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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일까, 위험신호일까?…교제폭력·스토킹 '고위험 징후 10가지'
연락·위치 확인에서 인간관계 통제까지…정부, 고위험 징후 10가지 제시
반복되고 심해진다면 '주의'…'혼자 해결'보단 112·1366 등에 도움 요청
"어디야?", "누구랑 있어?", "왜 바로 연락 안 받아?"
연인 사이에서 흔히 오갈 법한 말이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이 반복되고,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를 내거나 위치를 확인하고 만나는 사람까지 제한하려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관심'이 아니라 상대의 일상을 지배하려는 '통제'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제폭력과 스토킹은 처음부터 뚜렷한 폭력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만은 않는다. 친밀한 관계라는 특성 때문에 지나친 연락이나 질투, 간섭을 애정 표현으로 받아들이거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다 위험을 키우기도 한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25년 112에 접수된 교제폭력 신고는 10만 5327건, 스토킹 신고는 4만 4687건(확정 전 통계)에 달하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법무부·성평등가족부·대검찰청·경찰청은 지난 7월 교제폭력과 스토킹 대응 강화를 위한 4대 분야 20개 과제를 발표하면서 '레드플래그 10'의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 이런 행동 반복하면 위험신호
레드플래그는 말 그대로 '위험을 알리는 붉은 깃발'이다. 상대방의 행동뿐 아니라 피해자가 처한 상황까지 살펴 위험이 커지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기 위한 신호다.
먼저 폭력 성향이다. 폭언이나 위협, 물건을 파손하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반복한다면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집착 성향과 강압적 통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의 없이 위치를 계속 확인하거나 일상을 감시하고, 친구·가족 등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막는 행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갈등 심화도 눈여겨 봐야 한다. 특히 관계를 끝내려고 하거나 갈등이 생긴 뒤 집착과 위협적인 행동이 이전보다 강해진다면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생명에 대한 위협은 더욱 주의해야 할 신호다. 상대방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할 가능성을 보이거나 직접 위협하는 행동이 나타난다면 즉각적인 보호와 신고가 필요한 상황일 수 있다.
범행·신고 전력, 보호조치 위반도 중요한 위험신호다. 과거 비슷한 행동을 반복했거나 접근·연락 금지 등 이미 내려진 보호조치를 무시하는 경우다.
피해자 비난과 책임 전가도 주시해야 한다. 자신의 폭력적 행동을 "네가 그렇게 행동해서 그런 것"이라며 상대방 책임으로 돌리는 모습이다.
음주·약물 오남용과 관련해 폭력적 행동이 반복되거나 위험성이 높아지는지도 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피해자가 느끼고 있는 위험과 주변 환경에 관한 신호다. 높은 불안감은 피해자가 상대방의 접근이나 보복 가능성 때문에 심각한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이고, 고립 상황은 위급할 때 도움을 요청할 가족이나 지인 등 주변의 지원체계가 부족한 경우를 뜻한다.
위 10개 항목은 교제폭력·스토킹 여부를 스스로 확정하는 진단표가 아니라 위험의 징후를 빨리 알아차리기 위한 기준이다.
한 가지 행동이라도 정도가 심각하다면 즉시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개별 행동만 떼어놓으면 사소해 보이더라도 같은 행동이 계속 반복되거나 점점 심해지고, 상대방의 자유로운 생활을 제한하거나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면 위험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특히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하고 ▲통제가 반복되며 ▲관계를 끝내려 한 뒤 행동이 심해지거나 ▲일상생활이 위축될 만큼 두려움을 느끼는지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 위험신호 감지했다면 '혼자 해결'보다 도움 요청
정부가 레드플래그 10과 함께 강조하는 것은 위험 징후를 발견했을 때 신속하게 상담·신고 체계와 연결하는 것이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경찰 112, 교제폭력·스토킹 등에 대한 상담과 피해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여성긴급전화 1366을 이용할 수 있다. 1366은 24시간 상담과 필요한 지원기관 연계를 제공한다.
피해자 보호조치도 강화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6월부터 전자장치를 부착한 스토킹 등 가해자가 일정 거리 안으로 접근할 경우 피해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가해자의 접근 위치와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가해자 위치정보 피해자 알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 고위험 피해자에 대한 민간경호와 지능형 CCTV 지원 등을 확대하고 법·제도 강화, 기관 협업·선제 대응, 피해자 지원, 인식 개선 등 4대 분야에서 20개 과제를 추진한다. 스토킹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접근금지 등을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는 내년 4월 시행될 예정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허용되는 폭력은 없다. 친밀한 관계일수록 위험신호를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다. 계속되는 연락을 '나를 많이 좋아해서', 지나친 질투를 '사랑해서', 일상에 대한 간섭을 '나를 걱정해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관심이 반복적인 감시와 통제로 변하고, 그로 인해 한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바꾸거나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면 관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레드플래그 10'이 전하려는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교제폭력과 스토킹에 대응하는 첫 단계는 위험이 커진 뒤에야 폭력임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나타나는 작은 위험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정책브리핑 황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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