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요? TV 챙겨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요. 아침에 학교에 오면 수업 듣고,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자격증이나 취업 관련 공부로 저녁 10시나 돼야 집에 들어가거든요. 그래도 괜찮아요. 이 시간들이 결코 헛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이게 지금 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요.” 대학 졸업반 오하경(24) 씨는 요즘 고3 수험생이 된 기분이다. 대학 4년 동안 즐겁게 생활했지만, 취업을 코앞에 두고 보니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에 하루 종일 공부만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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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경 씨는 “공기업에 취업해 역사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
아침부터 저녁까지 도서관에서 보내
취업 준비만 2년 넘게 하는 경우도 있어
오 씨는 한국사에 대해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전공도 사학과를 선택했고, 대학 시절에는 역사와 문화재를 심도 있게 체험하고 싶어 전국의 박물관과 문화재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유 씨가 취직을 원하는 분야는 한국문화재재단 등 문화재와 관련된 공공기관이다.
오 씨는 대학 시절 내내 관련 분야 취업을 위해 인턴과 봉사활동 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박물관, 아트페어 등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문화산업에 대한 실무 감각을 익히는 경험을 쌓기도 했다. 또한 2015년에는 프랑스에 교환학생으로 머물며 6개월간 공부하면서 문화 기획에 대한 복수전공을 하는 한편 국제적인 감각까지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취업을 위해서는 인턴 경험과 봉사활동 외에도 다양한 자격증과 시험 공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취업에 대한 부담감은 4학년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학기를 시작하면서 오 씨는 학교 생활도 열심히 했고 남들만큼 자격증도 취득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일반 사기업 10곳에 지원서류를 넣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그중 5곳에서만 ‘서류합격’ 연락이 왔고, 그마저도 면접에서 떨어지는 등 탈락의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이러다 정말 취직을 못 하는 게 아닐까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지원서를 넣었던 회사에 모두 떨어지고 나니까 많이 위축됐어요. 자존감이 떨어져서 친구들을 만나기도 싫어졌죠. 특히 다른 친구들이 합격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씁쓸하고 속상하기도 하니까 오히려 아무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고, 혼자 의기소침하게 집과 도서관만 왔다갔다한 것 같아요.”
연말연시로 한껏 들떠 있는 대학가와 시내의 풍경도 오 씨에게는 ‘남의 일’일 뿐이다. 덕분에 올해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도 특별한 계획은 없다. 1월 초에 예정된 한국사능력시험 때문에 그에 대비한 스터디 계획 등이 이미 빼곡히 짜여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연말연시는 저 같은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더 힘든 시간이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나 자신에게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꼭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거든요. 이건 저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 모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파이팅!”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