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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과 힘

[클래식에 빠지다] 치유와 음악

2022.03.25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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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 치유는 어느새 우리시대의 가장 큰 화두로 자리잡게 되었다.

갈등은 작게는 가정과 사회 안의 조그만 공동체부터 시작해 크게는 국가와 국가, 체제와 이념 사이로 점점 번져나가고 있다. 또 인종과 종교, 성(性)의 평등성 등 갈등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의 뇌관과도 같아졌다.

과학기술과 통신의 발달로 지구촌은 단어의 뜻처럼 물리적으로는 점점 좁아지고 있으나 그만큼 서로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듯하다. 이런 대립과 반목은 서로의 이해와 배려의 부족에서 시작되었음이 자명하지만 누군가의 양보를 이끌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인류는 세대를 거쳐오면서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을 고안하며 발전해오고 있다. 프란체스코 교황처럼 종교인들은 다른 종교계의 수장들을 만나며 평화를 기원하고 있고 정치인들은 토론을 통해 협의를 이끌어 내고 있다.

기업가는 기부를 통해, 철학자는 자신의 철학을 통해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다. 그리고 예술가들은 사회적 의무를 해야 하는 시대정신을 갖고 펜으로, 또 자신의 악기를 소통의 도구로 이용하여 상대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예술이 가진 시대정신은 생각이 다른 이들과의 공감을 통해 서로가 결국 같은 곳을 바라 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중 음악은 직관적이면서도 직접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데, 포탄이 떨어지는 우크라이나에서도 음악은 모두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며 멈추지 않고 있다. 과연 음악이란 무엇이며 음악이 가진 사회적 역할은 어떤 것일까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군사학교 연병장에서 2021년 11월 1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규모 오케스트라가 차이콥스키의 <슬라브 행진곡>을 연주하고 있다. 단원 1만 2000여 명으로 구성된 ‘엘 시스테마(El sistema)’ 오케스트라는 기네스북 도전을 위해 이날 연주에 함께했다.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군사학교 연병장에서 2021년 11월 1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규모 오케스트라가 차이콥스키의 <슬라브 행진곡>을 연주하고 있다. 단원 1만 2000여 명으로 구성된 ‘엘 시스테마(El sistema)’ 오케스트라는 기네스북 도전을 위해 이날 연주에 함께했다.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음악의 힘

음악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소리를 재료로 하는 시간예술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음의 리듬, 음량, 템포 등을 사용해 감정을 고양 또는 고무시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있다.

20세기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부조니(F.Busoni)는 음악의 본질을 공기의 울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공기의 울림만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는 본능적으로 소음과 음악을 구분하고 있다.

그 차이는 익숙함에서 오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현대에 와서는 존 케이지(John Cage)의 <4분 33초>처럼 주변 소음도 음악처럼 느낄 수도 있고 심지어 어떤 이는 자동차의 경적이나 지하철의 소음 등을 음악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렇듯 음악은 개인과 사회가 받아들이는 익숙함에 따라 음악과 소음으로 구분되며 그 익숙함의 공통분모는 세계화 되어가는 지금 점점 넓어지며 발전하고 있다.

공통분모가 넓어진다는 것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짐을 뜻한다. 예술가가 음악이라는 도구로 사회적 의무를 해야만 하고 할 수 있는 건 이러한 부분이 큰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현대에는 이러한 예를 잘 보여주는 두 개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있는데, 바로 ‘서동시집 관현악단 (West-Eastern Divan Orchestra)’과 ‘엘 시스테마(El Sistema)’의 오케스트라로 이들은 음악이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과 힘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엘 시스테마(El Sistema)

엘 시스테마는 스페인어로 ‘시스템’이라는 뜻이면서 통상 베네수엘라의 무상교육 음악프로그램으로도 알려져있다.

1975년 당시 경제학자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인 베네수엘라의 호세 아브레우(Jose Antonio Abreu) 박사가 저소득층과 빈민가의 어린이들에게 악기를 쥐어주며 시작되었다.

아브레우 박사는 합주단을 조직해 일자리를 얻기 힘든 젊은 음악인들을 돕고 범죄에 빠져들뻔한 청소년들을 음악으로 교화시키고자 했다. 다만, 그의 생각과 신념은 확고했지만 자신의 힘만으로는 그 원대한 계획을 다 이루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브레우 박사의 뜻에 동감하는 여러 사람들이 조금씩 후원했고, 엘 시스테마로 성장한 선배음악가와 교사들이 후배음악인을 가르치면서 이 무상프로그램은 점점 발전했다.

이후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인식한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했으며, 해외연주를 통해 엘 시스테마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다른 국가에도 전파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꼭 음악이 아니어도 아프리카의 빈곤층 아이들에게 축구나 스포츠를 통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과도 비슷하다.

한편 엘 시스테마에도 명과 암은 존재하는데, 국가차원의 지원과 정치적인 목적이 개입되면서 후고 차베스의 독재정권의 선전도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엘 시스테마가 키워낸 최고스타인 지휘자 구스타프 두다멜(G.Dudamel) 역시 지금 정권에 대한 비판으로 자신의 조국에 입국 금지되어 있다.

그러고보면 예술이 성장할수록 정치에서 벗어나기란 예나 지금이나 쉽지가 않은 듯 하다. 한쪽은 아름다움을, 다른 한쪽은 정의로움을 얘기하고 있지만 높은 수준의 아름다움은 정의로움을 이미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 서동시집 관현악단(West-Eastern Divan Orchestra)

서동시집 관현악단의 이름은 독일 대문호인 괴테의 <서동시집(Westostlicher Divan)> 작품의 제목에서 차용되었다.

평소에도 동양문학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던 괴테는 페르시아의 시인 하파즈의 시를 독일어 번안으로 읽고 감명받아 <서동시집>이라는 작품을 썼다.

세계적 거장인 유대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과 고인이 된 아랍태생의 영문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는 가장 분쟁이 극심한 아랍지역과 이스라엘의 청소년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만들기로 하고 그 이름에 괴테의 작품을 붙인 것이다.

서동시집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아랍계와 유대인을 비슷한 비율로 선발했으며 그들끼리 숙소와 식사, 연습실 등을 같이 사용하며 서로 화합하기로 서약했다. 

이처럼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양쪽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갈등의 폭을 줄이고자 하는데 음악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아이디어를 가졌다.

극단적 쇼비니즘, 즉 광신도적인 애국(국수)주의를 경계하고 평화주의를 지향하는 바렌보임은 유대인 출신으로 팔레스타인의 임시수도인 라말라(Ramallah)에서 피아노 독주회를 열었고, 이후 같은 곳에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연주를 했다.

또한 라말라 공연은 정치적으로도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몇 차례 취소 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열렸고, 이후 여러 공연들도 중동의 정세가 불안할 때마다 위기를 맞이하곤 했다.

한편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는 분단의 상처가 있는 우리나라에도 찾아와 파주 임진각 공연을 통해 평화를 노래했다. 바렌보임은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인도주의적 사상과 결부시켜 고인이 된 친구의 뜻과 함께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 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축하 콘서트를 지휘할 다니엘 바렌보임(왼쪽)이 2021년 12월 2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라인 골든 홀에서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축하 콘서트를 지휘할 다니엘 바렌보임(왼쪽)이 2021년 12월 2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라인 골든 홀에서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신화/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바른마음(The Righteous Mind)

<바른마음(The Righteous Mind)>의 저자 뉴욕대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 교수는 인간이 선천적으로 가진 도덕적 토대를 5가지로 말하고 있다.

이는 고통에 대한 배려(측은지심), 공정성, 충성심, 권위의 복종, 신성함으로 나누고 있는데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는 앞선 고통에 대한 배려와 공정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보수주의자가 좀 더 높은 그래프를 보인다. 

이는 세계 어느 국가에서든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판단하는 확증편향을 모두 갖고 있다. 그것을 뒷받침할 증거를 하나라도 찾게 되면 나머지 가능성은 무시하게 되는 뇌의 속성이다. 심지어 정치적 해결을 피하고 전쟁을 택한 국가의 리더도 자신만의 이유를 갖고 옳은 일이라 확신할 것이다.

저자는 “올바르다 여겨지는 우리의 생각은 집단으로 연합하게 하는 동시에 다른 집단과 우리를 분리시키는 목적으로 진화해왔는데, 이것이 우리가 진리를 찾지 못하게 우리의 눈을 가린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에 서로가 틀리다고 말하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가 사실은 각각 변화와 안정성의 균형을 맞추는데 함께 기여하고 있음을 이해한다면 옳고 그름의 도덕적 매트릭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달라이 라마의 엄청난 권위는 그의 도덕적 겸손함에서 나왔다. 하이트 교수는 우리는 자신이 먼저 누구인지 깨닫고 모두가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할 수 있음을 인지한 후 도덕적 겸손함을 가진다면 한 차원 다른 세계를 꿈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은 혼돈스럽지만 결국 상상하고 꿈꾸는 긍정적인 자들에 의해 발전해왔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은 그들의 꿈이 실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모두가 긍정적인 예술가여야 하는 이유이다.

앞서 언급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연주력을 떠나 그 행위만으로도 음악의 숭고함과 위대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휘자 바렌보임은 말한다. “음악으로 모든걸 바꿀 수는 없지만 평화로 한 걸음 다가가게 할 수 있다”고.

☞ 추천음반

바렌보임의 서동시집 관현악단은 런던 알버트홀 실황으로 연주한 <베토벤 9번>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연주력을 떠나 그들의 다큐멘터리를 먼저 보는것을 추천한다.

엘 시스테마의 <시몬 볼리바르(Simon Bolivar Youth)> 오케스트라와 두다멜(G.Dudamel)이 연주한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피아니스트 아르헤리치(M.Argerich)와 카푸송(Capucon) 형제가 함께한 베토벤 삼중주도 추천 드린다. 특히 음악과 함께 조너선 하이트 교수의 <바른마음>도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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