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영역
제주시가 야생노루 길들인 까닭
[제주] “사람
냄새 나는 동물원과는 다르네요.”
정용한씨(40)는 7살 된 아이와 함께 제주 노루생태관찰원을 찾았다. 그는 새끼 노루가 아이한테 다가오는
모습이 신기했다고 한다. 그는 “보통 동물원에는 사람 냄새만 나는데,
이곳은 다른 것 같다”며, “노루가 사는 곳에 몰래 다녀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가족과 함께 온 임혜진씨(32)도 “태어나서 처음 노루를 봤다”며,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처럼 가까운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새끼 노루가 자신의 손바닥까지 핥는 모습이
사랑스러웠고, 한적하고 공기도 좋아서 제주도 여행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동물들이 어울리는 모습이 좋아, 이곳을 주변에 적극 추천하겠다고
했다.
자연
그대로를 살려 주목받는 ‘노루생태관찰원’
제주시 절물생태관리사무소
노루생태관찰원은 2007년 8월
제주시 봉개동 거친오름 근처에 문을 연 자연생태학습장이다. 환경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제주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곳에선 220여마리의 노루들이 50여ha 너비의 산과 길에서 뛰어논다.
관람객들은 지나다가 노루에게 먹이를 줄 수 있고, 산행을 하다가 야생노루와
만날 수도 있다.
| 제주 노루생태관찰원은 노루의 관광자원화를 하면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상태에서 노루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공시설물은 노약자
등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관광객이 쉽게 노루를 관찰할 수 있는 ‘상시관찰원’과 노루생활상을
보여주는 전시관 정도다. 나머지는 모두 자연 상태 그대로다. 노루를 우리에 가둬놓지도 않았다. 원래 노루들이 살던 오름을 그대로 보호·관리하며
번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을 뿐이다.
환경오염으로 줄어든 노루, 개체수 늘려놔
제주시에서
이곳을 만든 것은 1980년대 환경오염으로 노루의 개체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원래
제주에는 노루가 많았는데, 개체수가 줄자 동물보호단체들이 노루보호사업을 추진했다고 한다.
이에 제주시는 1999년부터 노루와 노루가 살 수 있는 생태환경을
보호하고, 나아가 노루를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관찰원 설립계획을 세웠고, 2007년 8월 제주 노루생태관찰원의
문을 열었다.
관찰원에선 눈이 내릴 때 먹잇감을 찾아 산 아래로 내려온 노루, 야간에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밀렵으로 다친 노루를 데려왔다. 이렇게 불러들인 100여
마리의 노루를 보호, 관리에 들어간 지 3년. 지금은 개체수가
220여 마리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 지난 2월 환경부는 노루생태관찰원을 생물자원보전시설로 등록했다. |
그리고 올해 2월 4일 이곳은 환경부로부터
전국 최초로 살아있는 포유류 생물자원보전시설로 인정받았다.
생물자원보존시설이란 환경부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보호를 위해
2004년부터 운영해오는 제도다. 이로서 제주 노루생태관찰원은 대내외적으로 생태자원을 보호, 보전하는 중요지구로 승인받은
셈이다.
관광자원으로서
노루의 가치
이제 관찰원은 노루의 관광자원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주에 많은 ‘말’은 이미 요리, 화장품 원료, 승마 체험에 이르기까지 1, 2, 3차 산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노루는 아니다. 관찰원의 고형종 계장은 “노루는 지금까지 연구하는 학자들도 거의 없을 만큼 낮게 평가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 제주 노루생태관찰원에는 현재 220 여 마리 야생노루를 만날 수 있다. |
그는 관찰원을 “국내 최초로
야생동물인 노루를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생태동물원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단계로 지난해 7월부터는 상시관찰원 울타리를 걷어냈다고 했다. 노루들이
차츰 사람들에게 익숙해지자, 관람객이 더 많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한 것이다. 그 전에는 노루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관찰로에 울타리를
쳐뒀다고 한다.
또 노루 먹이주기 체험, 노루가 사는 오름 생태 알아보기
등 다양한 생태학습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인지,
처음에는
하루 평균 200~300명 정도였던 관람객은, 요즘 최대 1000명까지로 늘었다. 특히 생태체험 프로그램은 참가자 모집 일주일 만에 참가자가 다 찰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 노루먹이주기 생태체험 프로그램은 일주일만에 조기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
이에 각 시·도 담당공무원들은
4월 16일 이곳을 둘러보고, 자신의 시·도에도 이 같은 공간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들과 함께 한 환경부 녹색협력과 김용석 서기관은
“그린시티는 나무만 심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결국 동식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것”이라며
“각 시도 관계자들은
환경도 살리고, 관광자원화도 만드는 우수 사례로 제주 노루생태관찰원을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관찰원 고 계장은 “생태관광을 주도할
수 있게, 생태환경 보전은 물론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노루 전시관도 확대 증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루 길들이기
힘들어
제주시에서 관찰원을 만들 때 모델로 삼은 것은 일본 나라현의 ‘나라 사슴공원’이었다.
나라 사슴공원은 야생환경에 사슴을 풀어놓고 관람객을
불러들여 생태환경보호와 관광효과를 동시에 성공시킨 예다.
문제는 사슴은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동물이지만, 노루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었다. 노루는 아주 예민한데다가 줄곧 야생으로
살아왔고, 무엇보다 관련 연구자들도 매우 드물어 사람과 친해지는 방법을 연구한 적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야행성이라 사람이 활동하는 낮 시간에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문제까지 있었다.
| 노루가 사람과 친해지려는 시도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
관찰원의 고 계장은 “여린 잎만 골라먹는 까다로운 노루의 입맛에 맞추고
낮 시간에 먹이를 주면서, 사람을 꺼리지 않게 낮에도 활동을 할 수 있게 아주
천천히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현재 관찰원 입구 쪽에 사는 야생노루 30마리는
사람을 잘 따른다고 한다.
지난해 관찰원에서 태어난 8마리의 새끼 노루는 아예 태어날
때부터 사람을 봐서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하지만 아직 산에 사는 나머지
180여 마리는 사람을 보면 달아난다고.
이들은 시간을 두고 길들일
예정이고, 우선은 관찰원 입구 쪽에 사는 노루들부터 차츰 사람과 익숙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한다.
관람객, 인간과 자연이 함께 하는 즐거움 배워야
요즘
관찰원에선 한 가지 걱정이 있다고 한다. 관찰원의 정용택씨는
“생태학습을 온 사람들이 노루가 사람을 반기니까 친화력이 좋은 동물이라고 생각한다”며,
“노루는 원래 소화기관이 약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는 굉장히 민감한 동물이라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통사고를 당한 노루를 관찰원에
데려왔는데, 사람들이 많이 만져보는 바람에 스트레스성 설사병으로 3일 만에 죽은
일도 있었다”며 “관람객들에게 너무 많이 만지지 말라고 주의를 요청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호주에선
1997년 코알라 끌어안기 금지법을 도입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너무 많은 관람객이 코알라를 안고 사진을 찍는 바람에
스트레스가 심한 코알라가 많이 생겨서다.
제주시에선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지역동물 노루를 생태관광자원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는 제주시만의
노력으로는 이뤄나갈 수 없다. 진정한 생태관광자원화는 관람객들이 노루가 사는
생태환경을 이해하고, 이를 받아들여야 가능할 것이다. 이곳이 더욱 발전해, 인간과
자연이 함께 하며 생태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제주 노루생태관찰원에선 한시적으로 무료입장을 하고 있다. 개장시간은 3월부터 10월까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인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진 오후 5시까지다. 특히 노루에게 먹이를 주는 오후 4시에 방문하면 많은 노루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http://roedeer.jejusi.go.kr)
정책기자 이정임 (실용서 작가) jaado@naver.com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