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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벗고 숲으로… 14.5㎞ 황톳길의 초대

2026.08.12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K-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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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찾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등산복부터 양복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된 드레스코드가 있다. 바로 맨발이다. 사진 C영상미디어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찾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등산복부터 양복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된 드레스코드가 있다. 바로 맨발이다. 사진 C영상미디어
계족산 황톳길
계족산 황톳길

맨발로 걷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신발을 벗고 흙길에 발을 내딛는 순간, 묘한 해방감이 찾아온다. 흙의 감촉을 느끼며 천천히 걷다 보면 걷는 속도도, 마음의 속도도 한결 느려진다.

코로나19 시기 급속하게 번진 국내 '맨발걷기' 열풍은 이제 하나의 걷기 문화로 자리 잡았다. 전국 곳곳에 맨발걷기길이 생겼고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황톳길을 조성하고 있다.

맨발걷기 효능에 대한 이야기도 넘쳐난다. 발바닥을 자극하는 지압 효과, 흙과 자연을 맨살로 느끼며 얻는 심리적 안정감, 혈액순환 등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맨발걷기로 건강을 회복했다는 간증도 이어진다. 그래서 많은 이가 신발을 벗어던지고 기꺼이 자연과의 교감에 나서고 있다.

계족산 황톳길은 매년 투자가 꾸준히 이뤄져 늘 관리가 잘 돼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사진 조선일보DB
계족산 황톳길은 매년 투자가 꾸준히 이뤄져 늘 관리가 잘 돼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사진 조선일보DB

황토 6만 2000톤을 쏟아붓다

지금이야 전국적으로 맨발걷기 명소가 많아졌지만 그전에 앞서간 길이 있다. 대전 계족산에 조성된 황톳길이다. 계족산성의 허리둘레를 도는 임도 14.5㎞에 황토를 부어 만든 길이다.

2006년 4월 대전의 향토기업인 선양소주 조웅래 회장이 지인들과 계족산을 찾았다. 그들 가운데 하이힐을 신고 온 여성이 조 회장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여성에게 자신이 신고 온 운동화를 벗어 건네주고 본인은 맨발로 산길을 걸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조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숙면을 취했다. 몸도 개운했다. 맨발로 흙길을 걸은 효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좋은 걸 나만 할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과 나눠보자'는 마음이 황톳길로 이어졌다.

그렇게 계족산에 황토가 깔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들어간 황토만 자그마치 6만 2000여 톤. 연간 10억 원씩 지금까지 21년간 약 210억 원을 들여 임도 한쪽에 폭 1.5m가량의 붉은 황톳길을 만들었다. 

황톳길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고 연 100만 명이 찾는 맨발걷기 명소가 됐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한국관광 100선'에도 네 차례 연속 이름을 올렸고 여행전문기자가 뽑은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33선'에도 꼽혔다. 한국기록원에서 '임도에 조성된 가장 긴 황톳길' 인증도 받았다.

계족산 황톳길은 계족산 정상이 아니라 계족산성을 가운데 두고 한 바퀴 돈다. 황톳길이 지루하다면 산성을 올라가는 코스로 걷는 것도 방법이다.
계족산 황톳길은 계족산 정상이 아니라 계족산성을 가운데 두고 한 바퀴 돈다. 황톳길이 지루하다면 산성을 올라가는 코스로 걷는 것도 방법이다.

장동산림욕장 출발이 정석

계족산 황톳길은 계족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아니다. 계족산성을 중심으로 산허리를 한 바퀴 도는 형태로 조성돼 있다. 황톳길로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지만 처음 찾는 여행자라면 장동산림욕장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산림욕장 입구에서부터 황톳길이 시작돼 곧바로 맨발걷기에 나설 수 있다. 다른 길로 오르면 한동안 일반 등산로를 걸은 뒤 산중턱에 이르러서야 황톳길을 만난다. 주차 공간도 비교적 넓고 신고 온 신발을 보관할 수 있는 곳과 세족장도 갖춰져 있다. 주변 공원도 잘 꾸며져 있어 걷기 전후 잠시 쉬어가기 좋다.

일단 황톳길에 올라서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붉은 황토가 선명하게 이어져 있어 그 길만 따라가면 된다. 걷다가 마음이 내키면 계족산성에 올라 풍경을 즐기고 다시 내려와도 좋다. 다른 산길을 통해 대전 시내 방향으로 내려가는 것도 방법이다.

14.5㎞ 전 구간을 맨발로 걷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중간에 신발을 신어도 된다. 장동산림욕장에서 산허리로 올라서는 지점이나 임도삼거리 등에 세족장이 마련돼 있다. 발을 씻은 후 신발을 신고 다시 걸을 생각이라면 반시계방향으로 걷는 편이 좋다.

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발밑의 감각에 집중하게 된다. 발바닥을 부드럽게 감싸는 황토는 생각보다 차갑고 촉촉하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가락 사이로 흙이 살짝 밀려 들어온다. 신발을 신고 걸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땅의 질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길 양옆으로는 낙엽송과 리기다소나무, 신갈나무와 굴참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숲이 햇빛을 적당히 가려주니 한낮에도 걷기가 수월하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숲 사이로 시야가 트인다. 멀리 대전 시내가 내려다보이고 대청호 푸른 풍경도 모습을 드러낸다.

크게 가파른 오르막이 없어 걷는 내내 숨이 벅찰 일도 많지 않다. 숲과 흙, 바람과 풍경을 번갈아 만나며 걷다 보면 어느새 출발점이다. 맨발로 걸은 길은 신발을 신고 돌아온 길보다 조금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다만 맨발걷기가 처음이라면 욕심은 금물이다. 발에 상처가 있거나 통증이 느껴지면 바로 걷기를 멈춰야 한다. 발을 디딜 곳을 꼼꼼히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오래 걷지 말고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거리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상처를 통해 감염될 가능성에 대비해 파상풍 예방접종 여부도 미리 확인해두면 안전하다.

계족산 황톳길의 시작점인 장동산림욕장. 사진 C영상미디어
계족산 황톳길의 시작점인 장동산림욕장. 사진 C영상미디어

대중교통으로 편하게 이동

황톳길은 계족산을 둘러싸고 있고 여러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좋다.

가장 정석 출발점인 장동산림욕장은 74번 버스가 입구까지 운행한다. 하루 26회 정도 다니며 배차간격은 약 40분이다. 운행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다. 다만 대전버스터미널이나 대전역에서 가려면 대전조차장역 인근까지 가서 환승해야 한다.

대전 시내에서 황톳길에 가장 빨리 올라타고 싶다면 임도삼거리나 절고개 방향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대전동부경찰서 정류장이나 동춘당 정류장 인근 들머리를 이용하면 된다. 대전복합터미널서 출발하는 경우 616번 버스가 인근까지 운행한다.

황톳길 북쪽 이현동 방면에서는 71번 버스가 하루 약 7회(배차간격 150분) 운행한다. 대전 시내로 나갈 때는 동신과학고 방면으로, 신탄진역을 이용한다면 용호동 방면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절고개 동북쪽 천개동 일대는 61번 버스가 하루 5회(06:06, 09:45, 13:40, 17:20, 21:00) 운행한다.

완주에 욕심이 없다면 장동산림욕장으로 올라 적당히 황톳길 맨발걷기를 즐긴 뒤 임도삼거리나 절고개에서 대전 시내 방향으로 내려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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