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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접근방법

조중훈 통일부 교류협력국 인도지원과장

2011.10.18 조중훈 통일부 교류협력국 인도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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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전 북한 김일성 주석은 북한 주민들에게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비단옷을 입으며 고래등같은 기와집에 살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50년이 지난 올해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먹는 문제를 기어이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백년의 시간이 흘렸지만,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배고프다. 앙상한 뼈만 남아있는 아이의 눈망울은 우리를 슬프게 하고, 먹을 것이 없어 야산의 풀을 뜯어먹고 있다는 국제기구 관계자의 목소리는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실시한지 15년이 넘었다. 그동안 3조 2천억원 상당의 인도적 지원 물자가 북측에 전달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2천 2백억원 상당의 대북지원이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당국 차원에서 북측에 지원한 식량만 285만톤에 이르며, 식량증산을 위한 비료지원도 255.5만톤이 이루어졌다.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약 2억달러의 지원을 실시했다. 수해가 날 때마다, 예기치 못한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도 우리 정부는 어김없이 인도주의 차원에서 북측에 지원했다.

우리 국민들도 북한 주민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 눈감지 않았다. 설날 받은 세배돈, 손자들 주기위해 모은 쌈지돈을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선뜻 내놓았다. 아무런 조건도 없다. 그렇게 십시일반의 정성이 모여서 대북지원 민간단체를 통해 지원한 것이 8천 5백억원 상당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된 것은 우유 하나, 밀가루 한 포대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인 것이다.

작년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있었다. 특히, 우리가 수해지원을 진행중인 상황에서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여 민간인을 희생시킨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인도적 지원만은 중단하지 않았다. 5.24조치를 취하면서도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겠다고 발표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많은 반대도 있었다. 내외에서 숱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는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서, 남북관계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그런 어렵고 힘든 결정을 하였다. 이에 따라 ‘11. 8월말까지 민간단체 차원에서 46건 73억원 상당의 지원물품 반출을 승인하였다.

그러나 2011년 가을,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배고프다. 아파도 치료받기 힘들다. 병원에 가봐야 치료할 약과 장비도 없다. 풀을 뜯어먹는 북한 주민의 모습과 쓰레기 더미를 헤집는 어린 아이의 모습은 15년전 그대로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북한 식량난은 구조적인 차원의 문제이다. 즉, 북한의 폐쇄적이고 경직된 계획경제체제 자체의 결함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경제시스템을 개혁하지 않는 한,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지금의 경제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난 해결 없이는 만성적인 식량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결국, 외부의 도움 없이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의 근본적인 딜레마가 존재한다.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난을 해소하려면 경제시스템을 개혁해야 하는데 그것은 정치체제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역으로 정치체제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방경제로의 전환은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이며 그 경우 먹는 문제는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이른바 ‘개방의 역설’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개방의 역설’은 대북 지원에도 적용된다. 인도적 지원의 핵심은 지원을 필요로 하는 대상에 대해 필요로 하는 물자가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다. 이 원칙이 잘 지켜진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북한은 지원물자는 받되 모니터링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보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도적 지원의 일반원칙은 “No Access, No Food”가 북한에서는 더 이상 일반적이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인도적 지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해당 지역에 시급하게 요구되는 물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어 소비되는 것이다. 아무리 동포애와 인도주의 정신에서 이루어진 지원이라 하더라도, 누구에게 전달되는지, 지원된 물자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계속 지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한에 대한 분배투명성 요구는 비단 우리만의 요구가 아니다. 북한에 지원하는 모든 나라들과 국제 NGO들도 한결같이 북한에 분배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의 모니터링 요구가 마치 대북지원을 하지 않으려는 구실 찾기나 정치적인 요구인양 선뜻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지원 규모나 폭을 조건없이 확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개방의 역설’에 갇힌 북한 당국의 태도로 인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북한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북한 어린이들은 미래의 통일된 한반도에서 한 축을 이룰 미래세대다. 우리 어린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할 우리의 친구이다. 그러나 유년기에 제대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면 그 영향은 신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지적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북한의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어린이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앞으로도 남북간 정치적인 상황에 관계없이 우선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북한 스스로 정말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일회적인 지원을 넘어서서 북한 식량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농업 부문에서 종자개량, 지력 증대, 농업기술 전수 등과 같이 생산성 향상을 통해 자생력을 증진시켜야 한다. 계획적인 산림조성과 관리를 통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병원을 현대화하고 선진 의료기술을 받아들이고 체계적인 예방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긴급구호의 단계를 넘어, 복구와 개발의 과정으로 신속히 이행해 나가야 한다. 우리의 인도적 지원도 이제는 이러한 목표에 맞출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스스로의 자구노력이다. 아무리 외부의 지원이 많이 주어지더라도 당사자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핵무기는 결코 북한 주민들이 처한 빈곤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 외부의 지원도 북한 식량난을 해결해 주는 근본 해법이 될 수는 없다.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북한 스스로가 가지고 있다. 북한이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우리 정부는 적극적으로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어린이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자연재해에 대한 지원은 변함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원을 필요로 하는 곳에 필요한 물자가 전달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국제기구의 모니터링 수준 등을 고려하려 분배투명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와 이해에 기반한 인도적 지원을 추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들의 소중한 정성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 전달되어, 미래의 소중한 싹을 틔우는 희망의 밀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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