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중증 환자와 소아 중환자 진료에 적극적인 상급종합병원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중환자실 부하지수'를 올해 하반기 성과지표로 도입하고, 800억 원 규모의 성과보상을 차등 지급해 중증·최종치료 역량을 강화한다고 21일 밝혔다.
중환자실 부하지수는 중환자실 입원 환자 진료량에 중증 환자 진료량과 18세 미만 소아 환자 비율을 가중치로 반영한 뒤 연간 중환자실 병상 수로 나눈 지표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이 투입되는 중증 환자와 소아 중환자 진료를 많이 수행하는 병원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1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 중환자실 앞에서 내원객들이 기다리고 있다. 2024.9.10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중환자실은 전문의와 간호사, 고도의 감시장비와 생명유지장비를 갖춰 중증 환자를 집중 치료하는 핵심 의료 기반시설이다.
2024년 말 기준 전국 중환자실 병상은 전체 급성기 병상의 4.1%에 불과한 희소 자원이지만, 중증·응급·희귀질환 환자의 생존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가 핵심 자산이다.
그동안 중환자실 보상은 전담 전문의와 간호 등급 등 인력·시설 중심으로 이뤄져 병상 규모가 같더라도 중증·고난도 환자 비율에 따른 실제 업무 부담과 자원 투입 수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은 줄고 중환자실은 확대되고 있음에도 응급환자 미수용 사유로 중환자실 부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운영 성과를 반영한 새로운 평가체계 마련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정부는 올해 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중환자실 역량을 평가하는 성과지표를 도입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코로나19를 거치며 한정된 중환자실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체계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지난해부터 대한중환자의학회와 함께 '중환자실 관리체계 마련 사업'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호주의 중환자실 자원정보시스템(CHRIS) 등을 참고해 상급종합병원 23곳과 종합병원 50곳이 참여하는 점검체계를 구축했으며, 중환자실 인력과 장비, 병상 가동 현황 등을 매일 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산출한 중환자실 부하지수를 앞으로 성과보상 체계와 직접 연계하고,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성과지표도 지속적으로 발굴해 중환자 진료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중환자실 부하지수(ICU Activity Index)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2차 연도 성과지원' 약 8000억 원 가운데 800억 원을 중환자실 부하지수와 연계해 차등 지급한다.
전체 지원금의 30%(240억 원)는 각 병원의 부하지수에 비례해 배분하고, 나머지 70%(560억 원)는 부하지수에 따른 평가등급 가중치를 적용해 지급한다.
평가등급은 부하지수 1.2 이상은 A등급, 0.9 이상~1.2 미만은 B등급, 0.7 이상~0.9 미만은 C등급, 0.7 미만은 D등급으로 구분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큰 병원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번 평가는 상급종합병원의 올해 3~4분기 실적을 대상으로 실시하며, 내년 6월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성과를 산정해 지원금을 지급한다. 별도의 자료 제출 부담은 최소화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정보화전략계획(ISP)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전국 단위 중환자실 모니터링과 자원 관리를 위한 중환자실 진료정보시스템 구축도 추진한다.
2030년까지 상급종합병원과 지역 거점 종합병원으로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중앙응급의료상황실 등이 중환자실 정보를 활용해 보건의료 재난 상황에서도 환자가 적시에 이송·치료받을 수 있는 관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정책관은 "중환자실 부하지수 도입은 가장 위중한 생명을 살리는 의료진과 병원의 노력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가치 기반 보상체계로의 전환"이라며 "중증·응급 환자의 최종 치료 성과에 대한 보상을 확대해 상급종합병원이 의료전달체계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