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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평’ 믿었다간 ‘3㎡’ 손해본다
‘35평 아파트 분양. 이사비용 지원’
‘○○원룸(8평) 분양’
서울 시내 여느 부동산 중개업소의 유리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시글이다. 하지만 이 게시글은 모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비법정 계량단위로 해당 부동산의 넓이를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공정한 상거래 질서 유지를 위해 1964년부터 국제 단위를 법정 계량단위로 채택, 비법정 계량단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법정 계량단위란 일상생활과 산업·과학·교육 등 공공 분야에서 길이·무게·넓이·부피 등을 나타내는 데 통일적으로 사용하기로 약속한 단위로, 정부가 법령에 따라 정한 상거래 및 증명용 단위이다. 법정 계량단위의 사용으로 국내적으로는 소비자 보호와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기대할 수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통일된 단위 사용과 계량 환산에 따른 불편이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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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TV, 일간지 광고 등 언론에서는 평, 돈을 g, ㎡로 바뀌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아직도 생활 주변의 인터넷, 부동산중개소 등에서는 법정계량단위 사용이(’12년 29%)로 미비한 실정이다. |
실제로 비법정 계량단위 사용은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직장인 최철민(남·31세) 씨는 “얼마 전 보증금 문제로 원룸을 옮기게 됐다.”면서 “여러 원룸을 돌아다녔는데 부동산에서는 모두 같은 8평이라고 했지만 모두 넓이가 달라보였다.”고 말했다.
최 씨는 “단순한 구조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 ‘㎡’단위로 알려 달라고 했더니 생각보다 꽤 큰 차이가 났다.”며 “특히 원룸을 이용하는 대학생이나 직장인 같은 경우 불과 몇 ㎡라도 실제로 체감하는 차이가 큰데 ‘평’ 단위가 너무 애매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비법정 계량단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직장인 김선경(여.30세)씨는 “조카 돌잔치에 초대받아서 돌반지를 사러 갔던 적이 있다.”며 “이제 ‘돈’ 단위는 사용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귀금속점에서 돌잔치를 보러왔다고 하자 한 돈 짜리 금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육안으로 볼 때 두께나 폭이 조금씩 달라보여 몇 g이냐고 물었지만, 업체 측에서는 한사코 모두 같은 한 돈이라면서 디자인의 차이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반지를 사서 나오긴 했지만 왠지 찜찜했다.”면서 “빨리 법정계량단위가 정착돼 정확한 수치를 제공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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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중고카페에 ‘돌반지’라고 검색어를 입력하자 한 돈, 반 돈 짜리로 표시된 매물이 줄지어 검색된다. |
비법정 계량단위를 사용하는 업체의 입장은 어떨까. 서울시 서대문구의 어느 공인중개소를 찾아가봤다. 사무실 유리창에는 ‘20∼30평형대 아파트 최저가 매매’, ‘△△원룸(8평대) 전세 6000만 원’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지만 법정 계량단위가 적힌 종이는 한 장도 존재하지 않았다.
공인중개사 김철수(가명)씨는 “‘㎡’가 법정 계량단위인 것은 알고 있지만 고객 문의가 보통 ‘평’으로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평’ 단위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오랫동안 습관처럼 사용하던 것이어서 ‘㎡’를 사용하면 공간의 넓이가 쉽게 인식되지 않는다.”며 “바꿔야 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서울 종로구의 어느 귀금속점을 방문했다. 이곳은 법정 계량단위인 ‘g’이 아닌 ‘한 돈(3.75g), 반 돈(1.875g)’으로 물건 가격을 표기해 놓고 있었다. 귀금속점을 운영하는 박민수(가명)씨는 “돌반지나 예물 등을 구입하는 손님들이 ‘돈’이라는 단위를 사용하고 있다.”며 “고객을 우선해야 하는 입장에서 ‘g’을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어 “처음에는 두 가지 단위를 병행했는데 주로 고객층이 어르신들이셔서 법정 계량단위에 대해 설명드리는 것도 곤혹스러웠다.”며 “요즘에는 다시 ‘돈’ 단위만 사용하고 있는데 바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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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중개소의 유리창에는 ‘평’ 단위로 표시된 전단지가 가득히 붙어있다. |
우리나라는 지난 1964년부터 소비자 혼란과 피해 방지를 목적으로 관습처럼 사용하던 비법정 계량단위 사용을 금지했다. 2007년부터는 생활경제에 영향이 많은 무게(g), 넓이(㎡) 단위부터 법정계량단위 사용을 정착시키기 위해 홍보 및 계도를 해왔으며, 2010년 6월부터는 일간지 광고에 평, 돈 등을 상습적으로 사용할 시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 2010년 6월에는 언론매체 광고부터 ‘평’이나 ‘돈’을 각각 ‘㎡’와 ‘g’으로 바꿔 사용하도록 단속했으며 위반자에 대해 과태료 처분을 하는 등 지도·단속 수위를 높였다. 이로 인해 언론매체 광고 내 법정계량단위 사용 비율이 2008년 68%에서 2012년 81%까지 높아지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인터넷과 부동산중개소, 귀금속점 등에서는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을 꺼려 법정계량 단위사용 비율이 현재 29%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처럼 관행적으로 쓰는 ‘평’이나 ‘돈’ 단위 사용이 표기상의 혼란 뿐 아니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평’, ‘돈’ 등의 비법정 계량단위의 모호함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6㎡~109㎡ 모두 ‘32평’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대 3㎡까지 손해를 볼 수 있다. 돈(3.75g) 단위 사용 시에도 소수점 이하 계량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실제 ‘g’보다 가격이 잘못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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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넓이를 ‘평’으로 표시한 글이 하루에도 수백 건 이상이 올라오고 있다. |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식경제부는 올해부터 단속 범위를 일반 공인중개소나 귀금속점, 현수막, 모델하우스 광고 등으로 확대해 철저히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최재본 지식경제부 계량측정제도과 연구관은 “생활의 편의와 소비자의 피해 방지를 위해 단속 대상을 확대하게 됐다. 단속을 통해 1∼3차에 걸쳐 최고 5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며 “해당 업소는 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따라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법정 계량단위의 사용을 통해 시민들은 생활 속에서 정확한 수치를 제공받을 것이고 그로 인한 편리함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법정계량단위가 빨리 정착하기 위해서는 업체들의 표기 방법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시민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시민들의 관심에 힘입어 하루 빨리 법정 계량단위의 사용이 정착되길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강윤지(직장인) hi_ang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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