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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

함께하는 삶의 즐거움

2006.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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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크리스마스였다. 온누리에 축복이 넘쳐나고 있어 그 열기가 세상을 포근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겨울답지 않을 정도로 포근한 날씨에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겨울은 가난한 사람에게 더욱 더 혹독한 법이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하늘의 배려가 아닌가 싶다. 나눌 수 있는 기쁨으로 훈훈해진다.

겨울 내장사의 경내는 따뜻한 햇살이 감싸고 있었다. 산 정상과 음지에는 아직도 하얀 눈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크리스마스 기분을 나게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이기를 바라고 있는 내 마음과 일치하고 있었다. 빛나고 있는 눈을 바라보니 흥겨움이 솟는다. 감정이란 대책 없이 일어나는 기분이란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까치밥.

고운 색깔.

여행의 맛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생활에 찌들어 스트레스가 쌓여 있는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의 쾌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여행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머리가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아내를 위로하기 위하여 나선 길이었다. 눈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눈을 보니, 기분이 전환된다.

“야 ! 곱다.”
아내의 감탄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빨간 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내장사의 또 다른 정취를 이루고 있었다. 계절이 한 겨울이니, 감들은 모두 홍시가 되어 있었다. 어찌나 색깔이 고운지 바라보는 마음까지 이내 빨간 색으로 물들여져 버린다. 파란 하늘에 빨간 홍시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으니, 별천지였다.

나눔.

함께하는 삶.

까치밥이란 것이 있다. 감을 수확하면서 꼭대기에 남아 있는 한 두 개의 감은 새들의 몫으로 남겨둔 것을 말한다. 우리 조상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습관이다.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는 것이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혜의 결과다. 먼저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미덕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마음에 인색함이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 욕심을 앞세워 채우려고만 하고 있다. 이미 내 것이 된 뒤에는 관심이 멀어지고 또 다른 것을 찾아 헤매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 밑 빠진 독이 되어버린 줄도 모르고 불을 찾아 돌진하는 불나비가 되어버린 나 자신의 모습이 추하기만 하다.

내장사의 감나무에 열린 감들은 모두가 까치밥이 되어 있었다. 몽땅 다 주기 위하여 온 몸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 풍광이 어찌나 우뚝한지 감동이었다. 색깔이 돋보일 뿐만 아니라 하늘과의 조화가 빼어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더 마음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은 바로 나누는 마음이다.

생활의 즐거움.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한 해가 가기 전에 나누어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이 생긴다. 그동안 게으름으로 욕심만 부리고 있었던 것이 부끄러워진다. 하늘을 향해 여유로운 자태로 흔들리고 있는 까치밥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필요한 이가 있으면 누구라도 와서 가져가라고 말하고 있는 그 자태가.<春城>

┃국정넷포터 정기상 (keesan@hanmail.net)

<정기상님>은 완주군 대덕초등학교 교사로, 월간<아동문학>으로 등단했습니다. 한국아동문학학회, 한국문인협회 회원이고 동화쓰기를 즐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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