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 근처 박물관을 방문하고 아이와 나는 깜짝 놀랐다. 입구부터 체험형 실감콘텐츠가 반겨주는 등 딱딱한 박물관 이미지가 다양한 감각으로 문화유산을 체험하도록 변신했기 때문이다. 어릴 적 기억으로 박물관은 조용히 해야 하는 정적인 공간이었는데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이렇게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스마트 박물관 기반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부터다. 2020년부터 4차 산업혁명 미래기술을 활용해 박물관의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우리 동네에 체험형 어린이박물관도 탄생하게 됐다. 겨울방학을 맞아 실감콘텐츠로 달라진 우리 동네 스마트 박물관을 찾아가봤다.
밀양시립박물관은 지난해 9월 스마트 박물관으로 재개관해 입구부터 화려한 미디어큐브 아트로 반겨줬다.
찾아간 밀양시립박물관은 입구부터 화려했다. 17세기 옛 고지도인 지승지도를 바탕으로 한 밀양의 12경도로 디지털 민화를 복원해 미디어아트 큐브로 반겨줬다.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았다. 실감콘텐츠 체험존에 들어가니, 과거 밀양읍성 안에서의 일상을 알록달록한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표현해 마치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떠난 것 같았다. 세 개의 커다란 스크린으로 밀양관아부터 영남루, 뱃길 등을 보여줘 몰입감이 높았다.
이처럼 실감콘텐츠는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 몰입도를 향상시키는 첨단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실제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를 말한다. 요즘 인기 있는 가상현실(VR)을 비롯해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홀로그램, 미디어 파사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1층 실감체험존에서는 17세기 밀양으로 떠나는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1층 로비에는 가상현실(VR)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었다. 가상현실 콘텐츠에는 밀양의 대표 관광지인 영남루를 비롯해 표충사 등 18곳의 봄과 여름 풍경을 가상현실로 경험할 수 있었다. 안경 같은 고글을 착용하니 마치 그 장소 가운데 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그 옆 실감영상관에는 4D 기반 실감몰입영상으로 사명대사 일대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연출해 흥미로웠다. 임진왜란 때 승려의 몸으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앞장선 역사 속 이야기가 담겨 어른들이 보기에도 유익했다.
밀양 3대 신비로 불리는 만어사의 전설을 체험하는 공간에서는 비치된 바위를 만지니 종이 울리기도 했다.
1층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화석전시관이었다. 선캄브리아시대부터 신생대까지 살았던 다양한 종류의 화석과 공룡의 전신 골격이 전시돼 입구부터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특히 코끼리 화석 앞에는 증강현실(AR)을 활용해 공룡과 사진을 찍는 코너가 포토존으로 유명했다. 공룡과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으면 이메일로 전송해줘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전시실에 비치된 실제 바위를 아이와 함께 조심스럽게 두드리니, 종소리가 나면서 작은 울림이 퍼져 진동을 느끼기도 했다. 아이는 깜짝 놀라면서 박물관이 살아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박물관을 실감나게 즐기는 방법은 또 있었다. ‘밀양스마트뮤지엄’ 앱을 활용하면 증강현실(AR)로 스마트 박물관 체험이 동시에 가능했다. AR 버튼을 눌러 전시실마다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유물마다 미션이 주어졌다.
‘밀양스마트뮤지엄’ 앱을 활용해 전시실마다 증강현실(AR) 체험을 하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목판수장고 전시실에서 QR코드를 누르니 증강현실(AR)로 책판 제작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미션이 펼쳐졌다. 활자를 이용해 어떻게 글자를 찍었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엉켜있는 글자를 손가락으로 터치해 완성하니 미션 완료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과거에 책을 하나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증강현실(AR)과 AI 도슨트를 통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미션에 성공할 때마다 성취감도 크고 이동할 때마다 다음 미션의 궁금증으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화석전시실에서는 증강현실(AR)을 활용해 공룡과 함께하는 포토존이 흥미로웠다.
2층에 새롭게 개관한 어린이박물관의 메인 공간도 이색적이었다. 밀양 대표 관광지로 불리는 위양지와 이팝나무를 배경으로 옛 선조들의 쉼터였던 정자 ‘완재정’을 완성하는 블록놀이존에서 문화유산을 오감으로 즐길 수 있었다. 라이브체험존에서는 밀양의 문화유산과 유물을 색칠해보고 스캐너를 활용해 밀양강에 띄우는 스크린 체험도 가능했다.
특히 위양못 신비의 숲 코너에서는 실감콘텐츠를 활용한 별빛감상존을 누릴 수 있었다. 어두운 실내 공간에 들어가니 수많은 별빛들이 반겨줘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 옆에는 밀양아리랑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장구와 소고 등이 준비돼 있어 숲속 연주체험도 가능했다.
2층에 새롭게 개관한 어린이박물관에는 밀양의 유물들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실감콘텐츠로 달라진 박물관은 이제 딱딱한 유물 전시공간의 기능을 벗어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색다른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특히 전통과 기술이 만나 그야말로 살아있는 우리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