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각 분야별 일자리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불안정했던 고용환경이 안정화의 길로 접어들고 얼어붙었던 고용시장도 조금씩 기지개를 펴고 있다. 각 분야별 종사자 6인을 만나 일자리 정부 60일간 느낀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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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영씨.(사진=C영상미디어) |
2008년부터 SK브로드밴드 AS(고객 서비스) 기사로 일한 문기영(36) 씨는 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된 지금도 ‘서류상 신입사원’이다. 문 씨가 속해 있던 하청업체가 폐업하면서 다른 하청업체로 새로 입사했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는 하청업체를 통해 초고속인터넷·인터넷 설치 기사와 AS 기사를 고용했다. 하청업체에 소속된 기사들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1년마다 고용계약을 갱신하면서 일하는 터라 심리적 압박이 컸다. 하청업체는 이런 점을 악용해 기사들에게 실적을 올릴 것을 종용했다. 2016년에는 하청업체 관리자의 실적 압박에 못 이긴 설치 기사가 비 오는 날 전봇대에서 근무하다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설치 기사 사망사건이 발생한 이후 회사 분위기가 많이 뒤숭숭했어요. 기사들이 처한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사건이니까요. 그분의 사망이 안타까운 동시에 나도 저런 상황에 처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많은 사람이 우울해했죠.”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난 5월 새 정부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문 씨는 자신과 관련 없는 얘기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곧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 ‘홈앤서비스’를 설립해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설치 기사와 AS 기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홈앤서비스는 지난 7월 3일 공식 출범했다. 원청업체 SK브로드밴드는 곧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노동조합과 대화할 의사를 비쳤다. 노조와 대화를 통해 기사의 임금 문제와 근무환경에 대해 논의할 것을 약속했다. 다가오는 9월이면 SK브로드밴드 대표자들과 비정규직 기사의 처우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문 씨 역시 정규직 전환 대상자지만 아직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자회사가 설립되면서 그가 속한 업체를 정리하는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비정규직으로 일한 기사들이 이번에는 하청업체의 이해관계 때문에 정규직 전환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그 때문인지 문 씨는 아직 활짝 웃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안정적인 일자리 마련에 적극적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정부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아직도 많은 기사가 불안한 고용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었을 겁니다. 오래전부터 SK브로드밴드가 기사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외쳐왔는데 이제야 길이 열린 거죠.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고용환경이 달라졌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좋아질지 기대가 큽니다.”
정부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해 어떤 지원책을 펼쳤으면 하는지 묻자 문 씨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업체 중에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피하려고 1년 단위로 계약하면서 꼼수를 쓰는 곳이 있어요. 이런 잘못된 관행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이 생겼으면 해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기업과 노동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민간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모범사례로 선정된 SK브로드밴드는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업체 직원 5200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나섰다. SK브로드밴드, 농협 등의 민간기업이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선언하자 일자리위원회는 민간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자리위원회 관계자는 “어떤 사람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 스스로 비정규직을 선택할 수도 있다”며 “이런 문제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제화를 통해 맞춤형 대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