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남자 아이가 핑크색을 좋아하면 왜 놀림 받는 거예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가 이렇게 물었다. 자신은 로봇과 비행기를 좋아하는데,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좋아한다며 핀잔을 들었다고 했다. 이럴 때는 어떻게 답해줘야 할지 부모로서 난감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나처럼 육아를 하면서 어려웠던 일상생활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콘서트가 열렸기 때문이다. 바로 양성평등주간에 열린 토크 콘서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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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양성평등주간에 마련된 엄마 아빠의 시선으로 말하는 토크콘서트를 들어봤다.(사진=서울시여성가족재단 유튜브) |
양성평등주간은 남성과 여성이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일·가정 양립의 실천을 통한 실질적 평등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제정된 법정주간이다. 특히 9월 1일은 여성의 근대적 권리인 교육권, 직업권, 참정권을 주장하는 우리나라 최초 여성인권선언문인 여권통문이 발표된 날로써 정부는 매년 9월 1일부터 7일까지를 양성평등주간으로 지정했다.
지난 9월 1일 오후 6시.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AYeB1ifw9kE)를 통해 생중계 방송이 시작됐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엄마, 아빠가 된다는 것’이란 토크콘서트 제목부터 흥미로웠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마련한 이번 콘서트에는 육아 달인으로 불리는 네쌍둥이 아빠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이한솔 씨를 비롯해 코로나19로 백수가 된 아빠 일과를 담은 ‘부모익힘책’의 이민재 작가, 서울100인의 아빠단 멘토로 활동 중인 박현규 씨, 임신, 출산, 육아를 엄마의 시점으로 집필한 ‘엄마는 누가 돌봐줘요?’의 최인성 씨 등 4명의 엄마 아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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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콘서트에서는 육아 달인 아빠들의 진솔한 육아 이야기로 실시간 채팅창도 인기를 끌었다.(사진=서울시여성가족재단 유튜브) |
이날 토크콘서트가 내게 특별했던 이유는 평소에 자주 들을 수 없었던 아빠들 시선의 육아 이야기였다.
“육아는 팀플레이입니다. 개인 시간이 필요할 때는 ‘부모 스위치’를 내리곤 합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내의 입원으로 자연스레 주 양육자가 됐다고 말문을 연 박현규 씨는 “주 양육자가 되어보니 아빠들이 육아를 못하는 게 아니라 기회가 없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를 양육할 때 역할을 나누지 않고 시간과 상황에 따라 부모 스위치를 사용한다고 에피소드도 귀띔해줬다.
그가 말하는 부모 스위치란 중요한 업무를 해야 할 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신호로 양육을 배우자에게 맡기고 오롯이 개인 시간에 집중해 충전하는 시간을 의미했다. 엄마 아빠가 즐거워야 육아를 할 때도 가족 모두가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과 양립을 위해 아빠들의 육아휴직을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실시간 질의응답에 대한 주옥같은 답변들은 저절로 종이와 펜을 들게 했다. 육아만랩 아빠인 박현규 씨는 현실적인 조언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기도 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모든 직종에서 육아휴직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만의 규칙을 만드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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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왼쪽)은 다양한 육아 고민별 해결 방법을 소개해줘 인상 깊었다.(사진=서울시여성가족재단 유튜브) |
일례로, 퇴근 후 집에 들어갈 때 스마트폰을 끄고 들어간다거나 안방에서만큼은 스마트폰 사용 금지 등 구체적인 규칙을 만들어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10분의 시간을 확보하라는 것이었다. 시간이 없어 육아에 동참하지 못한다는 아빠들에게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현장에 모인 부모들에게 환호성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아이에게 여자다움과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문화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그런가하면,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은 전문가로서 다양한 육아 고민별 해결 방법도 소개해줬다. 바로 내가 고민하던 문제였다. 이 소장은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주는 건 부모”라고 강조하며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는 엄마의 모습이나, 평소에 남자애가 무슨 핑크를 좋아하냐며 핀잔을 주는 행위 등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비춰지는 모습은 없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집안에서 가족 모두가 가사 분담에 동참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건강한 사회성을 가져 다양한 상황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평소 부모가 서로를 존중하며 행복한 부부 관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통해 아이는 온몸으로 평등의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고민했던 마음이 한 번에 해결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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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첫째 주 양성평등주간에 펼쳐지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다양한 프로그램.(사진=서울시여성가족재단 누리집) |
“일과 육아 사이에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까요?”
나처럼 일하는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질문이다. 실시간 질의응답을 비롯해 이수연 소장이 육아 상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라고 했다. 그는 육아를 할 때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잘할 수 있는 분야만 집중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일과 육아 모두 잘하려고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못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들에게 위임하고, 현실에서 내려놓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기 때문에 일하는 부모들이 죄책감을 갖거나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특히 부모가 열심히 사는 모습만으로 아이에게 훌륭한 부모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는 말에 울컥하기도 했다. 순간 나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 같아 놀라면서도 위로가 됐기 때문이다.
육아 선배들의 토크콘서트를 들어보니 일·가정 양립, 양성평등 문화에 대한 우리 모두의 관심과 서로를 이해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라도 양성평등주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