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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하면 인정없다?…합법 노점을 보라!
사실 노량진역 인근 노점상들과 인근 상인들과의 영업권 갈등은 수년 전부터 계속돼왔다. 컵밥 노점상들이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고시생들을 상대로 2,500~3,000원의 싼 값에 팔면서 주변의 식당들이 매출감소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관할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던 것. 동작구청은 지난해부터 1년간 노점 측에 자진철거를 요구했지만 노점상들이 응하지 않아 강제 집행에 나섰다.
새벽에 벌어진 일에 노점상들은 강하게 항의했지만 현재는 천막의 외형만 남아있을 뿐 설비와 요리도구 등은 모두 철거된 상태이다. 노점상들은 일절 말을 아꼈다. 강제 철거와 관련한 질문을 하자 “우리로서는 일방적으로 당해 억울할 뿐이다. 노점을 하고싶어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며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노점에 뛰어들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도 세금, 보행권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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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노량진(Happy Noryanjin)’이란 간판이 붙어있는 노점은 동작구청에 일정한 자릿세를 납부하며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노점이다. |
하지만 이번에 모든 노점이 강제 철거된 것은 아니다. 골목길에 위치한 노점만 강제 철거를 당했고, 도로변에 위치한 노점은 그대로 영업 중이다. 이들은 동작구청에 일정한 자릿세 등을 내면서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노점으로, ‘해피노량진’ 간판이 붙어있어 구별이 가능하다.
‘해피노량진’ 노점은 노량진 근처 노점거리부터 학원 근처까지 다양하게 퍼져있다. 해피노량진 간판이 붙은 노점은 일반 노점과 달리 위생에 신경쓰고 분리수거 등에 철저하다. 이들 또한 주위 상점들이 판매하는 품목은 판매하지 않는다. 컵밥에 한정됐던 메뉴도 호떡, 오므라이스, 팬케익, 쌀국수 등으로 다양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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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량진역 도로변에 위치한 합법 노점은 그대로 운영중이다. |
최근 이같은 합법 노점이 크게 늘고 있다. 우선, 서울시는 표준노점(가로2m, 세로1.5m)을 만들었다. 운영자는 일정한 세금을 내고, 카드 결제 등의 편의도 제공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로를 점용하고 노점을 하는 것은 불법이고, 시민보행권 보장도 중요하기에 계속해서 단속해왔다. 하지만 정말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장사하는 서민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절충안으로 나온 것이 이 사업”이라며, “사업의 쟁점은 단순한 단속이 아닌 노점을 ‘관리’한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 역시 합법 노점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불법노점상을 대상으로 신청서를 접수받아 13명을 선정하고, 디자인 공모를 통해 선정된 노점판매대를 구입해 구에서 지정한 장소(풍동, 풍산역, 백마역, 마두1동 주민센터 앞 등)에서 최대 5년까지 합법적인 노점영업을 하게 됐다.
경기도 부천시도 시민들로부터 원성을 샀던 노점을 정형화된 규격과 산뜻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합법적인 노점으로 재탄생시켰다. 단계적인 추진계획에 따라 우선 송내역 남부광장과 부천역에 이어 부천시 전역으로 확대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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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의 합법 노점. 분식류 판매용(가로2.2m, 세로1.5m, 높이2,2m)은 은색이며, 공산품 판매용(가로2.0m, 세로1.0m, 높이2,0m)은 연두색이다. |
김만수 부천시장은 “지금까지는 노점을 단속대상으로만 보고 노점단속을 용역업체에 의뢰했다. 노점용역비용이 연간 4억 원으로 부담스러웠는데, 앞으로는 용역 대신 노점상을 관리하는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할 것”이라며 “노점 관리 뿐 아니라 지역일자리창출에도 기여해 1석2조의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합법 노점은 노점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상쇄하며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에도 한몫 하고 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느라 1년에 한두 번 한국에 온다는 대학생 최지원(23) 씨는 “미국에 갔던 몇개월 전과 모습이 정말 다르다. 연두색처럼 밝고 산뜻한 색을 칠해 기존에 어두웠던 이미지를 변화시켜 더 이상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영업사실과 재산, 주소지 등을 고려해 영세상인들을 배려한 것이 마음에 든다.”고 덧붙였다.
부천에서 만난 시민 서용희(54)씨는 “송내역 앞은 불법노점으로 거리가 많이 더러웠다. 완전히 깨끗하진 않지만 관리를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기대한다.”며 긍정의 뜻을 내비쳤다. 대학생 이정영(27)씨는 “늦은 시간에 역 앞을 지나갈 때마다 포장마차에서 술마시는 사람들이 많고 더러워 불안했다.”며 “합법적인 노점으로 거리도 정비되고 기존에 장사하던 분들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어서 일석이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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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시 송내역 남부광장의 노점거리. 천막으로 줄지어 서있던 노점상들(좌)이 깔끔한 좌판으로 재정비됐다. (좌측 상단이 정비 전의 모습) |
익명을 요구한 한 영세 노점상은 “어려운 가계여건으로 불법인지 알면서도 노점에 의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항상 단속에 노심초사했는데, 이제는 걱정없이 장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다른 영세노점상은 “불법이긴 하지만 선점하고 있는 곳 인근에 동종 업종이 자리하면 말도 못한 채 쌓이는 스트레스가 심했다. 이젠 그런 걱정도 사라져 다행스럽다.”며 부천시에 고마움의 뜻을 표현했다.
과거 노점은 세금 내기 힘들 정도로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이 하는 장사라고 생각해 ‘철거하면 인정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합법 노점이 등장하면서 이 같은 여론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철거의 운명을 맞은 영세 노점상의 딱한 사정이야 안타깝지만 ‘일정한 조건을 갖춘 합법적인 노점’의 등장은 장기적으로 지역과 노점상 양자가 윈윈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1년에 5만 원을 납부하고 일정 재산 이하를 가진 사람들에게만 기회를 주는 등의 조건도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일반 시민들의 보행권, 환경권 등을 고려한 질서있는 노점 문화가 하루속히 자리잡길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이지영(대학생) show_salt0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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