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저출산 고령화 대극복

세대를 잇는 도시, 연령통합사회를 상상하다

[저출산고령화 대극복] 모든 세대를 위한 도시를 향해

2025.07.10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글자크기 설정
인쇄하기 목록
세대는 나눌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방식이다. 이제는 세대를 잇는 도시, 나이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연령통합사회를 상상할 때이다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우리 사회는 지금 출생은 줄고, 고령자는 빠르게 늘어나는 커다란 변화 속에 있다. 

아이 울음소리는 줄고, 동네 어르신들의 숫자는 해마다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 변화가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의 관계까지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아이 돌봄, 청년 주거, 노인 복지처럼 각 세대를 따로 지원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다 보니, 같은 동네에 살아도 세대 간에 서로 만날 기회가 적고, 함께 어울릴 공간도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다르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공간,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그러한 '연령통합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다음 걸음이다.

연령통합사회는 복잡한 말 같지만, 사실은 단순하다. 어린이, 청년, 중장년, 어르신이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도시와 동네를 설계하자는 것이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공원 옆 벤치에서 어르신이 책을 읽고, 청년들이 지역의 마을카페에서 주민들과 함께 일하는 풍경. 이런 장면이 낯설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연령통합이다.

해외에서도 이런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OECD는 최근 '모든 세대를 위한 도시(Cities for All Ages)'라는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도시 공간에서 세대 간 만남과 연결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안전한 보행환경', '세대를 잇는 공동체 공간', '공공서비스 접근성 강화' 같은 변화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양한 연령대가 공유하는 공간(카페, 유치원, 시니어케어)이 함께 배치된 주거단지 배치 설계(출처 - 온라인 건축 전문 플랫폼 ArchiDaily)
다양한 연령대가 공유하는 공간(카페, 유치원, 시니어케어)이 함께 배치된 주거단지 배치 설계(출처 - 온라인 건축 전문 플랫폼 ArchiDaily)

연령통합사회는 단순히 세대가 함께 사는 사회를 뜻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세대 간의 경계가 지나치게 나뉘지 않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공존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말한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동네 공간, 나이와 관계없이 접근할 수 있는 교통과 서비스, 세대 간 어울림을 유도하는 커뮤니티 설계가 그 핵심이다.

미국 테네시 주 녹스(Knox) 카운티에 조성된 세대혼합형 놀이터.(출처 - https://legacyparks.org)
미국 테네시 주 녹스(Knox) 카운티에 조성된 세대혼합형 놀이터.(출처 - https://legacyparks.org)

중요한 건, 연령통합이 복지정책의 일부로만 머물러선 안 된다는 점이다. 

생활환경 전체의 설계와 운영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예컨대 청년 주택과 고령자 주거가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 같은 단지 안에서 삶의 리듬을 나누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상호작용'이다. 

그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 구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와 프로그램, 그리고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주는 디자인이 함께 작동해야 진정한 연령통합이 가능하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제시된 주요 공약을 보면, 저출생 대응은 보육, 양육비, 주거 지원 중심으로, 고령사회 대응은 돌봄과 의료체계 강화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정책은 분명 필요한 일들이지만, 여전히 세대별 지원을 나눠서 바라보는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세대를 따로 보는 방식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연령에 따라 정책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고 연결하는 정책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

새 정부가 이러한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간과 정책, 서비스의 설계 전반에서 '연령통합'의 원리를 반영해주길 기대한다. 

단지 복지를 확장하는 것을 넘어서, 세대 간의 관계를 회복하고 연결하는 도시와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모두가 아이였고,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이런 당연한 사실을 도시와 정책이 잊지 않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쪽에서는 출산율이 줄어드는 통계가 발표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고령 인구가 어린이를 앞질렀다는 뉴스가 이어진다. 이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나이와 세대를 가르는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공간과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전환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세대는 나눌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방식이다. 이제는 세대를 잇는 도시, 나이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연령통합사회를 상상할 때이다.

고영호

◆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정책연구센터장, 기획재정부 인구위기대응 TF 고령사회 대응반 위원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국토교통부 인구대응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령자 주거와 복지의 연계, 고령친화 공동체마을 등에 대한 고령친화 건축도시공간 정책연구 전문가이다.

하단 배너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