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와 경쟁은 조직의 발전을 위한 튼튼한 자양분이다. 평가와 경쟁에서 발전과 성숙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사회의 원동력도 거기에서 나온다. ‘평가로부터 자유로웠던’ 교원들은 그런 점에서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울 원천적인 가능성을 봉쇄당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이 구조를 혁신하기 위해 나섰다. 교원평가제의 의미, 주요쟁점 등을 분석한다. (편집자주)
우리나라의 교원제도는 정년과 보수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이 제도는 신분을 법률로 보장, 안정적 교육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반면 이 장점은 그만큼의 단점을 가지고 있다. 교원들의 지속적 자기계발과 전문성 향상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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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원평가제 도입을 앞두고 교육부와 관련단체의 활발한 협의가 진행중이다. 교원평가제는 교직사회와 개인의 역동성을 키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OECD “한국의 근평제 교원 전문성 신장 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원정책검토단은 지난해 발표한 ‘한국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교원의 근무조건 및 임금 등은 매우 안정적이나 승진제도에만 활용되는 현행 근무평정(근평)제도는 교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교원평가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충고했다.
송인섭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 모든 곳에서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평가가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서 교원들만 예외로 남아 있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하고 “평가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으나, 평가활동이 제대로 순기능을 발휘하면 소속된 집단과 개인을 역동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금년 5월 교원평가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면서 “안정적 신분보장 체계에서 교원들 스스로 전문성을 신장하고 자질을 제고할 계기를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원평가를 통해 교육계의 신뢰를 회복하고 교원자질 향상을 통해 공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 80% 찬성하는 제도 도입을 교원단체는 왜 반대하나”
제도 도입의 실무적 검토에 들어간 교육부는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교원평가 시범운영(안)을 만들기 위해 교직단체와 13차례의 협의회를 개최하고 전국규모의 공청회(1회), 권역별토론회(2회)를 거쳤다. 그러나 교원단체와의 협의가 지연되면서 정부방안 발표도 3월과 5월 두 차례나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교육부와 관련단체간의 협의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제도 도입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돌기도 했다. 언론들은 “국민의 80% 가량이 찬성하는 교원평가제에 대해 교원단체들은 왜 이를 실시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 없다. 교원단체들은 협의체에서 현실성 있는 교원평가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국민, 6월22일자, 사설)는 주문을 내놓았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은 시범학교 선정을 저지하는 것은 물론 교원평가제 도입을 끝까지 거부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지난 27일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들이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제도 강행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교육실패 책임 전가하는 교원평가제 절대 반대”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는 교육부의 교원평가제 일방강행을 성토했다. 이어 현장기자회견을 통해 교원평가제 도입을 반대하는 전교조의 입장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교원평가제도는 새로운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현행 근무평정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교조의 주장은 현행의 근평제도 보완을 포함해 실제 교육경쟁력을 향상시킬 방안들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교원 수업시간 경감 방안과 교원정원 확충 등 교원의 전문성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표준수업 시간 법제화 등을 함께 주장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현재의 근평제도에 이은 교원평가제는 평가의 중복이며, 교원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원책을 빼고 평가만 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 아니냐는 것이다.
획일적 기준 적용 않고 학교실정 맞게 자율성 보장
교원단체의 이 같은 주장와 관련, 강정길 교육부 교직단체지원과 과장은 “기존 근평과의 중복 문제는 새 제도 도입 이후 병행실시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고 새 평가제가 현장에 정착하게 되면 근평제 개선안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과장은 또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시범 운영기간 중에는 교원들의 거부감과 업무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업활동 중심으로 적용하고, 이후 생활지도 등 비교과과정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그간 교원단체와의 협의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정부안의 수정 및 보완도 계속해왔다. 교원평가의 목적에 충실함으로써 평가자체에 대한 교원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과 제도 도입을 통해 잡무 등이 늘어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 등이었다.
우선 교원들 스스로 변화의 주체로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했다. 평가의 방법과 기준에 있어서도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단위학교의 실정과 여건에 맞게 수정, 보완해 나갈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키로 했다.
교육부는 또 교원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평가대상에 교장을 포함하고, 평가자는 현행 관리자 외에 동료교원과 학부모·학생이 참여하는 다면평가제를 도입함으로써 평가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화 통로 재개 … 11월초 시범운영 도입 결론 낼 듯
최근 교육부와 관련 단체간의 대화 통로가 다시 열려 ‘이번 학기 내 제도 도입’가능성을 열었다. 지난 24일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가 교원평가제 도입을 위해 교육부와 관련 단체들이 구성한 ‘학교교육력 제고를 위한 특별협의회’에 복귀, 협의를 재개키로 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11월 초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시범운영을 위한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서는 언론이 보다 직접적으로 교원사회의 전향적 태도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우리 사회 어느 부문도 평가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 중앙부처 공무원들도 예외 없이 다면평가를 받고 있다. 교원들만 평가를 받지 않겠다고 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고집하다간 국민들의 지탄만 받을 뿐이다.”(한국, 10월25일자, 사설)
교육부와 교원단체 등을 포함한 교육주체들은 이제 안팎의 엄중한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슬기롭게 제도를 도입해 교육당국과 학교, 교원과 학생이 모두 ‘윈윈’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
□ 교원평가제 도입 쟁점 3제
▲ 교원평가가 구조조정으로 연계되나.
교원단체가 첫 번째 이의제기가 바로 “교원평가제를 구조조정의 전 단계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하는 것이다. 교원단체는 실제 민간기업의 경우 실적평가를 통해 인사고과가 이뤄지고, 인사고과는 이어 직간접적인 구조조정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들어 교원평가제 도입의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 제도가 목적에서 밝힌 대로 스스로 전문성을 신장하고 자질을 향상시킬 계기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과는 근본적으로 거리가 멀다고 강조하고 있다. 평가 자체도 동료들에 의한 다면평가를 통해 상호간의 약점과 강점을 발견하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이뤄지므로 기본적으로 평가결과를 구조조정에 활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부는 우리나라 교원은 정년과 보수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교원평가를 통해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 학부모와 학생의 교사평가 믿을만한가.
교원단체들은 학부모나 학생참여 문제를 지역이나 학교 학생들의 자율영역으로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학부모와 학생이 평가에 참여하게 된다면 학교현장이 인기위주의 수업, 동료에게 보여 평가받기 위한 과시성 수업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소비자의 입장에 가까운 사람들과 언론 등은 반대의 입장이다. 이들은 교원평가에는 반드시 교육소비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 학부모와 학생이 참여하는 것은 평가라기보다 교육에 대한 만족도와 의견 제시하는 수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평가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교육활동에 반영하는, 이른바 ‘수요자 중심평가’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 교원평가결과가 부적격교원 퇴출에 활용?
교원단체들은 이 제도가 부적격교원 퇴출의 수단으로 쓰이는 한편 무능교원 퇴출이라는 명분으로 교원들의 신분에 대한 불이익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부적격교원의 퇴출에 대해서는 교단 내에서도 이미 합의가 이뤄진 만큼 교원평가와 연계시키지 않고 별개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교원평가제에 대한 관계자 협의가 진행 중이던 지난 8월, 부적격교사 퇴출방안을 별도로 발표한데 이어 9월에는 폭력교사와 신체ㆍ정신적 결함이 있는 교사를 부적격교사에 포함시키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 중에 있다. 두 사안은 목적도, 취지도, 시행 방법도 다른 전혀 별개의 정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