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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탄 배우? 동정 받기보다 감동 주고파”

[‘4.20 장애인의 날’ 특집] ② 뮤지컬로 제2의 인생 꿈꾸는 배우 임세은 씨

2014.04.17 정책기자 진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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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고 후 2년 여의 병원생활, 이후 집에서 거의 누워있다시피 하며 2년 여의 시간이 흘렀어요. 불안장애로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여러 차례였고요. 마음의 상처는 이제 지나갔지만 아직도 장애를 극복해 나가는 중이예요. 배우로서 무대에 설 때는 장애도 잊게 돼요.”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임세은 씨의 말이다.

지난해 뮤지컬 배우로 첫 걸음을 뗀 그는 7년 전 교통사고로 휠체어에 앉게된 중도 장애인이다. 필자가 그를 만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장애예술인 사회희망 세우기’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된 뮤지컬 ‘그녀가 이사왔다’ 공연 연습에 한창이던 작년 가을 연습실에서, 그리고 공연장에서의 만남 이후 올해 그를 다시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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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실시한 ‘장애 예술인 사회희망 세우기’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된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의 뮤지컬 ‘그녀가 이사왔다’ 공연 중 임세은 씨의 모습. (사진=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

그를 세 번째로 만난 장소는 안산에 위치한 한 체육공원 탁구장에서였다. “교통사고 후 뭐든 끝까지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바뀌게 됐어요. 운동으로 탁구를 하게된 건 이제 1년 됐는데 뮤지컬할 때 체력이 없으면 정말 힘들거든요. 그래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폐활량도 좋아지고 여러 모로 보탬이 되고 있어요.”

지난해 장애인 배우들을 취재하며 처음으로 알게된 사실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배우들은 비장애인 배우들에 비해 호흡량과 폐활량이 절반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무대에 서기 위해 정말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이었다. 임세은 씨 역시 연습 중 저혈압이 와서 힘든 경우가 많고, 어떤 분들은 기절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들의 무대 뒤 숨은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감히 가늠하기도 힘들어 보였다.

연습실에서 수줍어하던 그와의 첫 만남 이후 무대 위에서 전혀 다른 사람이 돼 훌륭한 연기를 펼쳐보이던 그를 보고 매우 놀랐었는데, 정식 배우가 돼 첫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른 이후 만난 그는 이전보다 훨씬 자신감이 넘치고 활기차 보였다.

탁구연습에 한창인 임세은 씨. 척수마비인 그는 손가락을 움직이기 힘들어서 탁구채를 손에 묶어 탁구를 친다.
탁구 연습에 한창인 임세은 씨. 척수 마비인 그는 손가락을 움직이기 힘들어서 탁구채를 손에 묶어 탁구를 친다.
장애인 탁구대회에 나섰던 임세은 씨.(우측)폐활량이 비장애인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뮤지컬 배우인 그에게 운동은 필수적이라고 한다.
장애인 탁구대회에 나섰던 임세은 씨.(우측) 폐활량이 비장애인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뮤지컬 배우인 그에게 운동은 필수라고 한다.

그는 “어릴 적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는데 정식으로 연기 교육을 받고는 어려움을 느껴 제가 정말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됐어요. 주위에서 용기를 북돋워주셔서 무사히 첫 무대를 마칠 수 있었어요. 사실 사고 후에 스스로 많이 위축돼 있었는데 데뷔 후 보람도 느끼고 성취감도 많이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자신의 장애를 계속 극복해나가고 있는 중이라는 임 씨에게 사고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참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그는 흔쾌히 괜찮다며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고가 있기 전 그는 세미프로 시험을 앞두고 있는 골프선수였다.

“필리핀에서 전지훈련 중이었는데 교통사고가 났어요. 그 때 목을 다쳤는데 구급차가 없어서 트럭으로 운반되는 도중에 2차 손상이 일어난 거죠. 목 아래로 마비가 와 휠체어를 제 팔로 밀게 된 것도 오랜 재활을 통해서 가능해졌어요. 그 날 몸 상태도 정말 좋아서 이제 곧 되겠구나 싶었고, 골프학과 대학원에 합격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사고가 일어난 거예요. 그때 함께 차를 탔던 3명은 경미한 타박상에 그쳤는데 저만 크게 다쳤지요.”

“사고 이후에 사고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 때 내가 내 몸을 조금만 더 가누려고 애썼다면 최소한 지금 손가락은 마음대로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차라리 그 때 죽었더라면 최소한 가족들은 저 때문에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라는 그의 말을 통해 그의 아픔이 조금씩 배어나왔다.

골프선수였던 임세은 씨는 5년 여에 걸친 투병생활을 마치고 뮤지컬 배우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장애인배우로 동정의 시선을 받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멋진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골프선수였던 임세은 씨는 5년 여에 걸친 투병생활을 마치고 뮤지컬 배우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장애인 배우로 동정의 시선을 받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멋진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장애인이 된 후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했어요. 그런데 사회를 보면 쉽게 눈에 띄진 않지만 장애인 분들이 정말 많은 곳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더라고요. 저도 그에 용기를 얻어 이렇게 뮤지컬 배우로 제2의 인생을 꿈꾸게 됐습니다.”

“동창생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을 만큼 아직 저를 드러내 보인다는 게 어려운 일인데 용기 내지 못하고 집에만 계실 장애인 분들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어서 인터뷰에도 응하게 됐다.”는 그는 “앞으로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관객들이 멋지다고 호응해 줄 수 있는 당당한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장애예술인 사회희망 세우기’ 사업을 통해 첫 데뷔 무대를 가질 수 있었던 임세은 씨는 “장애인 예술에 대한 지원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장애인 분들도 의지는 많지만 정작 설 수 있는 무대나 일자리가 적은 편이거든요. 장애인이란 구별 없이 비장애인 배우들과의 무대도 늘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장애인 예술가로서의 아쉬운 점도 토로했다.

뮤지컬
뮤지컬 ‘그녀가 이사왔다’의 공연 모습. 장애인 배우가 휠체어를 타고 움직일 수 있는 무대나 장애인 관객이 휠체어를 탄 채로 입장할 수 있는 공연장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한다. (제공=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
공연 이후 임세은 씨(중앙)와 지인들의 모습. 무대에 선 후 임세은 씨는 삶의 자신감과 새로운 희망을 얻었다고 한다.
공연 후 임세은 씨(중앙)와 지인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임세은 씨는 무대에 선 뒤 삶에 대한 자신감과 새로운 희망을 얻었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장애예술인 사회희망 세우기’ 사업을 통해 장애 예술인이 예술 창작물과 예술 활동을 기획·제작·공연하는 것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전문예술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며, 이들의 문화예술 일자리 창출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대상 문화·예술 프로그램 지원은 많은 데 반해 정작 장애인 예술가를 양성하는 일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임 씨의 어머니 김연희 씨는 “세은이가 다치고 나서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직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많고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뭔가 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갖게 됐어요. 우리 애가 무대에서 노래를 할 때 눈물이 나더라고요.”라며 그간 부모로서 옆에서 함께 겪은 아픔을 털어놨다.

임세은 씨와 어머니 김연희 씨. 임세은 씨의 손과 발이 되어 그와 함께 하는 어머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란 절망감에서 이제야 무언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임세은 씨와 어머니 김연희 씨. 임세은 씨의 손과 발이 돼 그와 늘 함께하는 어머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란 절망감에서 벗어나 이제야 무언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아직도 고통으로 잠을 편히 잘 수 없다는 세은 씨는 “무대에서 만큼은 장애인이 아닌 배우로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신의 장애조차도 잊게 된다.”고 말했다. 장애인 예술가들은 자신의 육체적·심적 고통과 더불어 사회의 편견과도 맞서서 오늘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장애인 예술가들도 비장애인 예술가들과 동일한 예술혼과 노력을 불태우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도 동등한 기회와 무대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휠체어가 들어갈 무대와 객석도 부족한 한국 공연계의 현실 개선과 더불어 ‘장애인 배우’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들이 온전히 ‘배우’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사회적 시선과 기회가 한층 자라나길 희망해본다.

정책기자 진윤지(대학원생) ardentmithra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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