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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잡으려다 벌금 200만 원? 무인점포 절도, 어떻게 대응할까

2026.10.23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K-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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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변의 힘이 되는 법
장변의 힘이 되는 법

아파트 상가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하는 김 사장님은 요즘 재고 장부만 보면 속이 탑니다. 두 달 사이에 사라진 물건이 40만 원어치가 넘습니다. CCTV를 돌려 보니 같은 사람이 여러 번 찍혀 있었습니다. 결제하는 척만 하고 물건을 봉지째 들고 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사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습니다. 참다못한 김 사장님은 그 사람이 돈을 내지 않고 물건을 들고 나가는 장면을 캡처해 출입문에 붙였습니다. '결제 없이 나간 사람을 찾습니다. 양심이 있다면 연락주세요.' 

그로부터 일주일 후 경찰서 출석요구서를 받았습니다. 명예훼손 사건의 피고소인으로 조사를 받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왜 훔친 사람이 아닌, 피해자가 조사를 받아야 하나요?" 김 사장님의 억울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사진 속 인물이 진짜 도둑이라 하더라도 김 사장님의 행동은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내건 게시물이 어떤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도둑을 잡고 피해를 돌려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진짜 도둑인데, 사실을 알린 것도 죄가 되나요?

형법 제307조 제1항은 여러 사람이 알 수 있게 사실을 드러내 남의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드러낸 내용이 사실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손님이 드나드는 출입문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이니 이러한 요건에 해당합니다.

다만 예외는 있습니다. 진실한 사실을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알린 경우에는 처벌받지 않습니다.(형법 제310조) 무인가게 사장님들도 "다른 피해를 막으려고 붙였다"고 항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024년 말 서울 강서구의 한 무인편의점 점주는 아이스크림을 훔친 초등학생 두 명의 CCTV 캡처 사진을 매장에 붙였다가 명예훼손죄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아이들의 얼굴 일부를 가렸지만 사진을 본 사람들이 아이들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범죄예방이 목적이었다면 얼굴 전체를 가리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게시물을 붙인 것은 절도에 대한 보복이자 부모에게 합의를 압박하는 수단이라고 봤습니다. 피해자가 직접 응징하는 '자력구제'를 엄격히 막는 우리 형사사법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덧붙였습니다.

얼굴을 흐리게 처리하면 되나요?

모자이크가 면죄부는 아닙니다. 법원은 주변 사람이 사진을 보고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지를 따집니다. 얼굴을 가렸더라도 옷차림이나 체형, 촬영장소, 게시문구 등을 통해 특정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인천의 한 무인점포 점주는 아이스크림 한 개 값을 치르지 않은 여덟 살 아이의 CCTV 캡처 사진을 매장에 붙였습니다. 얼굴은 반투명하게 처리했고 문구도 '양심 있는 문화인이 됩시다' 정도였습니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명예훼손과 아동학대를 인정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매장이 학교 근처에 있어 사진 속 인물을 알아볼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캡처 사진을 누리소통망(SNS)이나 동네 온라인 카페에 올리는 것도 위험합니다.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면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돼 처벌이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얼굴이 담긴 CCTV 영상은 개인정보이기도 합니다. 범죄예방이라는 설치 목적을 벗어나 공개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도둑은 어떻게 잡아야 하나요?

그렇다면 도둑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수사기관을 통해 확인하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피해사실을 알게 됐다면 먼저 결제 기록부터 확인하세요. 키오스크, 카드사, 간편결제 내역을 대조해 실제 미결제인지 살펴야 억울한 손님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다음 CCTV 원본을 날짜와 시간별로 따로 저장해 두세요. 보관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 품목과 금액, 발생 날짜를 정리하고 CCTV 영상과 결제 기록 등을 확보해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소장을 내면 됩니다.

범행 현장에서 범인을 마주쳤다면 누구든 현행범으로 붙잡을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12조) 다만 곧바로 경찰에 넘겨야 하고, 불필요한 물리력을 행사하면 오히려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피해금액은 어떻게 돌려받나요?

피해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은 수사 과정에서 하는 합의입니다. 가해자가 특정되면 피해금액을 배상받고, 처벌을 원하는지에 대한 의사를 정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의가 안 되면 '배상명령'을 활용하세요. 형사재판을 맡은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면서 피해금액까지 함께 지급하라고 명령하는 제도입니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절도죄도 대상 범죄에 포함됩니다. 신청할 때 인지대 같은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다만 정식 재판 없이 벌금만 내는 약식 절차로 끝나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없습니다.

그럴 때는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청구 금액이 3000만 원 이하라면 절차가 간단한 소액사건심판으로 진행됩니다. 상대가 다툴 여지 없이 버티기만 한다면 서류만으로 진행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훔친 사람이 아이라면 어떨까요? 14세 미만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형법 제9조) 그렇다고 민사상 배상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자기 행동의 책임을 판단하기 어려운 나이라면 부모에게 감독 책임을 물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755조)

새로 생긴 범죄예방 장비 지원, 우리 가게도 받을 수 있나요?

2026년 7월 1일부터 개정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습니다. 혼자 일하는 1인 소상공인과 여성 소상공인 사업장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범죄예방 물품과 장비를 지원할 근거가 생겼습니다.(제12조의9) 이에 맞춰 부산, 경기 화성 등 여러 지자체가 조례를 고쳐 지원 근거를 마련했거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역 경찰서도 지자체와 손잡고 비상벨, CCTV 안내 스티커, 음성 안내기 같은 예방 물품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무인점포 절도가 잦은 곳을 우선 지원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다만 지원 대상과 시기는 지자체마다 다르니 시·군·구청의 지역경제 담당 부서에 먼저 문의해 보세요.

장변의 돈이 되는 Tip
무인점포 절도 피해 이렇게 대처하세요

➊ 사진 대신 경고문을 붙이세요: 'CCTV 녹화 중입니다' 같은 안내문을 활용하세요.

하지만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은 모자이크를 해도 위험합니다.

➋ 신고 전에 결제 기록부터 맞춰 보세요: 키오스크·카드·간편결제 내역을 확인하고, 

CCTV 원본은 자동 삭제되기 전에 따로 저장해 두세요.

➌ 피해금액은 절차를 밟아 돌려받으세요: 경찰 수사 단계에서의 합의, 형사재판의 배상명령, 

소액사건·지급명령 순서로 검토하세요. 아이라면 부모에게 연락해 배상을 요구하세요.

➍ 범죄예방 지원제도를 챙기세요: 1인·여성 소상공인이라면 시·군·구청에 범죄예방 장비 지원을 신청하고 관할 경찰서에 방범 진단을 요청하세요.

장영화
기업의 시작과 성장을 돕는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이자 창업 15년 차 기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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