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각 분야별 일자리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불안정했던 고용환경이 안정화의 길로 접어들고 얼어붙었던 고용시장도 조금씩 기지개를 펴고 있다. 각 분야별 종사자 6인을 만나 일자리 정부 60일간 느낀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
김민혁씨. |
지난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을 깜짝 방문하면서 ‘찾아가는 대통령’으로서 첫 행보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날은 김민혁(36) 씨에게 특별한 날로 남았다. 이날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제로 시대’를 선포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 씨에게는 가슴 설레는 말이었다.
김 씨는 공항 건물의 배관 관리를 맡고 있는데 그가 담당하는 배관은 공항 곳곳에 있다. 다양한 기관과 기업이 모여 있는 공항에서 김 씨가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업무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김 씨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만큼 힘든 직업이 없다는 것을 공항 근무를 통해 실감했다.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가장 힘들죠. 공항 안에 있는 여러 기관과 기업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저를 을(乙) 중 을(乙)로 보는 사람이 꽤 있어요. ‘비정규직이라서 나를 무시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런 분을 볼 때마다 회의감이 들어서 속상한 적이 많았죠.”
김 씨의 업무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또 있었다. 바로 화장실에서 마주치는 공항 이용객. 배관을 관리하느라 공항 화장실을 드나들면 김 씨에게 민원을 제기하는 이용객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화장실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을 만나는 날이면 그날 내내 기분이 좋지 않다. 김 씨는 정규직 전환자로 선정됐다는 말을 듣자마자 ‘이제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먼저 들었다. 달라질 근무환경에 대해 희망도 품게 됐다. ‘2교대의 빡빡한 업무 스케줄이 조금은 나아지겠지’, ‘공항공사에서 사람을 더 채용하면 쉬는 날이 더 늘어나겠지’ 하는 생각도 자연스레 들었다. 무엇보다 업무 효율성이 더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가 가장 컸다. 그간 원청업체인 공항공사와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돼 있다 보니 일이 두서없이 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직접 채용하면 두 업체 간의 입장 차 때문에 겪었던 곤란한 일이 더는 발생하지 않을 거예요. 공항공사에서 일을 바로 전달받게 되니 일처리도 더 빨라지겠죠. 그렇게 되면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도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5월 15일 협력사 소속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전담조직 ‘좋은 일자리 창출 TF’를 출범했다. 5월 30일에는 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인천공항 좋은 일자리 자문단’을 발족했다. 공항공사는 협력사 소속 비정규직 약 6800여 명을 2017년 내에 정규직으로 모두 전환할 계획이다.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노동, 교통, 재정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적극 반영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정규직 전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