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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뛴다] “여의도 면적 18배 해제…소통하니 통했죠”

접도구역 완화 규제개혁 백영현 경기 포천시 소흘읍장

2016.11.23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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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은 국가와 국민,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공무원이 적극적이고 친절한 행정을 한다는 것은 주민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고, 신뢰는 감동을 낳는다. 이런 공무원이 많아질 때 우리나라는 희망이 커질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적극행정을 구현하고, 능동적으로 일하는 공직문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한 우수사례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백영현(54) 경기 포천시 소흘읍장은 지난 2014년 한 모녀와의 만남을 계기로 ‘접도구역 규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한탄강 관광지원과장으로 근무하며 구리~포천 간 민간고속도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어요. 고속도로 건설계획과 함께 인근 부체도로(고속도로 개설 시 개설하는 보조도로)가 접도구역으로 지정됐는데, 바로 그 접도구역에 남편의 유산인 농지 470여 평이 포함됐다며 속상해하는 모녀 민원인을 만나게 됐죠. 하지만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해드릴 수 없어 마음이 아팠어요. 이처럼 접도구역 과다 규제로 사유재산권 침해를 받고 있는 민원인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고, 접도구역 완화 규제개혁 제안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사유재산권 침해받은 민원인 만난 뒤 적극 제안
고속도로 접도구역 폭 20m→0m, 전국 접도구역 50% 해제

접도구역이란 도로 파손, 미관 훼손 또는 교통사고 위험 등을 막기 위해 도로변 일정 폭(고속도로20m, 국도·지방도·군도 5m) 안에 건축물 증·개축 등을 제한한 구역을 말한다. 땅이 접도구역으로 묶이면 건축물을 새로 지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지은 집을 고치거나 비닐하우스를 세우는 것도 금지된다. 그간 국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개혁의 문턱에서 번번이 가로막혔다.

“폭이 4~5m밖에 안 되는 도로 양측으로 20m나되는 접도구역을 지정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고속도로 관리기관에 제시했지만, 당시 접도구역 관리지침에 대한 해석 차이로 반영되지 못했어요. 다른 해결방법을 찾던 중 마침 정부가 규제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민원인은 규제개혁 관련 누리집을 통해 개인적으로 신청하고 포천시는 경기도를 통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고속도로 접도구역 지정 개선방안을 건의했죠. 그 결과 2014년 말 국토교통부가 개정된 접도구역 관리지침을 고시하게 됐어요.”

그해 12월 국토교통부는 고속도로 접도구역 폭 축소, 접도구역 지정 제외 대상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도로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시행했다. 고속도로 접도구역의 폭은 기존 20m에서 10m로 축소했고, 접도구역으로 지정된 전국의 땅 103.52㎢ 가운데 50%인 51.76㎢가 구역에서 해제됐다. 해제되는 면적만 여의도 면적의 약 18배에 달하는 규모다.

접도구역에서 허용되는 행위도 확대됐다. 접도구역에서 농사에 필요한 창고와 축사를 새로 지을 수 있는 기준이 총면적 20㎡에서 30㎡로 확대되고 농업용 비닐하우스 및 냉장시설, 축대, 옹벽 등 안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발로 뛰며 노력한 일들이 실제 결실로 이루어지자 백 읍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다고 말한다.

“2007년 경기도청에서 사무관 승진 임용장을 받고 고향인 포천으로 내려와 근무한 지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지금의 소흘읍장으로 오기까지 한 일이라면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직접 듣고 느끼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그저 신나게 했던 것뿐이죠. 덕분에 청백봉사상을 받게 된 것 같아 정말 영광스럽습니다. 반평생을 바친 공직생활이 헛되지 않았다는 공무원으로서의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으니까요.”

경기 포천시 구리~포천 고속도로 인근 접도구역 완화 전 모습.
경기 포천시 구리~포천 고속도로 인근 접도구역 완화 전 모습.

접도구역 완화 후. 규제 개선으로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사진=소흘읍사무소)
접도구역 완화 후. 규제 개선으로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사진=소흘읍사무소)

산업단지형 행복주택 제도 개선 등도 제안
주민들과의 ‘소통’이 모든 일의 시작

‘신나게 일하자’는 자신만의 철학 때문일까. 백 읍장이 관심을 갖고 노력해 국민에게 더 편리하고 유익하게 바뀐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에는 산업단지형 행복주택 제도 개선을 건의한 결과 전국 지자체 최초로 18가구의 일반형 행복주택 건립을 추진할 수 있었고, 2008년에는 교통 상습 정체구간이던 포천 축석고개의 방호벽을 철거하고 왕복 4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제안해 원활한 차량 통행은 물론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했다. 지역갈등 요인으로 작용한 주한미군 공여구역에 복합리조트가 건설된 것도 백 읍장의 노력이 컸다.

“포천에 위치한 미8군 실전 훈련장인 영평사격장은 지난 60년간 헬기와 전차 등 각종 무기 훈련장으로 사용되면서 화기 폭음과 분진, 헬기 소음 등으로 인근 주민들의 항의와 불만이 끊이지 않았던 지역이에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주민들의 복리 증진을 도모하는 복합리조트 사업을 추진했죠. 중앙부처와의 지속적인 업무 협의 끝에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로부터 승인을 받았고, 민간투자 방식의 복합리조트를 조성할 수 있었어요. 일자리 창출과 장학생 지원, 진입도로 개설 등으로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아졌습니다.”

지역사회 내 선행에도 열심이다. 소흘읍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중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업체와 연계해 생일 케이크를 전달하거나, 주거 환경이 열악한 이주민 정착마을에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는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 어디에나백 읍장의 손길이 뻗어 있다.

“2009년 5월 지역사회의 후원을 받아 어려운 가정사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다문화가정과 내국인 부부 6쌍의 결혼식을 치러준 적이 있어요. 예식장은 대진대학교 강당을 빌려 주민들과 직원들이 함께 꾸몄고, 외국에 사는 신부의 부모님들도 초청했죠. 처음으로 주례를 선 결혼식이기도 했던 만큼 제 기억에 가장 기쁘고 보람된 일로 남아 있습니다.”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고쳐나갈 부분은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 그것이 백읍장이 생각하는 공무원의 할 일이다. 그런 그의 반평생 공직생활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다름 아닌 ‘소통’이다.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제 사무실은 한겨울에도 항상 문이 열려 있죠. 29년간의 공직생활을 통해 소통이야말로 가장 빠르고 정직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니까요. 서로 소통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신념에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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