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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한민국, 청년이 뛴다] KOICA 해외 원조사업 파견 청년들

2017.01.20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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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 중 가장 혈기왕성한 곳을 가리자면,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하 코이카)이 아닐까? 세계 50여 개 국가에서 해외 원조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청년들은 무엇을 위해 혈혈단신 낯선 땅을 향해 떠났을까? 파견 지역만큼이나 다양한 이들의 사연을 전한다.

직장생활 5년 차에 니카라과로 떠난 사회복지사 배경진 씨 

사회복지사 배경진 씨. (사진=KOICA)
사회복지사 배경진 씨. (사진=KOICA)

“직장생활 5년 차로 접어들 무렵, 진로와 비전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됐어요. 이제까지 가장 보람차고 마음을 다했던 일이 무엇이었나 되돌아보니, 짧았지만 강렬했던 인도에서의 봉사활동이 떠올랐죠.”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던 중 코이카 해외봉사단 WFK(World Friends Korea)에 지원한 배경진 씨(31)는 지난 2015년 3월부터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니카라과에서 사회복지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주요 일과는 임산부들을 만나는 일. ‘모성사망률’이 이슈가 되고 있는 니카라과에서는 각 주도 내 도시마다 모자(母子)보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배경진 씨는 가족계획과 산후조리, 모유 수유 등 임산부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막상 이곳에 오니 사회복지사 경력이 꽤 도움이 되고 있어요. 실제로 제가 온 이후 지역 주민들에 대한 접근 방법도, 프로그램도 더욱 구체화되고 다양해졌죠. 하지만 언어와 문화의 장벽은 역시 만만치 않더군요.”

파견되기 전부터 언어 장벽을 우려해 스페인어 공부에 공을 들였지만, 현지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언어였다. 파견 초기에는 미리 사전을 찾으며 준비해간 문장조차 현지 간호사의 통역을 거쳐야 임산부들에게 전달되곤 했다. 청소년 임산부가 흔한 니카라과에서 그들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 역시 스스로 극복해야 할 숙제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현지 상황을 전해 듣고도 선입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정작 본인들은 야무지고 당차게 출산과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는데, 저 혼자 걱정돼서 전전긍긍하곤 했죠. 이젠 안 그래요. 이들의 상황과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로지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주력하고 있죠. 의사소통도 제법 수월해졌고요.”

튀니지로 떠난 ODA 학도 박영선 씨 

튀니지로 떠난 박영선 씨. (사진=KOICA)
튀니지로 떠난 박영선 씨. (사진=KOICA)

배경진 씨가 경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전과 의미를 찾아 떠난 경우라면, 글로만 배워왔던 개발도상국 지원사업(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의 민낯을 경험하기 위해 현장으로 떠난 사례도 있다. 대학 재학 중 ‘ODA와 국제개발협력’이라는 과목을 수강하면서 ‘코이카’와 ‘ODA’에 관심을 갖게 된 박영선 씨(27).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지역 커뮤니티’와 ‘지역 정치’ 등 ODA 관련 연구를 계속해왔고, 석사 졸업논문을 쓰며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가 급기야 해외봉사 결심을 굳혔다. 현지에서 주민들과 부딪히고 교감하면서, 좀 더 실제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보고 싶었다는 박영선 씨. 어느 정도의 고생은 감수하리라 마음을 다잡았지만, 파견지인 튀니지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생각보다도 녹록하지 않았다.

‘주 교육이 채워주지 못하는, 그러나 현지 청소년들에게 필요할 만한 방과후 수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이 박영선 씨의 미션.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업 내용을 기획하는 것은 물론, 그 당위성을 학생들에게 일일이 홍보하며 모집하는 것과 수업 진행 모두 그의 몫이었다.

“처음에는 학생들의 출석률이 저조해 좌절하곤 했어요. 하지만 점차 현지 학생들에게 맞는 주제와 진행방법에 대해 알게 됐고, 저 스스로도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됐죠. 학생들과 소소한 목표를 이뤄나가면서, 한국의 빡빡한 수업방식에 얽매여 있던 제 틀과 한계로부터 점점 벗어나는 느낌이에요.”

튀니지에 정착한 지 2년 남짓, 박영선 씨의 커리큘럼도 어느새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다. 현지 학생들에게 수요가 높은 한국어 교육에서 기초부터 회화까지 수준별로 짜임새 있게 강좌가 마련됐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좀 더 넓은 세상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다는 그의 수업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유연성’이다. 한국어 수업을 하면서 한국의 문화와 상황에 대해 전하기도 하고, 환경 수업에서는 환경 이외에도 글로벌 이슈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는가 하면, 학생들과 함께 지역 봉사도 계획하고 있는 것. 글로만 배우던 학문에 그치지 않고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 끊임없이 스스로의 틀을 깨고 있는 박영선씨 다운 수업방식이다.

개발협력 전문가 꿈꾸는 사회초년생 홍예주 씨 

사회초년생 홍예주 씨. (사진=KOICA)
사회초년생 홍예주 씨. (사진=KOICA)

사회생활의 첫 경험을 아예 해외에서 먼저 시작하는 이도 있다. 2016년 11월부터 코이카 미얀마 사무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홍예주 씨(24)는 대학에서 국제학을 전공하며 해외 진출을 차분히 준비한 케이스. ODA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코이카 홈페이지에서 기사와 관련 정보를 꾸준히 모니터하던 중,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해외 사무소 청년인턴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접하고 인턴십에 지원했다.

“미얀마 사무소로 파견되기 전에 코이카 본부에서 먼저 4개월간 근무했어요. 코이카 업무를 어느 정도 겪어봤기 때문에 미얀마에서도 금방 적응할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붙었죠. 하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전혀 다른 환경, 새로운 업무들이더군요.”

전력 공급이 되지 않는 지역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주는 사업과 고속도로 타당성 검사 사업, 영화를 접할 기회가 없는 현지인들을 위한 이동식 영화관 사업, 귀국 연수생들을 위한 연례회 행사 준비까지 불과 3개월 만에 홍예주 씨가 겪은 업무들은 분야도, 형태도 제각각이다.

현지 생활의 어려움을 물으니 금세 스물네 살 어린 아가씨의 고충이 봇물처럼 터졌다.

“양곤은 미얀마 최대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교통질서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은 곳이에요. 난폭 운전기사를 만나게 되면 손잡이를 꼭 잡고 집까지 무사히 도착하기를 빌곤 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거대한 크기의 바퀴벌레를 만났을 때는 너무 놀라서 엉엉 울기도 했고요. 제일 힘든 건 한국이 그리울 때죠. 익숙하고 당연했던 것들과 멀어지는 일에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익숙하고 당연했던 것들과 이별하는 사이 발견하는 새로운 깨달음도 있다. 큰 빌딩과 쇼핑몰이 들어선 양곤 시내의 화려한 모습과 전기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낙후된 시골 마을의 격차, 환율과 물가 등 피부로 와닿는 경제 상황 등. 직접 보고 겪지 않았으면 쉽게 와닿지 않았을 미얀마의 현실을 접하면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보다 확실하게 갈피를 잡게 되었다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이 나라에 어떤 도움을 가져올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귀국 후에는 본격적으로 코이카 입사 준비를 시작하겠다는 홍예주 씨. 지금의 이 진지한 고민과 현지에서의 경험들이 그 어떤 스펙보다 든든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치안 불안한 과테말라에서 고군분투 송기광 씨 

능숙한 현지어 구사 능력과 풍부한 업무 경험, 한껏 넓어진 시야까지. 해외 근무 경험자들의 차별화된 경쟁력 덕분에 일각에서는 질시의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코이카 해외 업무 경험 자체가 또 하나의 스펙과 기회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코이카 청년인턴의 경우 약 26%(2015년 취업상담인원 기준)가 개발협력 분야로 진출했고, 2014~2016년 코이카 신입 공채로 선발된 인원의 20~30%가 코이카 청년인턴이나 해외봉사단 경험자였다. 활로는 코이카 외에도 다양하다. 민간기업이나 국제기구, NGO 등 다양한 분야에 해외 근무 경험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 코이카는 해외인턴 및 봉사단 출신 인재들을 위한 취업전문센터를 운영해 이들이 원하는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들이 시종일관 소위 ‘꽃길’만 걷는 것은 아니다. 언어는 물론 종교와 음식 등 예상치 못한 현지 문화에 당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데다, 대부분 낙후된 개발도상국으로 파견되기 때문에 교통체계나 치안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코이카 과테말라 사무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송기광 씨(29)가 전하는 현지 치안 사정은 걱정을 넘어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나라이다 보니, 1년에 거의 1만 명이 총기 사고로 사망해요. 치안 문제가 심각합니다. 버스 안에서 버젓이 총기 사고가 일어나는 상황이라, 마음 편히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없을 지경이죠.”

과거 해외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낸 경험이 있던 그는 현지인들과 자유롭게 어울렸던 그때와는 달리 한껏 몸을 사려야 하는 현재 상황이 아쉽다고 전했다.

일상생활의 반경은 좁아졌지만, 현지 상황을 분석하는 시야는 한결 넓고도 깊어졌다. 1인당 평균 월급이 약 400달러인 과테말라시티에서 2000달러가 넘는 월셋집이 왕왕 거래되는 것은 송기광 씨가 목격한 빈부격차의 단적인 예. 현지에서 꽤 탄탄히 자리를 잡은 한국 교민사회의 모습도, 해외 원조기관과 관련 기구의 선진화된 시스템도 이곳에서의 위험과 노력을 무릅쓰고 얻어낸 그만의 경험치다.

“아무래도 업무적인 부분에서 가장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현지 정부 및 민간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어떤 식으로 다른 기관과 협력하는지 눈여겨볼 기회들이 주어지니까요.”

이제 귀국하기까지 50여 일이 남은 상황. 남은 기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경험하기 위해 불안한 치안에도 불구하고 인근 지역 출장에 더욱 열의를 다하고 있다는 그의 근황은 코이카 해외 근무를 ‘꽃길’로만 여기는 이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남긴다. ‘꽃길’을 걷기 전, ‘흙길’과 ‘가시밭길’도 가리지 않는 그들의 열정과 도전이 먼저였노라고.

 코이카 해외봉사단과 인턴십

취재협조 · 한국국제협력단(KO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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