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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걸린 스토킹처벌법…주요 내용과 보완해야할 점은

신고즉시 접근금지·최대 징역 5년…“피해자 보호 미흡, 반의사불벌 한계” 지적도

정책브리핑 원세연 2021.04.21

# 2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20대 여성 B씨와 메신저를 주고받다가 우연찮게 B씨의 주소를 알아냈다. 이후 PC방에서 만나 함께 게임을 한 두 사람은 게임을 통해 알게 된 다른 지인들과 식사를 하던 중 말다툼을 벌였고 B씨는 A씨에게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며 A씨와의 모든 연락을 끊어 버렸다. 그러나 B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A씨는 B씨 집 주변을 맴돌며 계속해서 B씨를 기다리는 한편, 모든 수단을 동원해 B씨에게 연락을 시도하는 등 끊임없이 B씨를 ‘스토킹’ 했다. 그러던 중 끝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B씨에게 배신감을 느낀 A씨는 기회를 엿보다 B씨 집에 침입해 B씨와 그녀의 여동생은 물론, 그 어머니까지 살해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노원구 세 모녀 살해 사건’이야기다. 스토킹 범죄의 비극적 결말을 보여준 이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인 3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공포안(이하 스토킹 처벌법)’이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1999년 최초로 발의된 이래 무려 22년 만에 빛을 보게 된 스토킹 처벌법이지만 스토킹 행위에 대한 정의와 피해자 보호 등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스토킹 범죄 처벌법을 의결한 뒤 “세 모녀 피살사건을 생각하면 절실함을 느낀다”며 “스토킹범죄가 철저히 예방 근절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토킹범죄 대책이 실효성 있게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며 “오늘 공포된 법률이 충분한 스토킹 대책을 담고 있는지 추가로 점검해 달라. 미흡하다면 시행령을 통해 후속 조치를 차질없이 마련하고 계속 제도적으로 보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오는 9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는 스토킹 처벌법 제정 배경은 무엇이고,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어떻게 달라지며 처벌법 시행전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 조태진 법무법인 서로 변호사의 도움말로 살펴본다.

지난 3월 24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해당 법은 정부에 이송된 후 공포된 때로부터 6개월 뒤에 시행된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3월 24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해당 법은 정부에 이송된 후 공포된 때로부터 6개월 뒤에 시행된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스토킹 처벌법 제정 배경은?

스토킹으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는 사례가 급증하고 스토킹이 폭행, 살인 등 신체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문제가 자주 발생하자 스토킹을 범죄로 명확히 규정하자는 사회적 움직임으로부터 시작됐다. 

이전에도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해 면회나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해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에게는 경범죄 처벌법이 적용(제3조 제1항 제41호)됐지만 그에 따른 형사처분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나 과료가 전부였다. 여기에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우리 사회의 온정주의도 한 몫 거들었다.

그러나 그 동안 경범죄로 치부되던 스토킹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범죄의 양상으로 치달아 폭력성이 더해지자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스토킹 범죄에 대한 신고는 그 이전부터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 스토킹 처벌법 주요 내용은

스토킹 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직장·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그림·부호·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 등을 두는 행위나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놓여져 있는 물건 등을 훼손하는 행위를 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도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 특별히 이 같은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이는 ‘스토킹범죄’로 분류된다(제2조). 

피해자가 스토킹행위에 대해 신고를 하면 경찰은 즉시 현장에 나가 스토킹 행위를 제지하거나, 처벌을 경고하고, 피해자와 스토킹 행위자를 분리한 범죄 수사 등을 해야 한다(제3조). 만약 스토킹행위가 도를 지나쳐 스토킹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져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경찰이 직권 또는 스토킹 행위자에게 피해자 또는 그 주거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기본법 상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의 조치를 할 수 있다(제4조). 

다만 이 경우 경찰은 긴급응급조치에 대해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후승인을 청구할 것을 신청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지방법원 판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제5조). 더 나아가 법원은 검사의 청구에 따라 스토킹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스토킹행위자에 대해 국가경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하는 조치도 취할 수 있다(제9조). 스토킹범죄가 우려되는 경우 스토킹행위자에 대한 응급조치를 하는 것에 더해 스토킹 행위자의 인신을 구속하는 것까지도 가능한 것이다.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흉기 또는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를 이용해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18)
스토킹 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을 경우 스토킹행위자를 유치장에 유치하는 등의 잠정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 피해자 보호 조항 추가·스토킹 행위 정의 등 보완돼야 

반면 이번 법 제정만으로는 스토킹 범죄를 근절하기에 부족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여성단체 등에서 제기한 스토킹 처벌법에 포함된 ‘반의사불벌’ 조항이 바로 그것. 스토킹 처벌법은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힐 경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범죄자를 처벌할 수 없는데(제18조 제3항), 스토킹 범죄자의 대부분이 피해자와 평소 아는 사이, 이른바 면식범이라는 점에서 스토킹 범죄자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거나 보복이 두려워 피해자로서는 어쩔 수 없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힐 수밖에 없다. 

조태진 변호사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 역시 다른 성범죄와 마찬가지로 ‘비친고죄’로 개정해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범죄자가 처벌 받아야만 비로소 스토킹 범죄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비록 과거 경범죄처벌법에 비해서는 강화됐지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스토킹 범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흉기를  휴대·이용한 스토킹 범죄의 경우)으로 양형이 비교적 경미하다는 점 역시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토킹 처벌법에 피해자 신변 보호를 위한 조항들이 추가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를 불이행하더라도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긴급응급조치 위반),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잠정조치 불이행)의 솜방망이 처분이 내려질 뿐이어서 ‘노원구 세 모녀 살해 사건’과 같은 중대범죄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에는 ‘위하적 효과(범죄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조 변호사는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가 이뤄지는 동안이라도 스토킹행위자 또는 범죄자로 하여금 위치 추적 장치를 부착하게 해 피해자에 대한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스토킹 처벌법이 지나치게 처벌에만 집중한 나머지 스토킹 행위자 내지는 범죄자로 지목된 가해자의 인권을 침해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스토킹 행위라는 개념 자체가 필연적으로 ‘추상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는데다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 범죄를 나누는 기준이 되는 ‘지속성과 반복성’이 각 어떠한 경우를 의미하는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스토킹 처벌법과 거의 같은 내용으로 2000년에 제정된 일본의 ‘스토킹 행위의 규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커 규제법)’도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조 변호사는 “가령 지극히 자연스러운 이성적 관심이나 호감의 표현으로 한 두 차례 만남을 제안했을 뿐인데 스토킹 행위로 낙인찍히거나, 우연히 출퇴근 시간이나 동선이 겹쳐 자주 마주쳤다는 이유로 이를 스토킹 행위나 범죄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때문에 일본의 ‘스토커 규제법’은 무제한적인 처벌대상 확대를 막기 위해 스토킹 행위를 판단하는 요소에 ‘연애감정이나 그 밖의 호의의 감정 또는 이러한 감정이 만족되지 않아 일어나는 원한의 감정을 충족시킬 목적’이라는 또 하나의 주관적 요소를 법규정상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피해자가 주관적으로 스토킹 행위라 의심할만한 경우라 하더라도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위와 같은 범행의 ‘목적’을 가질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처벌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조 변호사는 “경찰, 검찰, 법원은 스토킹 행위 여부를 오로지 피해자의 진술에 기대어 판단해야 하는데, 스토킹 범죄 전과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효과’를 고려한다면, 잘못된 낙인으로 선의의 피해자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며 “최후의 수단이어야 할 형법이 개인 간의 인간관계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스토커 규제법 역시 참조할만한 입법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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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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