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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간을 사랑한 음악가, 까뮤 생상의 업적과 영향

[클래식에 빠지다] 생상과 신고전주의

2021.11.08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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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전주의 등장

보통 처음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하면 ‘모나리자’부터 찾으러 간다.

그런데 내 기억이 맞다면 사람들이 모여있는 다빈치 작품 가까운 곳에 나폴레옹 대관식 그림이 걸려있다. 자크루이 다비드(Jacques Louis David)가 그린 이 작품을 실제로 보면 크기의 웅장함과 인물의 사실적 묘사, 그리고 화려함에 압도된다.

자크루이 다비드는 제자인 앵그르(Jean Auguste Dominique Ingres)와 함께 시대를 대표하는 18세기 신고전주의 화가이다. 신고전주의란 계몽주의의 발달과 괘를 함께하며 예전의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돌아가자는 문화적 사조로 볼 수 있다.

우리말로 ‘온고지신’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데, 주로 회화에서는 영웅적인 역사적 사실과 신화를 통해 사상을 전하는 역할을 했다.

이에 프랑스 대혁명에 적극 가담해 국민공회 의원으로 선출되어 루이16세의 처형에 찬성표를 던졌을 정도로 열렬한 혁명 지지자였던 다비드는 당시에 귀족적이고 감각적이며 장식성만 중시되었던 로코코양식은 정신적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한편 역사적으로 한 분야의 문화적 사조가 발달하면 다른 분야 역시 그것을 따라가곤했는데, 미술의 신고전주의가 꽃을 피운 이후 음악에서도 낭만파의 큰 흐름 속에 고전에 기초를 두는 음악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리고 자크루이 다비드가 떠난 10년 뒤, 음악의 신고전주의 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한 사람이 파리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자크루이 다비드의 1807년 작품 ‘나폴레옹 대관식’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자크루이 다비드의 1807년 작품 ‘나폴레옹 대관식’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까뮤 생상(Camille Saint-Saens)

우리에게는 <동물의 사육제>로 친근한 음악가인 생상은 어릴때부터 천재로 명성이 자자했다.

신동이었던 그는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뛰어난 피아니스트인 숙모로부터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가의 길로 들어섰는데, 10세에 베토벤의 소나타 전곡을 연주할 정도였다.

또한 초견과 즉흥연주에도 뛰어난 실력을 가졌던 그는 북유럽의 신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바그너(R.Wagner)의 오페라 지그프리트(Siegfried)를 초견으로 연주하며 편곡까지 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1835년 파리에서 태어난 생상은 혁명과 쿠데타로 얼룩진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2월 혁명과 제2제정의 탄생으로 정치적으로 격동의 시기를 보내던 19세기 중반의 프랑스는 경제적 호황기를 맞고 있었다.

시민의식과 계몽정신의 성장 등 근대화의 많은 변화 속에 있었던 생상은 자연스럽게 여러 분야에도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를 위대한 작곡가로 정의하기 이전에 문학 평론가로서 에세이와 시를 썼고, 당시 발달하고 있던 지질학, 식물학, 수학에도 관심이 많았으며 심리학자로도 활동하였던 다재 다능한 폴리매스(Polymath)의 전형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듯 하다.

이러한 생상이 영화 <기즈공의 암살>의 주제곡을 작곡해 세계최초의 영화음악가 타이틀을 가지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듯하다. 이렇듯 여러 장르의 음악과 악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작곡활동을 한 생상이지만, 나에게는 바이올린 협주곡과 여러 소품들로 좀더 익숙하다.

불세출의 바이올리스트 사라사테(P.Sarasate)의 청탁으로 만들어진 그의 바이올린 작품들은 악기의 특성을 살려 연주자의 기교와 화려함을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다.

교향곡, 오페라, 합창, 협주곡, 소나타등 악기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품활동을 평생 해온 그이지만, 생상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하고 자신의 본류라고 생각되는 악기를 하나 정한다면 오르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오르간(Organ)

모차르트가 악기의 제왕으로 칭송한 파이프 오르간은 다양한 소리와 끝없는 음역대를 가지며 때론 신비하며 웅장하게, 다른 한편으로는 격정적이며 황홀한 색채를 보여준다.

기원전 240년에 처음으로 등장한 파이프 오르간은 중세를 지나 교회음악을 중심으로 발달했지만 현재는 영화OST나 게임음악, 뮤지컬 등에도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2016년 1월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2016 롯데콘서트홀 기자간담회’에서 파이프 오르간이 공개됐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년 1월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2016 롯데콘서트홀 기자간담회’에서 파이프 오르간이 공개됐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우리가 잘아는 영화 <인터스텔라>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도 오르간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런 오르간에 피아노보다 더 특출한 재능이 있었던 생상은 21살에 프랑스 최고 오르가니스트만이 앉을 수 있는 파리 마들렌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가 된다.

아마도 그에게는 오르간의 장중한 선율이 베토벤을 기점으로 18세기 이후 많은 발전을 하고 있었던 피아노보다도 더 흥미를 끌었을 듯싶다. 그리고 오르간에 대한 관심은 그의 음악학자나 음악가로서의 성향이 신고전주의와도 연결되어 나타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생상은 점점 사라져가는 고전과 바로크의 음악들을 학자로서 연구하며 그것의 가치를 널리 알리려 했으며, 고전주의에 기초한 음악 위에 프랑스 음악과의 접목을 통해서 자신의 작품을 발전시켰다.

특히 그가 15곡이나 작곡했던 오르간 곡 중에 심포니 3번은 오케스트라와 파이프오르간의 협연으로 교향곡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가장 인기 있고 유명한 생상의 작품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작품은 크게 두 개의 악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악장마다 전반부와 후반부로 구분되며 전체적으로는 4개의 부분으로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각 악장의 후반부는 파이프 오르간을 사용해서 피날레를 장식했는데, 곡을 연주해본 입장에서 오케스트라의 에너지가 배가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생상은 심포니3번 이전까지는 오르간을 이용한 종교적인 엄숙한 곡들이 많았지만 이렇게 황홀한 느낌을 주며 고전적 바탕 위에 현대적인 느낌까지 가미된 교향곡은 당시 찾기 힘들었다.

이는 그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세련되게 전통과 현대와의 조화를 곡에 투영했는지 느낄 수가 있다. 특히 생상은 이 곡의 발표 직후 작품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했고, 더 이상 이런 작품을 만든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고백에서 그의 열정과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 빅토르 위고(Victor Hugo)

프랑스의 대문호인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과 노틀담의 꼽추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작가다. 생상은 자신의 에세이에서 낭만주의 문학의 대가인 그와의 추억을 기억하며 위고 작품의 생생한 아름다움과 그의 시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과 즐거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위고의 작품에 더욱 빠져들었던 생상은 작품 속에 위고에 관한 모티브와 아이디어를 투영했고, 그를 음악회에 초대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많은 정치적 핍박으로 도피생활을 해왔던 위고에 관해 역사학자 델핀 뒤샤르는 “정치적이기보다는 이상주의적이었고, 권력가 라기보다는 자유와 정의를 섬기는 사상가”라고 정의하고 있다.

프랑스의 민주주의열풍이 거셌던 제3공화국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생상또한 위고의 훌륭한 지성을 존경하며 그의 변하지 않는 인도주의적 가치를 추구해왔다.

낭만주의음악이 널리 퍼져있는 19세기 시대조류에 편승하지 않고, 고전작품을 연구하고 작품에 접목시키는 그의 음악은 빅토르 위고가 추구하던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2009년 8월 4일 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제1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애니콜★하우젠 아이스올스타 2009에서 김연아가 생상의 <죽음의 무도>에 맞춰 환상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9년 8월 4일 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제1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애니콜★하우젠 아이스올스타 2009에서 김연아가 생상의 <죽음의 무도>에 맞춰 환상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시대를 넘어서

흔히 외국의 어느 미술관을 가봐도 인상파의 작품은 많은 인파들로 붐빈다. 지금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인상파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는 ‘그리다 만 것 같은’ 미완성 취급을 받았었다.

하나의 문화적 사조가 나오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사조들이 있고 단계들을 이끄는 선구자들이 있다. 자끄루이 다비드로부터 이어진 신고전주의는 앵그르로 이어지며 낭만파의 들라크루아(Delacroix)와 제리코(Gericault)로 넘어가 마티스(Matisse)까지 이어진다.

생상의 음악 역시 제자인 포레(G.Faure), 그리고 좋아하지 않았던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를 넘어 다시 바흐(J.S.Bach)와 고전으로 돌아가자고 외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고전심포니(Classical symphony)의 프로코피에프(prokofiev)로 이어졌다.

신고전주의, 신인상파, 신인류 등 앞에 ‘신(新, new)’이 붙는 어휘가 다음세대로 가기 위한 올바른 나침반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올해로 사후 100주년이 되는 프랑스 작곡가 생상은 당대의 지성인이자 훌륭한 리더였다. 그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수많은 영감과 시대를 넘어선 아름다움은 이 시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에 대한 나침반역할을 하면서 지금도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 추천음반

생상의 바이올린의 화려함과 열정을 느껴보시고 싶다면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Introduction and Rondo Capriccioso)와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권한다. 연주자로는 하이페츠(Heifetz)나 벤게로프(Vengerov), 지노 프란체스카티(Zino Francescatti) 등 너무 훌륭한 연주자들이 있다.

심포니3번 ‘오르간’은 장 마르티농(Jean Martinon)과 프랑스 국립관현악단(National Orchestra Of The O.R.T.F)의 연주를, 그리고 샤를 뮌시(C.Munch)의 보스톤 심포니(Boston Symphony)를 추천한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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