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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이름의 통제, 생명 지키는 신호 '레드플래그 10'

"사랑해서 그런다"는 말이 누군가의 자유를 빼앗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답장이 늦었다고 화를 내고, 만나는 사람을 일일이 확인하며, 옷차림과 귀가 시간을 정하는 연인. 때리지 않았으니 폭력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교제폭력을 알아보는 질문은 "얼마나 심하게 맞았는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나는 거절해도 안전한가", "내 일상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최근 성평등가족부는 교제폭력·스토킹의 고위험 징후를 담은 '레드플래그 10'을 알리고 있다. 폭력 성향, 집착 성향 및 강압적 통제, 갈등 심화, 생명 위협, 범행·신고 전력, 보호조치 위반, 피해자 비난 및 책임 전가, 음주·약물, 높은 불안, 고립 상황이 그것이다. 위험을 개인 간 다툼으로 축소하지 않고, 조기에 알아차려 상담과 보호로 연결하자는 취지다.
이 10가지는 따로 떨어진 항목이 아니다. 상대방의 휴대전화를 검사하고 위치를 확인하는 집착이 친구·가족과의 만남을 제한하는 통제로 이어지면, 피해자는 도움을 청할 관계까지 잃는다. 폭언과 위협을 반복하면서 "네가 나를 화나게 했다"고 책임을 떠넘기면, 피해자는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게 된다. 이별을 말한 뒤 위협이 심해지거나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를 무시한다면, 관계를 유지할 때뿐 아니라 끝내려 할 때의 위험도 살펴야 한다.
필자가 '이처럼 친밀한 살인자'에서 강조한 것도 폭력의 개별 장면을 넘어 관계를 지배하는 구조를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강압적 통제'는 감시와 고립, 위협과 경제적 제한 등을 통해 상대방의 선택권을 빼앗는 행위다. 겉으로는 평범하게 생활하더라도, 상대의 반응이 무서워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일을 포기하며 행동 하나하나를 검열한다면 자유로운 관계라고 할 수 없다. 신체의 상처만으로 폭력을 판단하면 이런 지배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주목할 것은 '높은 불안'과 '고립 상황'이다. 레드플래그는 가해자가 무엇을 했는지만 묻지 않는다. 피해자가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는지도 살핀다. "그 사람이 나를 죽일 것 같다"는 말을 과민반응으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반복적 위협과 통제의 맥락을 피해자는 알고 있을 수 있다. 음주나 약물 사용은 폭력을 정당화하는 변명거리가 아니라, 위험을 키우는 경고신호다.

레드플래그 10은 10개 항목을 모두 채워야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진단표가 아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은 한 번이라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며, 사소해 보이는 간섭도 반복되며 자유를 제한한다면 상담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당장 헤어지라"는 말만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통제를 거부하거나 관계를 끝내려는 과정에서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피해자의 상황에 맞는 안전계획과 보호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긴급한 위험에는 112로 신고하고, 여성긴급전화 1366에서는 24시간 상담과 지원기관 연계를 받을 수 있다. 주변 사람은 "왜 그런 사람을 만났느냐"고 묻기보다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도움을 요청할 길을 함께 찾아야 한다. 수사기관과 지원기관은 신고된 사건 하나만이 아니라 반복된 통제와 위협, 피해자의 두려움을 함께 살펴야 한다.
예방수칙의 목적은 피해자에게 위험한 사람을 알아볼 책임을 떠넘기는 데 있지 않다. 사랑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폭력을 사회가 먼저 알아보고 개입하자는 데 있다. 레드플래그가 생명을 지키는 신호가 되려면, 위험을 알리는 목소리에 응답하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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