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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규모'에서 지역의 '활력'으로…정책 전환을 기대하며

정부가 5년 만에 인구감소지역 92곳과 인구감소관심지역 18곳을 재지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측정의 관점이다. 2021년에는 인구·재정의 8개 지표로 '인구감소지수'를 산정했었지만 이번에는 기존 지표에 시가화율, 근무지 기준 취업자수, 생활인구를 더해 9개 지표의 '인구활력지수'로 재편했다. 등록인구의 많고 적음만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얼마나 일하고, 머물고, 오가는지를 함께 보겠다는 것이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근거로 도입한 생활인구 개념이 지정기준에까지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정주인구 쟁탈의 제로섬 경쟁을 넘어서려는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두 번째 변화는 '인구활력⁺지역'의 신설이다. 지표가 개선되어 지정에서 막 벗어나려는 지역도 향후 5년간 기존 지원을 이어받는다.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점에 지표 개선만을 이유로 지원을 끊으면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지정이 '낙인'이 아니라 '졸업'의 경로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설계다. 여기에 연 1조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과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담긴 44개 특례가 지원 수단으로 함께 작동한다.
제도의 틀은 한 단계 나아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재지정 이후 5년을 채울 정책의 내용이다. 인구감소는 단기간에 되돌릴 수 있는 흐름이 아니다. 인구를 늘리는 것만을 목표로 삼으면 지역은 서로의 인구를 빼앗는 경쟁에 내몰리고, 예산은 출산장려금과 전입지원금, 눈에 보이는 시설로 흩어진다.
우선, 인구를 붙잡는 경쟁이 아니라 삶을 지키는 지역 맞춤 설계가 필요하다. 농산어촌의 과소화, 대도시 원도심의 공동화, 산업도시의 고용 위축 등 인구감소 악순환의 구조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따라서 동일한 사업을 지역별로 나누어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문제 구조에 맞춘 정책으로 정교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9개 지표의 지역별 산출 결과와 지표별 기여도를 분석해 각 지역이 어느 지표에서 취약한지 스스로 읽고 기본계획과 기금 투자계획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청년과 여성이 떠나는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만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돌봄, 문화, 지역사회의 개방성까지 '남고 싶은 지역'의 조건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지방 세컨드홈 과세 특례, 청년 생애최초 주택 취득세 감면 등 세제특례도 지역 유형에 따라 체감도가 다르다. 특례의 활용 실적을 점검해 실제로 작동하는 특례를 중심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인구활력⁺지역의 '5년 이후'도 지금부터 설계해야 한다. 지역은 스스로 회복 로드맵을 세우고, 정부는 인구활력지수를 매년 점검해 다시 인구감소지역으로 회귀하지 않도록 단계별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졸업 이후가 든든해야 지역도 졸업을 목표로 뛸 수 있다.
둘째, 연간 1조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시설을 만드는 재원'에서 '지역의 활동과 소득을 만드는 재원'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도 앞으로 기금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사업에 배분하고, 하드웨어 중심에서 시설·콘텐츠·사람을 동시에 잇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제는 건물의 개수보다 그 공간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하고, 배우고, 소비하고, 교류하는지를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지역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시설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는 프로그램과 운영주체다. 완공 이후의 운영비와 인력까지 내다본 사업만이 지역에 짐이 아닌 자산으로 남는다.
더 근본적으로는 기금이 지역에 지속적인 소득을 만드는 데 쓰여야 한다. 강한 지역경제는 외부 기업 유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역이 가진 자원을 지역의 부가가치로 바꾸고, 그 수익이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지역이 스스로 만든 소득이 동네 상점과 돌봄, 생활서비스로 흘러갈 때 지역은 단순한 생산공간이 아니라 일과 소득, 돌봄이 함께 순환하는 삶의 공간이 된다. 기금은 소모성 지출이 아니라 지역의 공유자산을 키우는 투자가 되어야 한다.
셋째, 혼자 버티는 지역에서 함께 사는 생활권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모든 시·군이 병원과 학교, 문화시설, 교통을 홀로 갖추기는 어렵다. 각자 모든 것을 갖추려 하면 투자는 분산되고, 인근 지역끼리 인구를 다투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제는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생활권 단위로 함께 사는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 의료·교통·돌봄 같은 필수 생활서비스는 중심도시와 주변 지역이 기능을 나누어 공동으로 이용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출향민과 방문객, 두 지역 살기를 하는 사람들처럼 지역과 관계를 맺는 생활인구는 인접 지역이 다 같이 늘려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관계인구가 일시적 방문자에 머물지 않고 지역의 실질적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고향사랑기부제와 생활인구 정책을 연결하는 장치도 고민할 때다. 5극3특 초광역 성장전략 역시 거점도시 중심으로만 작동하지 않도록, 인구감소지역을 완결형의 초광역 생활권과 산업 가치사슬 안에 명시적으로 편입시켜야 한다. 2027년부터 시작될 제2차 인구감소지역대응 기본계획은 지역 간 연계협력사업을 중심에 두고, 이러한 사업에 기금 배분의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
인구감소지역 정책의 목표는 지정 지역의 숫자를 줄이는 데 있지 않다. 어디에 살든 일하고, 머물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있다. 지역에서 번 돈이 지역에서 돌고, 그 소득이 돌봄과 일상으로 이어질 때 인구감소지역은 비로소 누구나 머물고 싶은 지역이 될 수 있다. 이번 재지정이 인구의 '규모'에서 지역의 '활력'으로 정책의 눈금을 옮기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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