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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의 추격, 지하철 속도를 높여라!

정차시간 줄이고 90km/h 증속운전

2004.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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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서울의 교통체계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번 개편은 버스를 중심으로 한 것으로서, 지하철에 비해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던 버스의 경쟁력을 높여서 도시공공교통의 두 축인 버스와 지하철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버스개편은 준비 부족으로 현재 많은 문제점을 겪고 있다. 변화가 컸던 만큼 부작용도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7월 1일에 버스만 변한 것은 아니었다. 시민들이 크게 느끼지는 못하고 있지만 서울지하철에도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는데, 바로 ‘최고속도 90km/h 증속운전’이 그것이다.

과연 90km/h 증속운전은 무엇이고, 승객과 지하철공사에 어떤 이익이 있기에 시행하는 것일까?

◇ 열차속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

버스와 함께 도시교통의 중추적 수단인 지하철. 지하철은 철도를 지하에 집어넣은 것으로써 정해진 궤도가 있고 도로교통과 분리되어 있으므로 지상의 교통상황이나 기상상황과는 무관하게 빠르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또한 철도차량은 여러 대의 차량이 연결되어 있는 "편성"단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적은 인건비를 들이고도, 대량의 여객수송이 가능하다. 따라서 지하철은 승객대량수송이 가능한 고속도시교통수단으로써 현재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공간이 부족한 도시에서 공간의 효율적 이용을 돕고 있다.

서울지하철 4호선 차량 ©서울시
하지만 자가용에 비교하여 지하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역에 일일이 정차를 한다는 것이다. 지하철은 많은 사람들이 많은 역을 동시에 이용하기 때문에 어떤 역을 통과하여 운행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지하철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표정속도는 의외로 꽤 낮다. 표정속도란 전체이용거리를 전체이용시간으로 나눈 것으로써, 이용시간에는 중간역에 정차한 시간도 포함되기 때문에 1~2km마다 정차와 출발을 반복하는 지하철의 경우 시간낭비가 상당히 크게 된다.

실제로 서울지하철의 표정속도는 30km/h 대에 머물고 있다. 자동차의 경제속도 60km/h와 비교해보면 꽤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표정속도가 낮으면, 승객이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된다. 결국 승객이 지하철을 기피하고 자가용을 이용하게 되어 도시 교통혼잡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표정속도가 낮으면 시민뿐만 아니라 운영자인 지하철회사에게도 손해가 된다. 표정속도가 낮으면 차량의 회전율이 낮아지게 된다. 즉, 한번 왕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이는 곧 동일시간에 수송할 수 있는 승객수가 적어진다는 뜻이 된다. 결국 지하철 회사의 수입이 줄어들어 운행원가가 올라가게 된다. 이 때문에 표정속도를 올리는 것은 승객편의 뿐만 아니라 지하철 운영회사 입장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한편 현재 비록 문제를 겪고 있기는 하지만, 서울시가 간선버스의 빠른 주행을 보장하는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마련하는 등 버스가 속도 면에서 지하철을 바짝 추격해오고 있다. 결국 이에 위기감을 느끼고, 승객편의 향상과 원가절감의 필요성을 느낀 서울지하철공사는 7월 1일부터 서울지하철 2~4호선의 표정속도를 높이는 개편을 단행하였다.
지하철 수준의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중앙버스전용차로. ©서울시

◇ 속도를 높이는 방법

표정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하면 된다. 첫 번째는 주행시간을 줄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정차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주행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종전보다 좀더 빠른 속도로 달리면 된다.

지하철의 주행은 정거장 출발 후 가속을 하는 구간, 직선구간에서 일정속도로 달리는 구간, 곡선구간의 속도제한 구간에서 일시적으로 속도를 낮추어 운행하는 구간, 정거장에 임박하여 감속을 하는 구간으로 나뉘어 진다. 이때 가속이나 감속을 하는 시간은 차량의 가속도, 감속도 성능에 달려 있기 때문에 차량을 개선하지 않는 한 개선이 어렵다.

현재 서울지하철의 경우 차량의 가속도는 3.0km/h/s 이고, 감속도는 3.5km/h/s 이다. 이것의 뜻은 차량이 정지상태에서 출발을 하면, 초당 3.0km/h씩 속도가 올라간다는 뜻이다. 결국 정지상태에서 출발한 차량이 60km/h에 도달하려면 20초가 걸리게 된다. 차량의 가속도를 3.0km/h/s 보다 높게 하면 보다 빠르게 안정적인 주행상태에 도달하게 되어 주행시간을 단축하여 표정속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좀더 고성능의 차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차량을 교체하지 않는 한 어렵다. 이는 감속도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결국 남는 것은 직선 구간과 곡선구간에서 달리는 구간에서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즉, 예전에는 직선구간에서 최고 80km/h의 속도로 달렸지만 7월 1일부터는 90km/h로 달림으로써 속도를 빠르게 한다. 또한 곡선통과속도도 60km/h에서 65km/h로 소폭 증가시켜 결국 열차의 운행 소요시간을 줄인다.

지하 구간에서 빠르게 달려 소요시간을 줄인다. ©서울시
두 번째로는 역 정차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현재 서울지하철은 역에서 30초를 정차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실제로 정확히 30초를 정차하지는 않는다. 30초미만으로 정차한 경우에는 역과 역 사이에서 천천히 달리고, 또한 30초를 초과하여 정차하였을 때에는 다음 역으로 갈 때보다 빠르게 달림으로써 결국 열차시각표를 맞추어 운전하게 된다.

그런데 타고 내리는 승객이 많은 출퇴근시간대에는 이러한 30초 일괄정차가 합리적이지만, 승객이 별로 없는 낮 시간에까지 이렇게 30초씩 꼬박꼬박 정차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즉 낮에는 정거장에서 대부분 30초미만으로 정차하기 때문에 역과 역 사이에서 불필요하게 천천히 달려 시간을 낭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7월 1일부터는 승객이 적은 낮 시간대에는 종래 30초 정차하던 것을 20초만 정차하여 전체 소요시간을 줄이고 있다.
승객이 많을 때(왼쪽)와 적을 때. 승객이 적을 때는 20초만 정차해도 충분하다. ©서울시

◇ 서울지하철 90km/h 증속운전의 의미

이렇게 속도를 빠르게 운행하는 것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에게는 당장 이익이 된다. 목적지까지 소요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순환선인 2호선의 경우, 현재 한바퀴를 도는데 87분이 걸리는데, 90km/h 증속운전을 시행할 경우 평시에는 79분으로, 출퇴근시에는 85분으로, 2~8분 정도가 줄어든다. 이는 3, 4호선도 마찬가지로서 평시에 4~5분 정도 단축된다.

서울지하철공사는 이같은 승객의 시간 단축을 돈으로 계산하였는데, 지하철 통행시간을 1분 단축할 경우 현재 1~4호선 일일 이용승객 400만 명 기준 시 승객 1인의 평균인건비를 9만 2000원으로 계산할 경우, 연간 약 2800억원의 사회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이번의 지하철 증속운행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이익은 연간 1조원이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증속운전은 승객뿐만 아니라 지하철 운영자에게도 이익이 된다. 2호선의 예를 들면 종래에는 한 편성의 열차로 87분 동안 운행하여 일정한 승객을 수송하였다면, 이제는 79분만에도 동일한 승객을 수송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기관사 인건비와 차량 등의 설비비는 79분의 87로 줄어들었는데 수송수입은 동일함을 의미한다. 결국 수입은 그대로인데 지출이 감소한 것으로써 수지가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동일한 시간 기준으로 본다면, 열차의 회전율이 올라가 운송원가가 감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순환선인 2호선, 속도를 높이면 원가를 낮출 수 있다. © 서울시
물론 이 같은 이익이 공짜로 발생한 것은 아니다. 서울지하철공사는 이 같은 증속운전을 위해서, 곡선 통과 시 차량에 의해 많은 힘을 받는 급곡선부의 레일을 1m당 50kg짜리에서, 1m당 60kg짜리로 교체하였다. 이같이 레일이 중량화될 경우, 곡선 통과시에 많은 힘이 레일에 가해지는 상황에서도 열차가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게 된다.

또한 서울지하철공사는 곡선부위 선로아래에 자갈이 깔려있던 것 대신 콘크리트 도상을 만들어 시설물을 강화함으로써 열차가 곡선에서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종래의 레일은 각각 20m짜리로서, 전동차가 달릴 때마다 ‘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많이 났고, 이로 인한 진동도 심했다. 하지만 이번 증속을 위해서 각각의 레일을 용접하여 총 200m가 1개로 구성된 장대레일로 교체함으로써 진동을 줄이고, 안전한 주행을 보장하며 승차감도 개선하였다. 결국 전동차가 보다 빠른 속도로 안정적으로 달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200m 장대레일 기술은, 고속철도나 지난 4월 개통한 광주지하철 등 최신 철도에 적용된 기술이라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80년대에 개통된 서울지하철 2~4호선에 투자를 통하여 최신기술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 안전은 문제가 없나?

서울시는 증속운전을 위해 시설보강을 먼저 시행하였다. © 서울시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러한 증속운전이 지하철의 안전성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지 걱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터널과 같은 지하철의 주요 시설물은 이미 최고속도 90km/h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급곡선부 레일 같은 일부 취약시설물은 이미 개선을 끝낸 상태이다.

더구나 90km/h 증속은 역과 역 사이에 주행 중에 이루어지는 것이고 정거장 출발, 도착 속도는 비슷하기 때문에 승객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다. 따라서 안전은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지하철은 일단 만들어진 후 중요설비에는 거의 투자를 하지 않고 계속 시설을 이용해오면서 승객을 수송해왔다. 기껏 바꾼다고 해봐야 노화된 차량을 다시 구입하거나, 승객이 이용하는 역 시설을 손보거나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7월 1일에 시행되는 ‘서울지하철 90km/h 증속운전’은 다르다.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변신하는 버스에 대응하기 위하여 지하철도 과감한 설비투자를 통하여 속도를 올려 소요시간을 단축시킴으로써 승객 편의 향상, 지하철 운영자의 원가절감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변화이기 때문이다.

비록 지하철이 적자라고 해도 주어진 시설의 한계 내에서 개선을 할 생각 없이, 승객 수송에만 급급 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내외부의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최소화된 효율적인 투자를 통해 승객편의와 원가절감을 동시에 꾀하는 것은 매우 칭찬받을만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지하철공사의 지하철 2~4호선 90km/h 증속운전은 매우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정넷포터 한우진 (교통평론가) ianhan@kg21.net
신설예정 철도, 지하철 노선안내 사이트 – 미래철도DB http://frdb.w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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