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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무료급식소에 나타나는 천사들, 누굴까?

2020.12.11 정책기자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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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움 중에서 배고픈 설움이 제일 크다.”

아버님이 하시던 말씀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는 것보다 더 서러운 일이 있을까? 나 역시 어린 시절에 배고픈 설움도 겪어봤다. 이제 우리나라도 잘살게 됐지만, 주변에 아직 밥 한 끼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무료급식소가 많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감염 우려 때문에 무료급식소 대부분 문을 닫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도시락으로 무료급식을 하는 곳이 경기도 성남시 ‘안나의 집’이다. 코로나19로 무료급식을 중단하고 도시락을 지급하고 있다. 하루도 아니고 매일 수백 명의 도시락을 싸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이 봉사할까? 그 사람들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안나의 집을 찾았다.

무료 급식소 안나의 집에서 봉사자들이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에서 봉사자들이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월요일 오후 1시 30분 쯤 도착하니 봉사자들이 주방에서 도시락을 싸기 바쁘다. 오후 3시에 도시락을 나눠주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야 한다. 약 20여 명의 봉사자들 손발이 척척 맞는다. 봉사자는 중학교 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분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무료급식소에서 한 끼의 도시락을 만드는 봉사자들을 보니 숙연해졌다.

하루에 만드는 도시락 개수만 약 650개다. 코로나19 이전보다 무료급식 인원이 100여 명 늘었다고 한다. 직접 급식하던 때보다 도시락을 싸는 게 손길이 더 많이 간다고 한다. 그만큼 봉사자의 손길이 더 필요하다. 신기한 것은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매일 20여 명의 봉사자들이 온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오는 사람도 있고 2~3번 오는 사람도 있다. 앳된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기말고사가 끝난 후 왔다고 한다.

무료급식소에서 봉사를 하는 고등학교 1학년 허설 양
무료급식소에서 봉사를 하는 고등학교 1학년 허설 양.


이곳에서 봉사하는 여학생 허설(고등학교 1년) 양 이야기를 들어봤다. 허 양은 “어머니한테서 노숙인을 위해 무료로 밥을 주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나도 봉사를 하면 뜻깊을 것 같아서 오게 됐습니다. 도시락을 싸서 나눠주고 감사의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되긴 하지만, 누군가 이런 일을 하지 않으면 밥을 굶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나오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허 양은 코로나19로 주변에 불우이웃이 많아졌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봉사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배고픈 사람을 위해 김이 모락모락 밥을 가득 담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가득 담는다.

완성된 도시락 세트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도 준다.
완성된 도시락 세트.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도 준다.


반찬 준비를 다 끝낸 후 이제 밥을 포장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을 도시락에 푸짐하게 담는다. 공깃밥으로 치면 두 공기는 된다. 배고픈 사람을 위한 배려다. 봉사자들은 내 가족이 먹을 도시락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위생은 물론 영양과 정성을 가득 담아 도시락을 만든다. 도시락에는 뜨끈뜨끈한 국과 과일(귤), 참치캔, 과자 그리고 마스크까지 들어 있다.

자원봉사자의 수고로 650명 분의 도시락 준비가 끝났다.
자원봉사자의 수고로 650명 분의 도시락 준비가 끝났다.

도시락 배부는 오후 3시부터지만 2시부터 줄이 길게 서 있다.
도시락 배부는 오후 3시부터지만 2시부터 줄이 길게 서 있다.


오후 3시. 도시락 포장이 끝났다. 이제 성남동성당 주차장 임시 배식소에서 도시락을 전달한다. 2시 40분쯤 가보니 벌써 수십 명의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추위에 배고픔까지 느끼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루 세끼 밥을 먹는 것에 대해 얼마나 고마워했나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밥 한 끼의 소중함을 느끼는 삶의 현장이다.

도시락을 받아 가는 손님들도 고맙다며 고개를 숙인다. 밥 한 끼에 사랑이 싹트고 있었다.
도시락을 나눠주는 신부님, 받아 가는 손님들이 고맙다며 서로 고개를 숙인다.


3시부터 나눠주기 시작한 도시락 650개가 날개 돋친 듯 제공된다. 나는 매일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지만, 도시락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절박한 한 끼다. 신부님과 봉사자들은 도시락을 나눠주며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도시락을 받아 가는 손님들도 고맙다며 고개를 숙인다. 밥 한 끼에 사랑이 싹트고 있었다.

무료 도시락을 이용하는 사람 중 300여 명은 하루 한 끼로 사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안나의 집 최희주 행정원은 “늘 감사한 마음으로 도시락을 받아 가는데요, 많은 후원자들이 기부해 준 덕분입니다”라고 말했다.

무료급식소에서는 매일 20여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일한다.
무료급식소에서는 매일 20여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일한다.


도시락 배달이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도시락을 준비하느라 어질러진 주방 등을 청소하고 설거지도 해야 한다. 이 역시 봉사자들 몫이다. 매일 650명 분의 도시락 준비와 뒤처리까지 20여 명의 봉사자가 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무료 봉사다. 각박한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따뜻한 것이다 .

매일 많은 도시락을 준비하려면 재료비와 봉사자 등 만만치가 않을 것이다. 도시락 재료비는 후원자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기부금이 떨어질 때면 신기하게 누군가 후원금을 내 도시락을 만들게 된다고 한다. 신혼여행을 취소하고 여행비를 가져온 부부, 팔찌와 목걸이, 반지를 팔아 가져온 여성, 저금통을 털어 가지고 온 학생 등 가슴이 찡한 후원자 사연도 많다.

불우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후원자와 봉사자 모두 이 시대 천사들이다.
불우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후원자와 봉사자 모두 이 시대 천사들이다.


봉사자는 다양하다. 신학생과 일흔이 넘은 할머니, 이름을 밝히길 거부하는 수많은 봉사자가 있다. 그중 중학생, 고등학생도 있다. 천주교, 기독교 등 종교를 떠나 봉사를 하러 온다. 봉사자들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도시락을 싼다. 후원자와 봉사자 모두 이 시대의 진정한 천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남시 ‘안나의 집’은 20018년 9월 무료급식소를 열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직후 거리에 노숙인이 많아진 것을 본 김하종 신부가 노숙인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김 신부는 1998년부터 ‘안나의 집’을 설립하고 노숙인들을 위해 봉사를 해왔다. 김 신부의 모습에 감동한 한 후원자가 자신의 식당 한 개 층을 급식소로 제공하면서 ‘안나의 집’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수원교구와 성남시청은 물론 8000여 명에 이르는 후원 회원들이 지원하고 있다.

매일 650명 분의 무료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은 후원자 덕분이다.
매일 650명 분의 무료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은 후원자 덕분이다.


안나의 집은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식당은 한 번에 1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쉼터는 30명이 살 수 있다. 현재 23명이 입소했다. 노숙인 누구나 쉼터에 와서 생활할 수 있고, 배고픈 사람은 누구나 와서 밥을 먹을 수 있다. 무료급식뿐만 아니라 노숙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법률 상담, 진료, 미용봉사, 취업 상담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코로나19로 지금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밥 한 끼 나눔의 배려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누군가에게는 밥 한 끼가 절실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먹다 남는 밥이 아니라 내가 먹을 밥 중 일부를 배고픈 사람에게 덜어주는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 지금도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는 도움을 요청한다. 어디 ‘안나의 집’ 뿐일까? 지금 거리에 나가면 보이는 자선냄비, 사랑의 온도탑 등도 모두 불우이웃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자선냄비, 사랑의 온도탑 등 불우이웃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출처=정책브리핑)
12월 1일 서울광장 앞에서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이 열렸다. 내년 1월 31일까지 불우이웃돕기 캠페인을 실시한다.(출처=정책브리핑)


코로나19로 올해 송년회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조촐하게 보내야 한다. 송년회비가 굳어졌지만, 이 돈을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하면 어떨까? 기부는 내가 돈을 쓴 것 그 이상으로 기쁨을 준다. 기부의 기쁨은 잠깐이 아니라 오래 간다. 이 추운 겨울에 밥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이웃들에게 송년회비를 기부한다면, 큰 기쁨으로 돌아올 것이다.

천사들의 이웃사랑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따뜻한 힘이 될 것이다. 이런 천사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웃사랑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따뜻한 힘이 될 것이다. 주변에 불우이웃을 돌보는 천사들이 더 많아져 따뜻한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유난히 힘든 한 해를 보낸 느낌이다. 그런데 아직 코로나19는 현재 진행형이다. 코로나19로 주위에 어려운 사람이 더 많아졌다. ‘안나의 집’에서 본 것처럼, 당장 밥 한 끼 먹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안나의 집’에는 어려운 사람에게 매일 천사처럼 나타나 후원을 하고 봉사하는 사람이 있다. 천사들의 이웃사랑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따뜻한 힘이 될 것이다. 이런 천사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재형
정책기자단|이재형rotc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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