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구미국가산업1단지에 위치한 태산테크는 휴대폰 케이스 도장 및 실크인쇄 전문기업이다. 따라서 공장 오폐수를 관리하는 게 힘들지만중요한 일이다. 한창 무더운 오후였지만 김정식(59) 씨는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오폐수처리장을 청소하고 있었다. 오히려 직원들이 지나갈 때마다 먼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한 여직원은 “더운데 고생하신다”며 시원한 음료를 건네기도 했다.
김정식(59) 씨는 구미고용복지플러스센터(이하 구미센터)의 도움으로 지난해 10월 이곳에 취직해 일하고 있다. 일용직이나 비정규직이리라 생각했는데, 정직원 신분이라고 한다. “일용직이나 비정규직 한 명 없이 전직원 50명 모두 고용이 보장된 정직원”이라고 설명하는 그의 얼굴에서 회사에 대한 고마움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김 씨는 일곱 살 때 부모를 여의고 고아가 되면서 학교에 다닐 기회를 잃었다. 그 바람에 한글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정식으로 취업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막노동 등 일용직으로 일하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생활을 계속했다. 그래도 가정을 꾸리고, 아들과 딸을 키우면서 열심히 살았다.
지난해 10월 환경미화원으로 채용
정직원 신분 업무 만족도 높아
하지만 젊어서 고생을 심하게 한 탓일까, 40대 중반이 되면서 만성위염, 고혈압 등으로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갑상선암 진단까지 받았다. 더 이상 막노동을하기 힘들었다. 그를 대신해 돈벌이에 나선 아내마저 만성B형간염, 허리척추뼈 및 추간판 장애 진단을 받았다. 조금만 일해도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었다. 아들도 유전으로 만성B형간염을 앓고 있었다. 군에 입대해서 5일이 지난 후부터 몸 가누기가 힘들어 거의 누워 지냈다고 한다.
온 가족이 아파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2005년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다. 그 덕분에 의료 지원을 받아 갑상선암 수술을 할 수 있었고 기초생활보장 지원도 받았다. 그런데 딸이 취업을 하며 가구 소득이 기준을 넘어서자 ‘우선돌봄 차상위가정’으로 지원 내용이 바뀌었다. 그 바람에 생활이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생활비 때문에 이곳저곳 돈을 빌리다 보니 어느새 1000만 원 가까운 빚까지 지게 됐다.
김 씨는 몸이 아팠지만 그래도 돈을 벌기 위해 생활정보지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고혈압 탓에 일자리를 얻기 힘들었다. 딸이 결혼해 독립하면서 지난해 7월 다시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그는 구미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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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취업성공패키지로 취업에 성공한 김정식 씨. |
“전에는 이런 기관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주민센터 직원에게 이야기를 듣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찾아갔죠. 센터 직원들이 석 달 동안 자기 일처럼 저를 돕기 위해 애를 썼어요. 정말 감사하죠.”
구미센터는 김 씨와 상담한 후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지만 근로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정하고, 조건부 수급자로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게 했다.
담당자는 그를 위해 직업진로계획 설계 및 구직정보를 제공해주었다. 한글을 잘 몰라 스스로 이력서 한 장 제대로 쓰지 못하는 그를 위해 한글 공부를 할 수 있는 곳도 알아봐주었고, 부채 문제 해결과 신용 회복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센터에서는 무엇보다 저의 건강을 해치지 않을 범위에서의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애썼어요. 세심한 배려가 고마웠죠.”
구미센터의 도움으로 이력서를 작성해 이곳저곳 지원해보았지만 모두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학력이 최소 중졸은 되어야 하고, 글은 쓸 줄 알아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학력이 문제 되지 않도록 이력서를 수정했다. 이력서 내용 중에 학력을 지우고 공공근로, 자활센터, 일용근로 등 그동안 했던 경력들로채웠다.
3개월 동안 센터에서 입체적 지원과 도움 제공
아들도 구미고용복지플러스센터 통해 취업 성공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김 씨를 담당하는 센터 직원이 워크넷 구인정보에서 괜찮은 업체를 발견한 것이다. 태산테크에서 올린 채용공고를 본센터 직원은 태산테크 채용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통해 환경미화원 자리이고, 학력은 그다지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 씨에게 취업 의사를 확인한 센터 직원은 면접 일정을 잡아주고, 면접 때도 자립상담사로 하여금 동행 면접을 하도록 했다. 또한 태산테크에 김 씨를 채용할 경우 고용촉진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센터 담당 직원으로부터 취업이 됐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제 인생에서 첫 정식 취업이었거든요. 아내도 너무 기뻐 눈물을 흘렸죠.”
구미센터 담당자는 그의 건강을 염려해 “힘들면 쉬었다가 다시 일해도 된다”고 했지만 김 씨는 취업 후 10개월이 넘은 지금까지 몸이 아파 결근하기는커녕 지각 한번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테산테크 경영지원팀 김성민 차장은 “힘든 표정 한번 없이 항상 웃으시면서 밝은 모습으로 일을 하셔서 직원들 모두 좋아한다. 특히 막노동을 많이 하셔서 나름의 노하우가 있으신지 젊은 사람이 힘들어하는 일도 쉽게 잘하신다”며 김 씨에 대해 만족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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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씨가 공장 오수처리장을 청소하고 있다. |
처음 채용하면서 우려된 점은 없었는지 묻자 “학력이 부족하시긴 했지만 하는 일이 학력과는 큰 상관이 없고, 의사소통이 안 되시는 것도 아니어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처음엔 조직 생활이 서툴러서 어려워하시는 부분도 있었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잘 챙겨주고 가르쳐줘서 지금은 능숙하게 일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교육도 잘하고, 프로젝트 수행 등을 통해 일에 대한 기본 자질을 잘 가르쳐드린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인재를 추천한다면 적극 채용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만성B형간염을 앓는 김 씨의 아들도 센터의 도움으로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해 현재 지역 병원 야간응급차 기사로 취업해 근무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취업성공패키지 자활사업을 통해 안정된 생활을 할 수있게 된 것이다.
김 씨는 “고용복지플러스센터는 우리 가족에게‘희망센터’가 됐다”며 “나처럼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들이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아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