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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아이들 덕분에 참 행복합니다”

한 지붕 열네 가족 ‘면목동 다둥이네’

2016.09.14 2016 추석 고향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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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9월 초의 어느 날, 스튜디오까지 오느라 비지땀을 흘렸을 열네 명의 가족들 얼굴에는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열두 명 아이들의 어머니 노정화 씨는 “온 가족이 모두 모여 찍는 첫 가족사진”이라며 아이처럼 기뻐했다. 남편 김중식 씨도 “오랜만에 나들이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허허 웃어보였다. 서울 면목동의 소문난 다둥이 가족을 만났다.

오늘의 주인공은 열두 명의 아이들과 엄마, 아빠까지 총 14명으로 구성된 다둥이 가족이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르 는 사람이 없다는 이 가족은 김중식·노정화 부부의 작품(?)이다. 첫째 호준(23) 씨를 시작으로 명진(22), 청산(18), 지혜(15), 청미(13), 청옥(12) 청민(11), 청훈(9), 지수(8), 아라(6), 슬아(5), 하늘(1) 총 열두 명의 아이들은 때로는 계획한 대로, 때로는 예기치 않게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제가 아이를 참 예뻐해요. 길을 가다 지나가는 아이만 봐도 ‘아, 예쁘다’, ‘또 낳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드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많이 낳을 줄 몰랐죠(웃음). 많아봤자 서넛 정도 생각했는데… 낳다 보니 이렇게까지 됐네요.”

이날 아이들을 챙기느라 가장 힘들었을 어머니 노씨가 입을 열었다. ‘애들이 많다 보니 힘들다’는 말이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이다. 옆에 앉은 남편 김 씨도 말을 거든다.

“어렸을 적에 상갓집에 가면 형제들이 없어 휑한 모습이 그렇게 보기 안 좋더라고요. 나는 나중에 아이들을 많이 낳아야겠다, 형제들 간에 외롭지는 않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이렇게 아이들이 많아 북적거리니 얼마나 좋아요? 한 번도 (아이 많이 낳은 걸) 후회한 적이 없어요.”

다둥이 가족의 하루 일과는 여느 가족들과는 조금 다르다. 일단 등교하고 출근하는 식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한 명이 등교하면 또 다음 타자가 출근하고, 그다음 타자가 대기하고 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소문난 다둥이 가족 김중식·노정화 부부 집에는 12명의 아이들이 산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소문난 다둥이 가족 김중식·노정화 부부 집에는 12명의 아이들이 산다.

오전 7~9시까지 줄줄이 출근과 등교 전쟁
“생활은 빠듯해도 누구보다 행복해”

“가장 먼저 오전 7시에 큰아들과 둘째 아들이 출근을 해요. 8시에는 3명의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죠. 8시 반이 되면 초등학생 5명이 등교하고, 바로 그다음에는 중·고등학생 아이들이 집을 나서요. 마지막에야 남편이 출근하죠. 이렇게 오전 9시가 지나면 남은 저는 청소와 빨래를 한 다음 휴식시간을 가져요.”

빨래를 할라치면 하루에 돌아가는 세탁기만 3대. 그걸로도 모자라면 때로 동네 빨래방을 이용한다. 모든 면에서 품이 많이 들지만, 그래도 이제는 짬을 내 휴식을 즐길 만큼 가사와 육아에 노하우가 생겼다.

“예전보다 손이 빨라진 것 같긴 해요. 낮 1시쯤 되면 짬이 나는데, 요즘엔 십자수를 하고 있어요. 가끔 음악도 듣죠. 오후 3시에 초등학생 아이들이 집에 오기 전까지 이 한두 시간이 제겐 유일한 휴식시간이랍니다.”

이젠 성인이 된 첫째와 둘째도 엄마의 부족한 손을 대신해준다. 특히 가장 노릇 하느라 힘든 아버지를 돕겠다며 군 제대하자마자 일자리 전선에 뛰어든 둘째아들 명진 씨는 누구보다 엄마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효자다.

“둘째는 철이 너무 빨리 들었어요. 제대하고 일주일 만에 ‘아빠, 나 바로 취직할게. 동생들 생각하면 어떻게 쉬겠어?’ 하더라고요. 기술자격증이 있는데도 그 전공을 살리지 않고 곧장 취업이 가능한 공장으로 들어갔어요. 아버지 부담을 덜어주려고 한 거죠. 고맙고 기특하지만 원하는 대로 자기 길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커요.”

열세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김 씨는 안 해본 것이 없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초등학교 경비로 근무하며 가정을 이끌어나갔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가정에 웃음은 끊이질 않았다. 김 씨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사실 가장 힘든 건 경제적인 부분이에요. 제 벌이로는 생활비가 넉넉하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는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일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을 때, 아이들의 ‘아빠 다녀오셨어요?’ 이 한마디에 기운이 나거든요. 주변에 자식 한두 명 키우는 사람들은 저보다 형편은 낫겠지만, 저만큼 행복하진 않을 거예요.”

첫째와 막둥이의 나이 차는 무려 22세. 열두 명의 남매들은 서로를 아끼고 챙겨주며 부모 노릇을 대신한다.
첫째와 막둥이의 나이 차는 무려 22세. 열두 명의 남매들은 서로를 아끼고 챙겨주며 부모 노릇을 대신한다.

집안일 분담해 엄마 돕는 열두 형제자매들
추석엔 온 가족 둘러앉아 송편 빚고 윷놀이

크고 작은 집안일은 엄마가 아닌 아이들의 몫이다. 장성한 자녀들을 필두로 초등학생 아이들까지 집안일을 분담하면서 엄마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단다.

“엄마가 음식을 만드시면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하는 일은 저희들의 몫이에요. 지혜는 밥상을 펴고 반찬 나르는 일을 하고, 청미는 밥상을 행주로 닦은 다음 수저 놓는 역할을 해요. 청옥이랑 나머지 동생들은 마지막에 밥상 정리하는 걸 도와줍니다. 그리고 방 청소는 저와 형이 주로 담당하죠.”

또래의 청년들이 술을 마시거나 쇼핑을 하러 다닐 시간에 집안일을 돕고 직장에 다니는 명진 씨는 어느덧 이 다둥이 집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때로는 (아래로 10명의 동생이 있는) 둘째라서 책임감이 많이 느껴지고 힘들 때도 있어요. 제 개인 공간이 없다는 것도 불편하고요. 하지만 형제들 덕분에 외롭진 않아요. 다 같이 다니면 어디 가서 맞을 일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고요(웃음).”
이번 추석, 다둥이 가족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다 같이 송편을 빚고 윷놀이(설날이든 추석이든 상관없이 하는 놀이다)를 즐기며 명절을 보낼 계획이다.

“명절 때마다 늘 똑같죠. 시장 봐서 음식 하고 맛있게 먹는 거요. 산적, 동그랑땡, 송편은 빠지지 않아요. 참, 우리 가족은 명절날 음식을 만드는 동시에 그 자리에서 다 먹어버려요. 원래 만들어서 바로 먹는 음식이 더 맛있는 법이잖아요. 그래서 나중에 따로 상 차릴 필요가 없답니다.”

조금은 엉뚱하지만 누구보다 자유로운 열두 명의 다둥이 가족에게서 진정한 행복을 느꼈다면 과장일까. 저출산이 만연한 요즘 같은 시대에 김 씨 가족의 삶은 또 다른 의미의 행복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모든 걸 돈으로 환산하고 그것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자식을 낳아보면 그 소중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내 부모가 나를 사랑해서 낳았듯이, 내가 조금 없이 살더라도 열심히 살면,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경기가 어려우니까…’라는 말보다 ‘난 젊고, 못할 게 없으니까!’라는 생각으로 아이를 낳고 길렀으면 좋겠어요.”

이야기를 하는 김 씨의 눈에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묻어났다. 마지막으로 다둥이 가족으로서, 정부의 다자녀 지원정책에 대해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정부가 다자녀 가족에 지원을 많이 하고 있지만 서민 입장에서는 아직 부족하게 느껴지지요. 혜택과 지원을 좀 더 늘려주면 다둥이 가족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정부의 주요 다자녀가구 출산 지원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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