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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20세기 분석

‘시대의 어둠 속에서’ 벗어나 21세기 맞이하기

1996.04.22 국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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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 이(李萬熙) <교육부 한국체육대학 교육행정사무관>

최근 발간된 역서(譯書) 「20세기를 벗어나기 위하여」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Edgar Morin)이 지난 81년에 쓴 것을 최근 책으로 펴낸 것이다. 제목 그대로 지나온 20세기의 ‘사회’를 대단히 ‘주관적’으로 분석해 본 책이다.

잘못된 현상(現象)들에의 비평

그는 먼저 우리의 세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는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하여 ‘시대의 어둠 속에서’라는 서론(序論)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그는 우리의 관념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우리의 세계와 시대를 이해하려면 정치, 정치적 차원의 사고가 그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여긴다. 그가 생각하는 ‘정치’는 인간과 사회의 온갖 지식 영역에 관여하고 있으며 삶과 운명, 개인과 집단 그리고 인류의 자유라는 가장 복잡하고도 중요한 인간사(人間事)를 다루고 있으나 정작 그 ‘정치’를 지배하는 것은 가장 단순하고 가장 토대가 약하며 가장 난폭하고 또 살육적인 관념들이라고 정의한다.

우리의 시대를 이러한 부적(負的) 관념의 ‘정치’가 오도해 왔으며 또한 사유의 빈곤으로 우리들을 비극과 재난으로 이끌고 있다고 판단하고 바로 그런 점들이 어떤 것들인지를 모랭은 설명하고자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나는 사유의 빈곤과 정치적 환상의 풍요로움이 손을 맞잡은 채 우리를 비극과 재난으로 이끌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나는 이해 관계의, 힘의, 권력의, 계급의, 이념들의, 정신착란의 게임이고 투쟁인 정치는 그 본령의 오류와 진실의 게임이라는 것을 - 다시 말해서 정치에 속지 않는 것은 결코 대수롭지 않거나 부차적인 일이 아니라 참으로 중차대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의 열망을 가꾸는 정치가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우리를 속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정녕 생사가 걸린 문제라는 것을 증명해 내려 애쓸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고 각 부(部)는 여러 장(章)으로 나뉘어 서술돼 있는데 금세기 인류사회의 현상(現象)들(굴절되고 오도된 관념들을 포함하는 것들)과 정차적 오류(지금의 우리를 잘못 이끌어 오고 았는 사회요인으로 판단되는 그것)를 설명하고 지식인의 임무(지식인이 과연 어떤 부류의 사람들인가는 단순하고 명백하게 정의되지 않는다) 등을 밝혀 놓았다.

붕괴·단절·변모의 시대

에드가 모랭은 20세기가 혁명의 시대, 즉 사회적 붕괴·단절·변모·변신의 시대라고 한다. 러시아 혁명으로 공산주의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구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의 세계와 중국(괘(?) : 이 책은 81년에 저작된 것임을 상기하시라) 등의 ‘반동적 혁명’에 의하여 도입된 사회주의는, 이는 전통자본주의와 구 지배계층의 근본적 축출이 있었음도 사실이나 자본주의를 대체한 것은 본래적·근본적 정의에 맞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정신박약적 사회주의라고 한다.

우리 세기의 현상 진단

2차대전 이전의 전체주의와 그 이후 반세기 가까이 걸쳐 어두운 빛과 그림자를 드리워왔던 공산주의 등 근본적으로 20세기를 지배해왔던 ‘나쁜 것’들로부터 벗어나야만이 21세기를 제대로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메시지이다.

저자는 정식으로 사회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으나 사회학 및 그 주변 영역에 대한 사유가 자못 탁월한 바가 있다고 인정되는 프랑스 대표적 지성중의 일원이라고 한다.

저자가 언급했던 바대로 가장 복잡하고도 가장 중요한 인간사(人間事)의 영역을, 그것도 관념이나 사유를 말하는 종류의 책은 비록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라고 분류될 지라도 읽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이 책의 내용중에는 전문적인 소양을 필요로 하는 대목도 더러 있고 또 일부는 딱히 그럴싸하게 여겨지지 않는 구석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집중하여 읽고 나면 모랭이 품고 있는 지성의 빛을 얼마간 느끼게도 된다.

구체적 사물을 적시하여 그 모양과 성질을 설명하는 것은 쉽지만 바른 것과 그른 것 또는 사고(思考)·평가·제도의 해석 등 고도의 관념적 추상이나 형이상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의 설명은 쉽지 않다.

이 책이 우리 세기의 현상진단에서 꼭 탁월하기만 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당히‘지성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얼마간의 만족을 주기에 충분할 만큼 잘된 책으로 생각된다.

「20세기를 벗어나기 위하여」
에드가 모랭 著·고재정 外 옮김
문학과 지성사 刊·1996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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