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19일 부산에서 막을 올렸다. 본회의 첫날인 20일에는 무력분쟁과 기후변화 등 세계유산이 직면한 복합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세계유산에 관한 부산 선언'이 채택됐다.
국가유산청과 외교부는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한 '세계유산에 관한 부산 선언'이 합의 방식으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부산 선언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21개 세계유산위원국과 국제문화유산보존복구연구센터,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세계자연보전연맹 등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 전문가들이 함께 마련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협력하여 국내 전문가 공청회와 국제 전문가 화상회의를 열고, 5월에는 서울에서 국제 전문가 회의를 개최해 선언문에 반영할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위원국 간 최종 조율을 거쳐 선언 채택을 이끌어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20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세계유산 보호 전략에 '협력' 추가 제안
부산 선언에는 무력분쟁과 기후변화, 개발 압력 등으로 세계유산이 직면한 복합적인 위기에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세계유산협약의 기존 5대 전략목표인 신뢰성, 보존, 역량 강화, 소통, 공동체에 새로운 목표로 '협력'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국가와 기관뿐 아니라 전문가, 현장관리자, 지역공동체가 함께 세계유산 보호에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다.
세계유산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과 그에 따른 책임을 처음으로 국제적 논의 의제로 제시한 점도 특징이다.
이와 함께 세계유산의 가치를 전문적 식견을 토대로 책임 있게 해석하고 설명하는 '포용적 해석', 세계유산 보존·관리의 '공동 책임', 각국 현장관리자의 지속적인 역량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두 분야를 분리하기보다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가유산청은 부산 선언을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가기 위해 부산시와 유네스코, 국내 유네스코 카테고리2센터 등과 협력해 총 12건의 후속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세계유산 당사국뿐 아니라 관련 전문가와 현장관리자, 지역공동체 간 협력을 확대하고 세계유산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국제적 역할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6.7.19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155개국 2929명 참가…국내 첫 세계유산위원회
한편,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9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개회식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유산위원회가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회식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칼레드 엘에나니 유네스코 사무총장, 허민 국가유산청장, 전재수 부산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세계 각국 대표단을 환영하며 갈등과 분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문화와 유산을 매개로 한 대화와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한민국도 '문화의 힘'을 바탕으로 유네스코와 함께 평화와 협력을 이끌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회 기념 공연에서는 '하늘을 품은 지붕, 세대를 잇는 울림'을 주제로 경복궁 수문장 개문 의식과 일무, 신태평무, 강강술래 등 전통 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대가 펼쳐졌다. 공식 홍보대사인 지드래곤(G-Dragon)도 참여해 세계유산 보호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위원회에는 19일 기준 155개국에서 2929명이 참가 등록했다. 정부는 각국 대표단의 회의 참석과 체류를 지원하기 위해 대학생과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세계유산위원회 안내단' 60명을 배치했다.
위원회는 오는 29일까지 이어지며 세계유산 보존 현황과 신규 등재,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보호 방안 등 주요 의제를 논의한다.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칼레드 엘에나니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2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대한민국관(K-Heritage House)을 둘러보고 있다. 2026.7.20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대한민국관 개관…29일까지 누구나 무료 관람
세계유산위원회 개최를 기념한 공식 전시관 '대한민국관'도 20일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문을 열었다.
대한민국관에서는 우리나라의 세계유산과 인류무형유산, 세계기록유산을 비롯해 국가유산 정책과 국제협력 성과를 국내외 관람객에게 소개한다.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종교계, 사회재단 등 35개 기관이 참여하며 특별전시와 공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무대인 'K-헤리티지 스테이지'에서는 국가무형유산 공개행사와 전통 공연 등 모두 38건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대한민국과 유네스코', '개최도시 부산관', '대한민국과 세계기록유산' 등 주요 전시를 둘러보는 전문 해설 프로그램도 하루 두 차례 운영된다.
대한민국관은 29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입장 마감은 오후 5시다. 세계유산위원회 참가자뿐 아니라 국내외 관람객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위원회 폐회까지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안전한 행사 운영을 지원하고, 우리 국가유산의 가치와 세계유산 보호를 위한 대한민국의 역할을 국내외에 널리 알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