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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갈망하며 유토피아를 향한 자기실현 욕구

[클래식에 빠지다] 헨델과 루벤스

2023.02.16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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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정신의학자이자 분석심리학자인 카를 융(Carl Gustav Jung)은 외향성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사교적이며, 마음의 관심과 에너지 방향이 외부로 향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외향적 성향인 사람들은 내향적 성향의 사람과 달리 활발한 인간관계를 통해 오히려 에너지를 얻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인기가 많은 편이며 사회적으로 높은 직책에도 더 많이 오른다고 한다.

이를 방증이나 하듯 외향성 점수를 측정한 한 기관에 의하면 전체 인구의 16%만이 외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나오는데 최고경영자인 CEO들 중에서는 60%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물론 최고의 전문가는 내향성이 강한 사람으로부터 많이 나온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외향적인 사람이 여러 면에서 많은 기회를 얻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질서와 균형을 강조한 르네상스 시대와 달리 일그러진 진주라는 뜻의 바로크 시대는 어원에서 느껴지듯이 외향적이며 우연과 자유분방함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런 특징을 대표하는 바로크 시대의 예술가를 꼽으라면 헨델과 루벤스를 들 수 있다. 그들은 항상 국왕의 권력과 가까이 있었으며 자신의 예술로 사회적 명성과 위치를 공고히 하였다.

외향적이며 자유로운 사고방식은 그들에게 사회적 성공으로 가는 기회 또한 만들어 주었다. 칸트는 “신은 인간을 자유롭게 창조했으며 인간은 그 자신의 힘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자유롭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였다.

삶은 결국 자신을 진화시켜가는 과정이며, 얽매이지 않은 삶을 살아온 헨델과 루벤스 역시 그들 자신의 힘을 예술을 통해 현명하게 사용하였다. 외향적 성향의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바로크의 거장 두 명이 작품을 통해 드러내는 공통된 특징들은 무엇일까? 

독일 할레 시청 앞에 있는 헨델 기념비. (사진=저작권자(c) d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독일 할레 시청 앞에 있는 헨델 기념비. (사진=저작권자(c) d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웅장함과 화려함

여러 악기들을 모아 하나의 거대한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심포니 즉 교향곡의 탄생은 바로크 시대와 그 괘를 같이하고 있다.

대조와 반복을 통해 궁극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바로크의 화려한 건축과 심포니는 서로 닮아있다. 웅장함과 화려함, 어찌면 그 시대의 조류라고 볼 수 있을듯하다.

헨델은 이탈리아풍의 화려한 오페라를 포함하여 수상음악과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 여러 합주 협주곡 등 많은 작품들을 통해 화려함과 웅장함을 뽐내고 있다.

특히 대 합주 편성의 왕궁의 불꽃놀이 작품은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전쟁의 종결을 선언하는 아헨조약을 축하하는 의미로 작곡되었다.

종전조약이 체결된 이듬해 런던의 그린파크에서 화려한 불꽃놀이축제가 열렸고 이 행사에 어울리는 음악을 영국의 조지2세가 헨델에게 의뢰한 것이다.

5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서곡(Overture)과 부레(Bourree), 평화(La Paix), 환희(La Rejouissance), 두 개의 미뉴엣(Menuets I & II)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주되는 장소가 많은 인파가 모인 야외인 것을 고려하여 당시로는 드물게 금관과 목관 등 대규모 편성으로 음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곡의 웅장함을 더하였다.

루벤스의 작품 역시 웅장함과 화려한 특징을 갖고 있다. 유럽의 궁전과 미술사 박물관에는 왕가 소유의 그림들이 많이 전시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화가가 바로 루벤스라고 할 수 있다.

시스템화 되어있는 아뜰리에를 통해 많은 다작들이 나온 영향도 있지만 작품의 화려함과 웅장함이 왕가와 귀족들의 취향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그의 화려함과 웅장함에는 특유의 과장미학이 자리 잡고 있는데, 카라바지오의 작품에서 얻는 강렬한 색채의 대조,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통해 배운 인체근육과 화면구성의 에너지 등은 그의 작품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 주었다.

또한 어릴 때부터 쌓아온 인문학적 지식 역시 작품의 스토리를 극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의 작품 속 바쿠스(Bacchus)를 보면 이전 르네상스시기의 작품들보다 인물이 훨씬 과장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고, 심지어 천사 아기들의 근육 역시 그렇다.

이런 화려함과 웅장함을 통해 드러나는 헨델과 루벤스의 작품세계는 바로크라는 시대적 사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 대중성

예술성과 대중성의 공존은 예술가들에게 평생의 화두와도 같다. 자신의 예술세계를 알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일반대중이 친숙하게 느끼거나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타협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 상업영화나 팝 아트, 인스타그램 전시, NFT 미술 등 자신을 알리기 위한 예술가들의 노력은 예부터 가지고 있는 오랜 욕망이었다.

헨델과 루벤스는 그런 욕망에 충실하며 시대가 요구하는 타협점을 빠르게 찾아낸 예술가라고 할 수 있다.  헨델은 음악가로써 왕과 귀족의 취향에 어울리는 밝고 경쾌한 곡들을 위주로 작곡하였다.

앞서 언급한 왕궁의 불꽃놀이 모음곡 비롯하여 왕의 뱃놀이와 여흥을 즐기기 위한 <수상음악>과 <알렉산더의 축연>같은 기악 합주곡들이 그러한 작품들이다.

대중적으로는 당시 유행하는 이탈리아풍 오페라를 작곡하여 많은 인기를 누렸는데 영화 <파리넬리>의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로 잘 알려진 <리날도(Rinaldo)>를 포함하여 <줄리오 체사레 (Giulio Cesare)>등이 그의 히트작이라 볼 수 있다.

물론 런던에서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의 흥행과 함께 이탈리아풍 음악 스타일에 식상해진 대중이 헨델을 외면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성공으로 천재적인 예술가는 다시 일어섰고 이후 왕과 대중 역시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루벤스 또한 왕족과 교회가 원하는 성향의 작품에 충실하였다.

그의 작품은 현세의 인간을 신화의 세계로 차용하여 대중들에게 매력을 발산한 작품들이 많은 편이다.

대지의 여신 키벨레와 바다의 신 넵튠을 의인화한 작품 ‘물과 땅의 결합’을 포함하여 두 번이나 같은 주제를 그린 <파리스의 심판>과 <이카로스의 추락>, <바쿠스의 축제>등 상상력이 필요한 신화세계의 작품들을 인간적 모습으로 그려냈다.

또한 루벤스는 다수의 성화를 주문 받아 그렸는데, 당시 종교전쟁과 성상 파괴운동으로 인한 성화의 소실은 그에게 큰 기회로 작용하였다.

<동방박사의 경배>, <성 프란체스코 하비에르 기적> 같은 작품을 비롯하여 앤트워프 성당에 있는 <십자가에서 내리심>은 당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그의 명성을 더욱 드높인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022년 11월 23일 중국 홍콩에서 열린 경매 시사회에서 루벤스의 <침례자 요한이 살로메에게 선물한 머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EPA/제롬 FAVRE/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2022년 11월 23일 중국 홍콩에서 열린 경매 시사회에서 루벤스의 <침례자 요한이 살로메에게 선물한 머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EPA/제롬 FAVRE/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알레고리(allegory)

알레고리(allegory)는 그리스어 알레고리아(allegoria)에서 유래하였으며, 은유적 의미전달을 뜻하는 표현양식의 단어이다. 즉 추상적인 생각이나 개념을 의인화하거나, 다른 동식물의 형상으로 바꿔 묘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예술은 은유와 유추를 기반으로 하는데, 헨델과 루벤스의 작품에는 이런 알레고리적 요소들이 종종 내재되어 있다. 헨델의 오라토리오(oratorio) 작품들은 그러한 특징들이 잘 나타나있다.

영국에서의 과열된 오페라 경쟁으로 인해 파산한 헨델은 탈출구가 되어줄 음악적 형식을 찾았는데 바로 오라토리오였다.

오페라와 다르게 무대와 의상, 연출이 필요 없는 음악극인 오라토리오는 종교라는 대중적 요소로 묶여있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 수 있는 소재였다.

그의 오라토리오는 기독교적 소재를 이용하여 하느님에 대항하는 이방인이라는 대립적인 구도를 차용하였는데, 이교도의 위협에 처해있는 이스라엘을 영국에 비유하여 “이방인에 맞서는 영국”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애국심을 고취시켰다.

또한 솔로몬이나 다윗 등 성서에 나오는 군주의 모습은 당시 영국적 전통성이 부족했던 하노버왕가에 당위성을 부여해주기도 하였다.

영국 국교회의 신학자 제넌스와 종교시인들을 애국적 가사제작과 감수에 참여시킨 것 또한 헨델의 음악적 의도를 엿보이게 만들고 있다.

루벤스의 작품 역시 신화와 성서가 주를 이루는데 여러 우회적인 방식으로 알레고리적 요소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 <평화의 축복에 대한 알레고리>는 스페인의 국왕 펠레페4세가 영국의 왕 찰스1세에게 헌정한 작품으로 양국의 평화를 도모하기 위한 작품이다.

그리스의 신 아테나가 전쟁의 신 마르스와 불화의 신을 쫓아내고 그림의 하단은 맹수 조차 평화로운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은유적으로 평화의 모습을 상징하며 비슷한 작품으로는 <전쟁의 결말>등이 있다. 노련한 외교관이었던 루벤스는 작품의 알레고리적 요소를 통해 드러나지 않는 외교를 하였던 것이다.

◆ 사교성과 시대정신

헨델과 루벤스는 여러 나라를 다니며 구축한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넓은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였다. 독일에서 영국으로 넘어간 헨델은 조지1세의 마음을 풀어주려 수상음악을 작곡하였으며 귀족의 자제들을 가르치며 후원자들을 물색하였다.

루벤스 또한 뛰어난 인문학적 지식과 6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실력으로 외교관 역할을 충실해 해내었다. 그들은 타고난 사교성으로 자신들의 사회적 입지를 탄탄히 다져갔다.

비록 그들의 삶은 부와 명예를 쫓았지만 작품은 세속적이지 않는 비범한 걸작들이었다. 작품 속에는 시대정신이 있었으며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계층을 넘나들며 공감을 이끌어내었다.

우리는 헨델의 오라토리오와 루벤스의 그림들 통해 당시 국제정세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구교와 신교 그리고 이교도간의 갈등, 국가간의 전쟁 등 헨델과 루벤스를 둘러싼 환경은 변화무쌍하였으며, 현재 우리의 세계와도 맞닿아있다.

바로크의 두 거장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들은 특정한 입장을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인류보편적인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끊임없이 갈망하며 유토피아를 향한 자기실현 욕구” 그것이 두 거장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이지 않을까 싶다.

마크 주커버그는 이런 말을 하였다. “위대한 삶은 마음껏 실패할 수 있는 자유에서 시작한다”

☞ 추천음반

헨델의 오라토리오는 칼 리히터(Karl Richter)의 연주가 대중적이며, 바로크시대 원전연주에 충실한 음반들은 호그우드(Christopher Hogwood)와 가디너(John Eliot Gardiner)의 깔끔한 연주를 추천 드린다.

헨델의 오페라는 전집 시리즈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아리아 모음집을 추천 드린다. 현대판 카스트라토라 할 수 있는 카운터 테너 안드레아스 숄(Andreas Scholl)의 음반을 권해드리겠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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