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황제는 1897년 덕수궁에서 대한제국 수립을 선포했다. 조선이 더 이상 청나라의 속국이 아닌 동등한 제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자주독립과 근대국가 건설의 의지를 천명한 중대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고종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만약 그가 그린 이상향이 이 땅에 펼쳐졌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이 궁금증을 풀어줄 전시 '쿠키런: 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서'가 2025년 12월 9일부터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리고 있다. 유명 모바일 게임 '쿠키런'과 함께 꾸민 이번 전시는 쿠키런의 대표 캐릭터 '용감한 쿠키'와 그 친구들이 고종 황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그린다. 전시가 열리는 돈덕전은 고종 즉위 40주년을 기념해 지어진 건물이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철거됐다가 재건 공사를 거쳐 거의 100년 만인 2023년 공식 개관했다. 고종의 뜻과 희망을 되짚기에 맞춤한 장소다. 최초로 돈덕전의 1층과 2층을 모두 개방하는 이번 전시는 3월 1일까지 이어진다.
전시품 가운데 하나인 쿠키런 캐릭터 그림이 들어간 이 부채는 국가무형유산 '선자장' 보유자 김동식 장인이 제작한 작품이다.
덕수궁 돈덕전에서 진행 중인 '쿠키런: 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서' 전시는 3월 1일까지 이어진다. 사진 국가유산청
기특한 상상력 담은 꿈 같은 풍경들
전시에선 대한제국의 황실 유산에 담긴 이상이 실현된 모습을 상상으로 그려낸 세 점의 '쿠키런 상상화'와 유물 40여 점, 국가무형유산 보유자가 특별 제작한 대한국새, 부채 등이 선을 보인다.
상상화는 각 공간의 전시품과 의미를 관통한다. 첫 번째 상상화 '덕수궁, 다시 피어난 황제의 꿈'은 1904년 화재로 소실된 덕수궁 대신 황제가 꿈꾼 황궁의 모습을 담았다. 불에 탄 덕수궁(옛 경운궁)의 주요 전각을 복구한 과정을 기록한 '경운궁중건도감의궤', 본래 복층 구조였지만 소실 후 재건 과정에서 그 규모가 축소된 '중화전'의 원래 모형 등을 살피며 관람객은 상상화가 품은 뜻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두 번째 상상화인 '칭경예식, 새 시대를 열다'는 대한제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오랜 기간에 걸쳐 준비했지만 전염병을 이유로 결국 치러지지 못한 외교 행사 '칭경예식'을 병풍에 담았다. 주요 전시품은 '구한국훈장도', '어진도사도감의궤' 등 근대 외교 의례 정비와 관련된 유물이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상상화인 '꺼지지 않을 희망의 빛'이다. 근대화를 통해 부국강병을 이루고자 한 대한제국의 이상향을 담은 이 그림은 1층 전시장 벽을 따라 설치된 27m 길이의 LED 패널을 통해 펼쳐진다. 압도적인 규모와 색의 향연은 보는 이들의 탄성을 절로 자아낸다.
서울을 배경으로 펼쳐진 그림 속에서 서울타워, 국회의사당, 경복궁 등 랜드마크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쿠키런 게임을 즐기는 관람객은 수집한 캐릭터들을 찾는 즐거움에 특히 오래 머무는 곳이다.
대한국새 복원품. 사진 국가유산청
6·25전쟁 때 사라진 대한국새 복원
단독 공간에 연출한 '대한국새(大韓國璽)' 복원품도 꼭 마주해야 할 전시품이다. 실제 대한국새는 대한제국 선포 당시 제작됐지만 6·25전쟁을 겪으며 행방이 묘연해졌다. 복원품은 남아 있는 제작 규정 등을 바탕으로 국가무형유산 '옥장' 보유자 김영희 장인이 제작했다.
전시장 안에는 게임 체험존도 있다. 체험존에 설치된 태블릿PC에서 게임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의 덕수궁 전용 모드를 체험하면 쿠폰, 스티커 등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무료로 열리지만 전시장인 돈덕전이 덕수궁 안에 있어 관람객은 덕수궁 입장료 1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다만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에는 덕수궁 입장이 무료이므로 이날 방문하면 대한제국의 아픈 역사와 함께 그 시절의 희망을 구현한 이번 전시를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다.
전시명: '쿠키런: 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서'
전시 기간: ~2026년 3월 1일
전시 장소: 덕수궁 돈덕전
운영 시간: 화~일, 오전 9시~오후 5시 30분 관람료: 무료(덕수궁 입장료 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