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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노부부가 매일같이 남산에 오르는 이유

폐목 재활용한 야외도서관…남산 숲속 ‘다람쥐문고’ 은은한 인기

2012.08.14 정책기자 박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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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의 수려한 경관에 아름다운 야외도서관이 있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폐목을 활용해 서가를 만들어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립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읽을 만한 책들이 항상 비치돼 있고, 언제든 읽을 수 있어 마음의 풍요로움을 더합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도심 한복판에 우뚝 솟은 남산. 그 속에 올해로 90주년을 자랑하는 남산도서관이 위치해 있다. 지난해에는 도서관 바로 옆에 ‘다람쥐문고’라고 명명된 야외도서관이 하나 생겼다. 정확한 위치는 산책로변 퇴계 이황 선생의 동상 바로 뒤. 산유화의 시인 김소월의 이름을 딴 소월길과 남산도서관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폭염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대가 높고 숲속이라 도심 평지보다 온도가 몇 도는 낮은 것 같았다.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 독서하기 안성맞춤. 이곳 문고를 찾은 시민들의 입에서는 잔잔한 칭찬이 이어졌다.

다람쥐 문고는 남산 또 하나의 작은 숲속 야외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다람쥐 문고는 남산의 또 하나의 명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다람쥐문고’는 2011년 10월 조성됐다. 남산도서관과 서울시 중부푸른도시사업소 두 기관간 협력 사업의 결실이다. 도서관에서는 도서 제공과 운영을 맡고, 도시사업소에서는 서가와 의자 등을 제공했다. 또 하나 특이할 만한 것은 태풍에 쓰러진 나무들을 재활용해 서가를 만들었다는 것.

2010년 8~9월 한 달간 한반도를 스쳐간 태풍은 덴무, 콘파스, 말로 등 3개나 된다. 이로 인해 인적, 물적 엄청난 피해를 남겼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태풍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던 남산 숲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십 년된 아름드리 나무가 뽑히고 부러져 쓰러졌다.

오랫동안 비바람 속에서 남산과 함께한 쓰러진 나무들이지만 남산을 떠나기는 싫었던 모양이다. 그것들이 대부분 재활용돼 다람쥐문고 서가로, 시민의 쉼터 의자로 변신해 지금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다람쥐문고는 독서로 마음의 양식을 얻고, 소통으로 시민들이 서로 사랑을 나누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다람쥐문고는 독서로 마음의 양식을 얻고, 시민들이 서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중부공원녹지사업소 시설과 박은영 주무관은 “2년 전 태풍으로 남산 숲 아카씨아, 벚나무, 잣나무 등 많은 피해목이 발생했다. 폐목재를버리기는 아깝고 그동안 잘 가꿔 정도 들어 내부적으로 재활용을 결정했다.”며, 그 과정에서 사업소 내‘아름다운남산만들기’라는동아리의 ‘남산공원이용활성화’ 기획안이 채택되어 문고 탄생에 일조했다고 전했다.

동아리 회원은 박 주무관을 비롯해 20여 명 정도. 푸른남산 가꾸기와 산책로변 아름다운 꽃심기 등을 하고 있다. 다람쥐문고에는 이들 동아리 회원들이 조성한 하트 모양의 화단이 있어 시민들의 포토존이 되고 있다.

서가에는 시와 소설, 어린이도서, 과학 및 역사 등 다양한 장르의 도서가 비치되어 있다
서가에는 시와 소설, 어린이도서, 과학 및 역사 등 다양한 장르의 도서가 비치되어 있다

남산도서관 행정지원과 김인석 주무관은 “조성 과정에서 야외도서관 운영에 따른 도서 분실을 우려했지만, 양심에 맞기고 일부 도서 분실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감수하기로 하며 과감히 추진했다.”며 “1년이 지난 지금은 그 때의 우려가 모두 기우로 변했다.”고 귀띔했다.

이용 시민 모두 양심이 있고, 주위 눈이 있어 문고 비치 도서 분실은 거의 없다고 했다. 김 주무관은 “혹여 가져간 도서도 며칠 후 가보면 제자리에 꽂혀 있고, 일부 시민들은 집에 있는 도서를 오히려 되가져와 문고에 비치해 두는 경우도 있다.” 며 그런 분들께 고마움을 전했다.

 폐목이 된 이후에도 재활용으로 서가를 굳건히 받치고 있는 거목의 희생이 눈물겨울 정도다
폐목이 된 이후에도 재활용으로 서가를 굳건히 바치고 있는 거목의 희생이 눈물겨울 정도이다.

김 주무관과 이야기를 나눈 시각이 토요일 오후 5시경, 그때까지 업무를 보고 막 도서관을 나서려는 이정우 관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이 관장은 학생들이나 시민들이 종일 꽉막힌 실내 도서관에서 공부하거나 책읽는 모습을 보고, 조금은 안타깝게 생각했단다. 이후 고심을 하다 아름다운 남산을 활용한 야외도서관을 만들기로 결심, 그 결과물이 오늘의 ‘다람쥐문고’가 탄생한 배경이 됐다.

이 관장은 “다람쥐문고는 시민들의 사랑방이다. 시민들이 남산에 와서 아름다운 경관을 구경하고 편안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곳,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을 골라 보며 마음의 양식까지 얻어갈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라고 했다.

이정우 남산도서관장의 시민 사랑방 구상이 다람쥐문고로 승화했다. 도서관 벽면에 설치된 훈민정음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이정우 남산도서관장의 시민 사랑방 구상이 ‘다람쥐 문고’로 승화했다. 도서관 벽면에 설치된 훈민정음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이 관장의 말대로 다람쥐문고는 문고를 표방하고 있지만 소통과 나눔의 시골 사랑방을 연상케 했다. 도서문고를 이용해 책을 보는 시민들도 있지만, 가족이나 지인들이 벤치에 둘러 모여 담소를 나누고 간단한 음식을 가져와 서로 나누어 먹기도 했다.

연인끼리 와서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중·고등학생들이 실내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잠시 나와 숲아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벤치에 드러누워 책을 봐도 누가 탓하는 시민도 없었다.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다리를 벤치에 올려놓고 가장 편한 자세로 책을 읽는 아저씨, 이 모두가 다람쥐문고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풍경이요 특권이었다.

 공직 은퇴 후 매일 남산 산책 후 문고를 찾아 책을 읽는다는 김진성 씨 부부, 부끄럽다며 고개를 들지 않던 아내는 촬영 후에야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공직 은퇴 후 매일 남산에 산책을 와 문고를 찾아 책을 읽는다는 김진성 씨 부부, 부끄럽다며 고개를 들지 않던 아내는 촬영 후에야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오랜 공직에 있다 은퇴했다는 김진성(65·중구 신당동) 씨는 “직장 은퇴 후 아내와 거의 매일 다람쥐문고를 찾고 있다.”며 “집에서 이곳까지 도보로 1시간 남짓 거리인데 산책 후 더위도 식힐 겸 이곳에 와서 보고싶은 책을 본다.”고 말했다.

산책으로 운동도 하고, 책을 보며 마음의 양식을 쌓는다는 두 부부이다. 그들이 읽는 책은 월 2~3권씩. 이 날 김 씨는 대하 역사소설 시리즈인 김정산의 ‘삼한지’를, 유독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는 아내는 권경희의 장편추리 ‘저린손끝’을 열심히 탐독하고 있었다.

게다가 매주 수, 토, 일요일(오후2시)은 남산도서관에서 무료영화 상영을 해 부부가 빠지지 않고 본다고 했다. 김 씨는 무엇보다 아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귀띔했다.

시민들이 남산 산책 후 문고를 찾아와 숲 그늘 아래 가장 편안한 자세로 벤치에 앉아 독서를 즐기고 있다
시민들이 남산 산책 후 문고를 찾아와 숲 그늘 아래 가장 편안한 자세로 벤치에 앉아 독서를 즐기고 있다

연신내에 거주한다는 사업가 최진용(47) 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남산도서관을 찾았다. 집 주위에 작은 도서관이 있었지만 학교공부가 끝나면 줄곧 경관좋은 남산도서관에 와서 공부했다.”며, 지금은 사업에 필요한 자격증 취득을 위해 남산도서관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남산도서관을 즐겨 찾던 옛 정을 못잊어 공기맑고 시원한 다람쥐문고를 찾게 되었단다. 주말 오후라 친구들한테 술마시자는 유혹의 전화가 계속 온다는 최 씨는 “술마시면 뭣하나? 한자라도 더 공부해야지. 공기맑고 시원한 숲속이 얼마나 좋은가.”라며 편안한 자세로 벤치에 두 다리를 얹고 걸터앉아 공부에만 전념했다.

‘산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김소월의 산유화 시(詩)비가 다람쥐문고 들머리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산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김소월의 산유화 시(詩)비가 다람쥐문고 들머리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다람쥐문고의 서가는 모두 5개. 야외에 설치된고로 서가로 만든 나무가 썩지 않도록 방부목으로 사용했다. 또 비바람이 닥쳐도 책이 젖지 않도록 지붕과 사각 둘레를 두꺼운 투명 비닐로 커튼처럼 설치했다.

주요 도서가 비치돼 있는 서가 하나는 시건 장치가 설치돼 있다. 도서 이용 시 바로 옆 남산도서관에서 허락을 받고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서가는 모양도 조금 다르다. 다른 서가는 육각지붕으로 돼 있지만 이 서가는 기와 지붕 형태에, 뒷면에는 높은 탑이 그려져 있고, 탑 꼭대기에는 ‘盡人道通天文(진인도통천문)’이라고 써 놓았다.

주요도서를 보관하고 있는 서가의 앞면과 탑이 조각되어 있는 뒷면, ‘盡人道通天文’ 이라고 쓴 글씨가 보인다
주요도서를 보관하고 있는 서가의 앞면과 탑이 조각돼 있는 뒷면, 탑위 ‘盡人道通天文’ 이라고 쓴 글귀가 보인다

비치된 도서는 300~500권 정도로, 이곳을 찾은 시민들 마음의 양식이 돼주고 있다. 시와 소설, 어린이도서, 과학 및 역사, 무협, 추리도서등 다양한 장르가 비치돼 있었다.

도서는 주로 시민에 게기증을 받아 비치한 것들이 대부분이며, 24시간 시민 누구나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주요 주간지나 월간지 등의 잡지 등도 준비돼 있었고, 이들은 주기적으로 교체된다고 했다.

또 문고공터에서는 계절별로 주말을 이용해 잡지나눔, 남산백일장,다양한 체험행사등을 개최하고 있었다. 이 날 행사는 없었지만 취재나온 기자를 반기기라도 하듯 남산에 사는 ‘맴맴매~앰’ 하며 매미 울음소리가 사방을 뒤덮는다. 다람쥐 한 마리도 예쁘게 단장하고 문고를 찾아와 포즈를 취했다.
 
푸른도시사업소 동아리회원들이 가꾼 하트모양 화단과 문고를 찾아온 다람쥐가 나무에서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다
푸른도시사업소 동아리회원들이 가꾼 하트모양 화단과 문고를 찾아온 다람쥐가 나무에서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다

남산을 찾는 사람들의 작은 쉼터요, 독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 다람쥐문고가 ‘2012 독서의 해’를 맞아 남산을 찾는 시민들 모두에게 풍요로운 마음의 양식을 가져다주는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나아가 자연과 시민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 소통과 사랑의 나눔 공간으로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 올해로 90주년을 맞은 남산도서관이 이용자들의 아름다운 사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nslib.sen.go.kr/nslib_index.jsp)를 이용하면 된다.(문의: 남산도서관 행정지원과 02-691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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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자 박동현(회사원) qlove1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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