 민주주의 수준 지수를 보면 한국은 2021년까지 17위로 1등급 국가군에 있었으나, 지난해는 41위로 3등급 국가군으로 전락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민주주의 회복 신호가 켜지자 시장은 바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경기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과 나빠질 것으로 보는 사람을 비교하는 소비자심리지수(전자가 후자보다 많은 것을 의미하는)는 100을 회복했고, 수출도 이재명 정부 첫 달인 6월 수출액이 6월 기준 역대 최고인 598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청신호가 들어왔다. 무엇보다 경제주체의 심리가 가장 빠르게 반영되는 주가는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대선 직전까지는 최하위를 기록하더니 대선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코스피 지수 3000포인트를 유지 중이다. 시장의 반응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에 대한 신뢰의 결과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듯이, 국민의 삶을 가장 우선시하는 정책들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경제철학을 상징하는 '민생지원금'을 중심으로 한 추가경정예산의 신속한 편성은 산소호흡기 역할을 넘어 선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30년 이상 역대 정부는 대외환경의 변화에 따른 충격이 발생할 때 가장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보통 사람의 삶을 방치했다. 그 결과가 내수 취약성의 구조화다. GDP 대비 가계소비지출 비중은 외환위기 이전까지 60%가 넘었으나, 그 이후 계속 하락해 지난해부터는 46%도 되지 않는다.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50%를 넘는 것과 비교된다. 가장 최근의 충격인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가계 소비지출은 원래 예상 규모보다 2020년에 GDP의 3.9%에 해당하는 79조 3000억 원이나 줄어들었고, 올해 1분기(연 기준)에는 GDP의 5.5%에 해당하는 125조 5000억 원으로 그 격차가 확대됐다. 자영업, 내수, 성장이 곤두박질친 이유다. 이는 미국과 대비된다. 미국 개인 소비지출 역시 코로나 충격으로 2020년에 4468억 달러가 줄어들자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1월, GDP의 8% 규모인 1조 90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미국 구조 계획(American Rescue Plan)'을 추진하고, 이 계획은 그해 3월 10일에 상원 예산위원회에서 통과됐다. 그 결과 2021년 2분기부터 미국 개인소비지출은 예상 규모를 초과하며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약 1조 1932억 달러가 초과했다. 미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금융위기 이전(2001~2008년)에 2.2%에서, 가계보다 금융회사 구제에 돈을 투입했던 금융위기 이후(2009~2019년) 1.9%로 추락했다가, 펜데믹 이후(2000~2024년)에는 2.8%로 21세기 이후 최고치를 달성한 배경이다. 또한 가계 희생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을 교훈 삼아 금융위기 전 GDP의 100%가 넘었던 가계부채를 60.7%까지 낮춘 배경이다. 반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외환위기 전 48%에서 지난해 90%까지 증가했고 그에 따른 부채 상환 부담의 증가는 가계소비를 억압하고 성장을 둔화시킨 핵심 원인이 됐다. 문제는 가계소비지출의 붕괴 규모에서 보듯이 일회성 민생지원금으로 민생을 회복하기에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민생지원금을 정기적 사회소득(임금)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일회성 민생지원금은 '일시적 소득'이고 경제이론적으로 지역화폐로 지급하더라도 기존 지출의 일정 부분을 상쇄하기에 소비 진작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규모가 부족하고 재정 부담 증대의 문제를 내포한다. 이는 사회소득 강화와 조세에 의한 재분배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두 가지 모두 OECD에서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한다. 예를 들어, 소득 공제의 전면 수술로 확보한 추가 세수를 전 국민에게 인적 공제 혜택으로 균등 지급하면 1년에 4인 가족 기준 100만 원을 8회 지급할 수 있다. 이렇게 일정 비율을 지역화폐와 연계시킨 정기적 소득으로 자리매김한 민생지원금은 중소상공인의 매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돼 소비 진작 및 내수 강화에 기여하고, 하위 70%가 최대 혜택을 보기에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임금 의존도와 기초 노령연금 인상 부담 등을 낮춤으로써 최저임금을 둘러싼 저임금 노동자와 소상공인 간 갈등 및 노인 빈곤율 해소를 달성할 수 있다. 또 하나 과제로, 서민의 물가 피해를 줄여야 한다. 2020년 이후 전체 물가는 16%가 인상된 반면, 저소득층일수록 지출 비중이 높은 식료품 물가는 25%나 올랐다. 2020~2024년간 싱가포르는 상위 20%, 중위 60%, 하위 20%의 물가 상승률은 각각 18%, 16%, 14%로 정부가 물가 부담을 낮추고 있다. 이렇게 민생과 내수를 안정화한 바탕 위에 반도체+AI 생태계 재구성을 추진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2025.07.02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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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경청통합수석'을 신설한 이유 새 정부는 역사상 처음으로 '경청'이라는 명칭을 달고 경청통합수석을 신설했다. 대통령에게 소통의 핵심은 '말하기'가 아니라 '듣기', 즉 '경청(敬聽)'이고 이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실 조직도를 보면 '경청통합수석'이라는 자리가 눈에 띈다. 새 부처를 만들려면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하는 행정부처와 달리, 대통령실은 마음만 먹으면 조직 신설이 가능하다. 그래서 신임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개성은 대통령실 조직도에 더 분명히 나타난다. 역대 정부의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의 입(口) 역할을 한 수석은 '홍보수석'이었다. 이 입(口) 역할은 민주화 이후 김대중 대통령까지는 '공보수석'으로 불렸다가 언론 중심의 공보를 대국민 홍보로 확대한다는 취지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홍보수석'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는 '국민소통수석'으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에게 소통이란 무엇일까. 사람 간의 대화가 '말하기(言)'와 '듣기(聽)'로 이뤄진 쌍방향 과정이듯이, 대통령의 소통 역시 '국민에게 말하는 행위'와 '국민의 말을 듣는 행위' 두 가지로 이뤄진다. 대통령은 기자회견, 대중연설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에게 말을 걸지만, 대통령이 하는 말의 총량이 아무리 많더라도 소통을 잘했다고 하지 않는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행위가 빠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정부의 출근길 도어스테핑이 실망스러웠던 이유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정작 기자들의 말은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수, 부처, 공자와 같이 인류에게 탁월한 지혜를 말해준 사람을 성인(聖人)이라고 하는데, '성(聖)'이라는 글자는 귀(耳)와 입(口)과 왕(王)이 합쳐진 글자임을 알 수 있다. 즉 성인은 단순히 대중에게 지혜를 말한 사람이 아니라 대중의 목소리를 잘 듣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의 '귀(耳)' 역할은 민정수석의 몫이다. 민정수석실은 여론과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지만, 대개는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구를 통제하는데 치중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귀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이재명 정부의 '경청통합수석' 신설이 반가운 것은 역사상 처음으로 '경청'이라는 명칭을 달고 대통령의 귀 역할을 하는 자리가 신설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에게 소통의 핵심은 '말하기'가 아니라 '듣기' 즉 경청(敬聽)이고 이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국민의 말을 경청한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기왕 경청통합수석이라는 대통령의 귀(耳)가 열린 만큼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미팅'을 하며 참석자 질문을 받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6.25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첫째, 대통령이 경청한다는 것은 기꺼이 반대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 편의 목소리만 듣는 것은 경청이 아니다. 지난 6월 26일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추경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야당 의원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스스럼없이 악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권성동 의원의 어깨를 '툭'치는 장면은 모처럼 보는 대통령다운 모습이었다. 향후 국정운영 과정에서 이런 장면을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반대편의 말을 들어야 정치가 복원되고 국민통합이 이뤄진다. 둘째, 대통령의 경청은 실제 정책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대통령은 정치적 계산에 의해 경청하는 제스처를 취할 수 있지만, 그것이 실제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단순히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만 하는 행위를 '상징적 반응성', 경청한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을 '실질적 반응성'이라고 부른다. 예컨대 지난 6월 25일, 호남 주민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한 여성이 울먹이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장제가 나선다고 뭐 특별히 될 것 같지는 않다. 진상 규명은 지금 수사 조사 기관에서 하고 있으니까 좀 기다려 보라" 참사로 가족을 잃었을 그 여성은 대통령이 자신의 슬픔에 공감한 것에 위안받았을 것이고,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뻤을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모든 민원을 정책에 반영할 수는 없겠지만, 국민주권정부라는 이름에 값하려면 최소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대통령의 경청이 상징적 반응성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 반응성으로 이어져야 국민들이 정권 교체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한 효능감이 국민적 지지로 차곡차곡 쌓여야 이재명 정부도 개혁에 성공할 수 있다. 2025.07.01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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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명시대, 담대하게 나서자 우리나라 인공지능 분야 탑티어인 두 분을 임명하면서 AI를 지렛대 삼아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문명시대'를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이는 'AI 3대 강국'을 향해 국가차원에서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약속을 즉각 실천한 것이다. 방향은 분명하다. 임문영 미래전환 대표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을 신설하고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임명했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을 내정했다. 명실공히 우리나라 인공지능 분야 탑티어인 두 분을 임명하면서 AI를 지렛대 삼아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문명시대를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이는 후보시절부터 AI 3대 강국을 향해 국가차원에서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약속을 즉각 실천한 것이다. 방향은 분명하다. AI는 우리 인류가 맞이할 새로운 문명의 전환이다. 20세기초 인류는 전기와 원자력을 바탕으로 산업혁명과 민주주의 혁명을 성취하면서 역사상 가장 높은 문명의 도약을 이뤘다. 그런데 그 20세기 문명을 완전히 대체할 새로운 문명이 시작됐다. AI 패권은 군사력과 경제력, 문화력까지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공공과 민간의 효율을 동시에 극대화하고, 사고방식을 바꾸며 인류가 오랫동안 익숙해왔던 지식체계를 뒤집어 놓고 있다. 지능을 구매하는 시대가 됐고, 무한한 지식을 생산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는 AI 강국이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 새로운 지식문명의 시대에 가장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나라다. 우리 주변에는 중국, 러시아, 일본, 몽골까지 모두 제국을 운영한 강대국들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동북아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해 가장 근대화된 나라가 됐다. 그 이유는 우리가 지식민족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를 만들었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글자를 만들었으며, 세계에서 두번째로 인터넷을 만든 나라다. 활자, 글자, 인터넷을 이렇게 한 민족이 만들어낸 사례가 거의 없다. 또한 우리나라는 AI의 가장 기초가 되는 반도체에서부터 제조업, 각종 디지털 서비스와 높은 국민의 수용성 그리고 뛰어난 케이(K)-문화까지 갖춘 나라다. 연구자들의 능력도 출중하다. 다만 그동안 이런 요소들을 조직하고 이끌어갈 정치적 리더십이 불안정하고 부족했다. 하지만 이제 국민들이 지켜낸 빛의 혁명으로 새로운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주권정부가 탄생했고 국가의 모든 역량을 효율적으로 쏟아부을 준비가 됐다. 비로소 사회전반에 혁신의 기운이 생동하고 있다.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될만 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우선 가장 먼저 부족한 AI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GPU를 확보하며, 이를 뒷받침할 전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뛰어난 연구자들이 마음껏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런 연구자들에 대해 국제적 수준의 대우를 해주고, 그와 연결된 기업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창업과 투자를 지원하며 국가가 선도적 구매자로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AI기술에 대해 국가가 주권을 갖는 '소버린 AI(자국 인공지능)'를 확보해야 하며 첨단 모델에 대한 연구를 선도해 국제 표준과 세계적 연구 네트워크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또한 AI를 활용해 국방과 안보에서 첨단 군사력을 획득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공업무를 AI로 혁신해 행정 효율을 높이고 대국민 서비스의 편의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비효율적인 행정절차와 낭비적인 중복예산은 AI를 적용해 혁신할 때 엄청난 예산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GDP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강점인 제조업 등 민간 산업에서도 AI를 이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공정을 지능화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해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국민들의 AI 활용능력과 문해력이 높아지고 우리의 뛰어난 K-문화까지 어우러지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AI 강대국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불확실하다. 하지만 미래는 우리 모두에게 분명히 다가오는 명백한 사실이라는 점에서 확실한 것이다. AI의 대가인 제프리 힌튼 교수의 말처럼 '인류는 인간보다 뛰어난 것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따라서 그 모습이 불확실하지만, 다가올 것이 확실한 이 새로운 미래를 새로운 생각으로 대응해야 한다. 모방이 아니라 창조로, 낡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으로, 기술만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사적 변화로 미래를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식민지배, 분단, 전쟁, 독재, 가난을 딛고 세계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룩했다. 하지만 이제는 초고령사회 진입, 낡은 산업경쟁력, 인구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는 이런 위기를 기회로 바꿔 놓을 지렛대이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다. 다만 우리가 추격해야 할 길을 명확하게 알았던 압축성장 시기와 달리, 새로운 AI시대는 우리가 스스로 그 길을 찾아야 한다. 정해진 정답이 없고 스스로 찾아야 하는 해답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모든 환경을 극복해낼 힘은 언제나 그렇듯 용기와 지혜다. 2025.06.30 임문영 미래전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